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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EPL 13R] 리버풀 vs 토트넘

- 해외축구 리뷰

by Sun


2020.12.17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빅매치가 있을 때면 항상 나오는 말이다. 전력 차가 크지 않은 강팀들의 맞대결에서는 다득점이 나오기 쉽지 않을뿐더러, 적어도 패배는 면하기 위해 수비에 무게 중심을 둔 채 소극적으로 경기 운영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보통 이럴 경우, 경기는 지루한 공방전을 펼치다가 0-0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이번 경기도 비슷한 양상으로 가지 않을까 싶었다. 토트넘은 기본적으로 수비에 무게 중심을 두고 카운터 어택을 하는 팀이다. 반면 리버풀은 라인을 올리고 공격에 무게를 두는 팀이긴 하나, 발 빠른 전문 센터백들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쉽사리 라인을 올릴 것 같지 않았다. 두 팀 다 수비에 무게 중심을 둔 채 서로 견제만 하다가 싱겁게 끝날 것 같았다.


그러나,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라는 말은 이번 경기에서 만큼은 유효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제대로 걸렸다. 7승 4무 1패로 동일한 성적과 동일한 승점(25점)을 가진 리그 1위와 2위의 맞대결, 스페셜 원(special one) 무리뉴 감독과 노멀 원(normal one) 클롭 감독의 맞대결은 두 팀의 색깔을 또렷하게 보여주며 흥미진진한 경기를 선보였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ㅣ 전반전


리버풀과 토트넘은 가용할 수 있는 최상의 전력으로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다만 포메이션에서 차이가 조금 보였는데, 리버풀은 평상시대로 4-3-3을 고수한 반면, 토트넘은 손흥민과 해리 케인을 투톱으로 두는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변수랄 것이 있다면 리버풀의 수비수 리스 윌리엄스가 EPL 데뷔전을 치른다는 점이었다.


전반전은 예상대로 흘러갔다. 리버풀이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며 경기의 주도권을 쥐었다. 반면 토트넘은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적극적인 압박 이외에는 수비에 무게 중심을 두며 대형을 유지했다. 측면 수비도 오버래핑을 자제하며 역습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렸다.


리버풀이 점유율을 무려 78%까지 늘렸다. 경기를 거의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런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토트넘을 지속적으로 몰아쳤다. 그 결과 전반 26분, 커티스 존스의 패스를 이어받은 살라가 지체 없이 슈팅을 날렸고, 살라의 슈팅은 토비 알더베이럴트의 몸을 맞고 굴절되어 골문 안으로 향했다. 요리스도 손을 쓸 수 없는 행운의 골이었다.


전반 33분, 손흥민이 동점골을 터뜨렸다. 전형적인 토트넘의 공격 방식이었다. 리버풀의 공격을 차단하자마자 로셀로가 전방으로 스루패스를 찔러주었고, 베르바인이 볼을 흘리며 손흥민이 건네받았다. 손흥민은 전광석화 같은 스피드로 일대일 찬스를 만들어냈고, 니어 포스트 쪽을 향해 강하게 슈팅을 날리며 골을 뽑아냈다. 각도를 만들어내는 영리함과 슛 타이밍을 재는 스텝까지 월드클래스의 진가가 드러나는 골장면이었다. 골이 들어가고 잠시 동안 오프사이드 여부를 가르는 VAR 판독이 있었지만, 결국 온사이드로 판정되었다.


전반전은 1-1로 마무리가 되었다. 서로의 색깔을 잘 보여준 전반전이었다. 압도적인 점유율로 몰아친 리버풀과 한 개의 유효슈팅을 골로 만들며 원샷원킬이라는 효율적인 축구를 보여준 토트넘이었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ㅣ후반전


후반 시작부터 토트넘이 위협을 가했다. 초반부터 연이어 나온 베르바인의 일대일 찬스와 해리 케인의 위협적인 슈팅은 리버풀 팬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 충분했다. 이후로 베르바인은 일대일 찬스를 한번 더 만들었는데 골포스트를 강타하며 득점 기회를 놓쳤다.


후반전 경기 양상은 전반과 마찬가지로 리버풀이 볼을 점유하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갔다. 리버풀은 수시로 방향 전환을 하며 좌우 측면을 공략했고, 연계 플레이를 통해 중앙을 파고들었으며, 크로스를 활용해 공격 찬스를 만들어냈다.


후반 중반이 넘어가자 토트넘은 손흥민을 빼고 알리는 투입하는 등 교체를 단행했다. 반면 리버풀은 교체 없이 그대로 갔다. 그도 그럴 것이 선수들이 제 몫을 너무나도 잘해주고 있었다. 특히, 베이날둠은 6둠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커티스 존스는 중원에서 만점짜리 활약을 선보이며 중원 싸움에서의 우위를 가져갈 수 있었다. 공격수 마네의 폼이 조금 아쉽긴 했으나, 간간히 보여주는 번뜩이는 움직임은 한 방을 기대할 만했다.


90분의 정규시간이 모두 흐른 시점에 리버풀이 코너킥을 얻어냈다. 이 코너킥은 오늘 경기의 모멘텀이 되었다. 로버트슨의 왼발 코너킥은 팬들의 함성소리를 타고 피르미누에게 향했고, 피르미누는 정확한 헤딩슛으로 골을 뽑아냈다. 안필드 극장이 개봉하는 순간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극적인 짜릿함이었다. (이런 맛에 리버풀팬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결국 경기는 피르미누의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리버풀이 승리하였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또 한 번 기록을 썼다. 이제 매 홈경기마다 신기록 경신이다. 안필드 홈 66경기 무패(55승 11무)를 달성했다. 아마도 당분간 깨지기는 힘들 것 같다. 홈경기에서 패배하는 것을 죽을 만큼 싫어하는 나로서는 너무나도 반가운 기록이다.


오늘 경기의 MOM은 2001년생 미드필더 커티스 존스가 선정되었다. *수치만 봐도 최다 패스 성공(106회, 성공률 93.8%), 찬스 메이킹 2회(공동 2위), 소유권 재탈환 9회(공동 2위), 가로채기 4회(2위), 활동량 2위(11.69km) 등 중원에서 다방면에 걸친 활약으로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물론, 수비에서 제공권을 완벽하게 장악한 리스 윌리엄스의 활약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유망주들의 빛나는 활약을 보니 리버풀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와 그나저나 손흥민 올 시즌 유효슈팅 14개에 11득점 말이 됩니까?



* squawka foot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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