1-2. 금방 끝날 거에요.

by 리더십 디버깅

“이건 금방 끝날 거예요.”

“크게 수정할 건 없어요.”

“기존 거에서 살짝만 바꾸면 돼요.”


업무 지시는 늘 이렇게 간결했다. 요청 내용만 놓고 보면, 기존에 하던 일에서 크게 벗어난 작업은 아니었다. 급한 업무였지만, 전체적으로는 전달되는 값 하나를 바꾸고 그에 맞춰 몇 군데를 손보면 될 것처럼 보였다. 설명을 듣는 동안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고, 머릿속에서도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졌다. 그래서 깊이 묻지 않았다. 이 일도 금세 정리할 수 있는 요청 중 하나라고 받아들였다.


막상 작업을 시작하고 나서야, 생각과 다른 지점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단순한 변경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동작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작업이었다. 이전에는 문제없이 흘러가던 흐름이, 새로운 방식에서는 그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예상했던 지점에서 값이 전달되지 않았고, 확인해야 할 부분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다시 살펴봐야 했다.


확인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환경을 바꿔가며 다시 시도하고, 결과를 비교한 뒤 또다시 손을 댄다. 겉으로 보기에는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매번 다른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었다. 이 과정은 설명하기도 어렵고, 눈에 띄는 결과로 바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작업을 진행할수록 손대야 할 부분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단순히 전달 방식만 바꾸면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 방식에 맞춰 내부 흐름도 다시 정리해야 했고, 이전 가정 위에 만들어졌던 부분들도 하나씩 점검해야 했다. 처음에는 몇 군데 수정으로 끝날 것 같던 일이, 점점 더 많은 손길을 요구한다.


급기야 내가 만들지 않았던 부분까지 손대게 된다. 평소라면 담당자에게 요청했을 수정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하다는 이유로 그 선택지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결국 그 수정도 내가 맡게 된다. 급함이라는 말 앞에서는, 일이 누구의 것이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그제야 ‘금방’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곱씹게 된다. 실제로 코드를 수정하는 시간만 떠올린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앞에 필요한 확인의 시간, 테스트의 시간, 예상과 다른 동작을 이해하는 시간은 처음부터 계산에 들어 있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늘어날수록 마음이 조금씩 무거워진다. 이 작업이 원래 이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일인지, 아니면 내가 불필요하게 꼼꼼하게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명확한 기준을 들은 적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유를 나 자신에게서 찾게 된다.


그리고 그 감각은, 결과를 보고하는 순간 더 분명해진다.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일의 성격보다 나의 속도가 먼저 문제처럼 느껴진다. 작업이 예상보다 복잡했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쪽이 더 쉽게 받아들여진다.

작가의 이전글1-1. 이것 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