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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EPL 14R] 크리스탈팰리스 vs 리버풀

- 해외축구 리뷰

by Sun


2020. 12.19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셀 허스트 파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13/14시즌 맨체스터 시티와의 치열한 우승 경쟁 당시, 승리하지 못하면 사실상 우승이 불가능한 경기에서 리버풀은 3-0의 점수차를 3-3으로 따라 잡히며 우승 경쟁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리버풀의 우승을 좌절시킨 그 팀은 크리스탈 팰리스였고, 그 장소는 셀 허스트 파크였다.


그 이후로 셀 허스트 파크만 가면 아직까지 그 장면이 뇌리에 박혀있다. 매번 승리를 따내곤 했지만 그때의 기억이 잊혀지지 않았다. (특히, 수아레즈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셀 허스트 파크의 트라우마를 떨쳐내려면 더 큰 충격이 필요했다. 몇 번의 작은 승리로는 부족했다.


최근 원정 5경기 무승이라는 좋지 못한 기록을 세워가던 리버풀이 크리스탈 팰리스 원정길에 나섰다. 장소는 당연히 셀 허스트 파크. 원정 5경기 무승의 사슬을 끊어내는 것과 동시에 셀 허스트 파크의 트라우마도 끊어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토요일 황금 시간대 경기를 시청하였다. (말이 황금 시간대이지 경기장에 햇빛이 황금처럼 쏟아져 보는데 너무 눈부셨음)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ㅣ전반전


리버풀은 로테이션을 돌렸다. 모하메드 살라 대신 미나미노 타쿠미가, 커티스 존스 대신 케이타가 선발로 나섰다.(이제는 케이타보다 존스가 더 선발에 어울린다) 센터백은 토트넘전에 활약한 리스 윌리엄스 대신 마티프가 일주일 만에 얼굴을 비췄다. 반면 크리스탈 팰리스는 4-4-2 전형으로 아예유와 자하가 투톱으로 나왔다.


전반 3분 만에 미나미노가 EPL 데뷔골을 터뜨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마네가 건네준 볼을 침착하게 트래핑 한 후 골문 구석으로 꽂아 넣었다. 리버풀 이적 1주년 기념을 자축하는 골이었다. 확실히 기본기는 충분히 있는 선수인데 이번 기회로 좀 반등했으면 좋겠다.


이른 시간에 터진 선제 득점으로 긴장이 조금 풀렸는지 점점 팰리스에게 점유율을 내주었다. 확실하게 볼 소유를 하지 못하고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팰리스가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내며 리버풀의 수비를 공략했다. 그러나, 지난 경기에 베르바인이 있었다면 이번 경기에는 아예유가 있었다. 아예유는 슈팅 타이밍은 물론이고 패스 타이밍과 드리블까지 모두 말아먹으며 제대로 된 슈팅 하나를 날리지 못했다. 이것이 클래스의 차이인가 보다.


기회는 다시 리버풀에게 찾아왔다. 전반 35분 마네가 추가골을 터뜨렸다. 박스 바깥 혼전 상황에서 피르미누가 마네에게 패스를 했고, 마네는 패스를 받은 것과 동시에 터닝슛을 날려 득점을 성공시켰다. 골도 환상적이었지만 팰리스전 7경기 연속골이라는 마네의 기록도 환상적이었다. 가히, 크리스탈 팰리스 킬러다.


전반 44분, 몇 번을 돌려봐도 감탄이 나올 만한 골장면이 탄생했다. 역습 상황 시, 볼을 소유한 피르미누가 왼쪽 측면의 로버트슨에게 패스하였고, 로버트슨은 다시 전진하는 피르미누를 겨냥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피르미누는 기가 막힌 퍼스트 터치로 일대일 찬스를 만들었고, 오른쪽 하단 구석으로 툭! 차 넣으며 팀의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피르미누의 2경기 연속골. 득점 가뭄에 시달리던 피르미누가 부활의 날갯짓을 펴는 순간이었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ㅣ후반전


후반전은 말 그대로 골잔치였다. 리버풀은 시종일관 슈팅을 퍼부으며 전의를 상실한 팰리스를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특히, 영점 조준이 기가 막혔다. 기록적인 참패를 당했던 지난 아스톤 빌라전에서 빌라 선수들은 슈팅을 하는 족족 골을 성공시켰었는데 오늘은 리버풀 선수들이 그랬다.


후반 52분,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아놀드가 내준 패스를 헨더슨이 논스톱으로 중거리슛으로 골을 뽑아냈다. 헨더슨은 오늘 경기 내내 패스의 정확도가 조금 아쉬웠는데 골만큼은 완벽한 정확도를 보여주었다.

후반 55분에 마네가 아웃되고 살라가 투입됐다. 교체를 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인 것 같았는데, 역시나 마네는 '나 더 뛸 수 있어!'라고 하는 듯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불만을 품은 채 아웃되었다. 이후에는 옥슬레이드 챔버레인이 투입되며 실전 감각을 키웠다.


후반 68분, 살라의 전진 패스를 받은 피르미누가 로빙슛으로 골을 터뜨렸고, 후반 80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마티프가 헤딩한 볼을 살라가 재차 헤딩으로 연결하며 골을 터뜨렸다. 어느덧 스코어는 6-0까지 벌어져 있었고, 경기를 보던 나는 딴짓을 할 만큼 집중력과 긴장감이 흐트러졌다. 일찌감치 승리를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골은 후반 84분에 나왔다. 살라는 이른바 살라 존(ZONE)에서 그 어떤 수비의 방해 없이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찼다. 볼은 골키퍼가 손 쓸 수 없는 골문 상단으로 환상적인 궤도를 그리며 정확하게 들어갔다. 살라는 교체로 들어온 지 35분 만에 2골 1어시라는 위력을 보여주었다.


리버풀 선수들은 이후로 더는 무리하게 경기를 진행하지 않았고, 경기는 7-0 리버풀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En1_cYmXUAIfMuO.jpg 사진 출처 - twitter @miguelmuguchia


"축구팀은 오케스트라와도 같아서 각기 다른 사람들이 각기 다른 악기를 연주한다. 그들 중 몇몇 악기가 다른 악기에 비해 큰 소리를 내긴 하지만 모든 악기가 리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피르미누는 우리 오케스트라에서 12개의 악기들을 소화하고 있는 것처럼 뛰고 있다. 그는 우리 팀의 리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 위르겐 클롭 -


오늘 경기의 MOM은 당연히 '피르미누'가 뽑혔다. 2골 1어시라는 활약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공수 전환의 연결고리로써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클롭 감독은 피르미누가 언론에 질타를 받을 때도 그를 언제나 감싸며 지지해주었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이었다.


팀에는 빛나는 스타 선수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선수 둘 다 필요하다. 이 둘의 조화가 팀을 만들어낸다. 스타 선수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선수까지 챙기는 클롭 감독의 리더십이 훌륭하게 느껴졌다. 완전체 그 이상의 완전체를 향해 나아가는 리버풀의 20/21시즌 레이스가 더욱더 기대되는 이유다.


3시즌 연속 크리스마스 1위를 달성했다. 아마도, 콥들에게는 이것이 가장 큰 선물이지 않을까 싶다.



PS. 마지막으로, 울산 현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축하한다.



#해외축구 #리뷰 #리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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