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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EPL 17R] 사우스햄튼 vs 리버풀

- 해외축구 리뷰

by Sun


2021.01.05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울 때가 있고 웃을 때도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다'라는 어느 지혜자의 말은 진리인가보다. 압도적인 성적으로 승승장구하며 춤을 추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불과 1년 만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3연승으로 박싱데이를 마쳤던 2020년의 1월과 2무 1패로 박싱데이를 마친 2021년의 1월의 온도차는 극명하게 갈렸다.


객관적인 지표만 보자면 리버풀의 우위였다. 리버풀은 사우스햄튼을 상대로 5연승을 기록하고 있었고, 리그 평균 득점 및 실점 등 여타 수치에서 우위를 점했다. 반면에, 사우스햄튼은 최근 4경기 연속 무승에 레드먼드, 베스터고르 등의 주전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며 온전한 전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하센휘틀 감독의 가족 구성원이 코로나 확진을 받아 심리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우스햄튼은 리그 1위 리버풀이라는 대어를 잡아냈다. 하센휘틀 감독이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감격의 눈물을 흘린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사우스햄튼의 각오와 응집력은 오늘 리버풀 선수단보다 한 수 위였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ㅣ전반전


리버풀의 선발 명단에는 전문 센터백이 없었다. (웃픈 현실이다) 중앙 미드필더인 조던 헨더슨과 파비뉴가 센터백을 대체하고, 중원은 정말 오랜만에 선발로 나온 체임벌린과 티아고, 그리고 철강왕 베이날둠으로 배치됐다. 최전방과 최후방은 늘 그렇듯, 마누라 라인과 알리송이 나왔다.


전반 2분 만에 사우스햄튼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짧게 들어가는 볼을 아놀드가 놓쳤고, 대니 잉스가 마치 족구하듯이 볼을 반대편 포스트로 툭 차 넣었다. 지속적으로 수비 불안을 노출했던 아놀드의 수비력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는데, 세트피스 킥을 담당했던 워드 프라이스의 공에 스핀이 들어갔다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안일했던 수비였다. 아놀드의 부진의 끝은 대체 어디까지일까.


사우스햄튼은 초반부터 마치 게겐프레싱을 연상시킬 정도로 강한 압박을 가했다. 이에 리버풀은 당황했고, 빌드업 과정에서 미숙함과 실수를 여러차례 드러냈다. 또한, 3선 위치에 있던 티아고는 공격 줄기를 찾아 나서기도 전에 사우스햄튼 공격수들의 압박에 고립되며, 볼 공급을 원활하게 이끌어내지 못했다.

리버풀은 중반 이후, 아놀드를 센터백 라인으로 내리는 변형 쓰리백을 통해 후방 빌드업의 문제를 개선하며 며 사우스햄튼에 대응했다. 그러나, 공미로 나온 체임벌린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마네와 살라도 드리블 시도는 많았으나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내는데 실패하며 사우스햄튼의 수비를 뚫지 못했다.


결국 전반전은 0-1로 마무리 되었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ㅣ후반전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리버풀은 거세게 몰아붙였다. 후반 초반 점유율이 1대9일 정도로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였다. 사견을 덧붙이자면, 이 때 동점골을 뽑아내지 못했던 것이 결국 패배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분위기를 탈 때,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때 득점을 뽑아내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축구란 그런 스포츠다.


경기 중간에 페널티킥 논란이 될 만한 핸들링 반칙과 태클이 있었으나, 아무일 없이 지나갔다. 개인적으로, 핸들링 반칙은 VAR 온 필드 뷰를 봐야했던 거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후반 55분, 부진했던 체임벌린이 아웃되고 샤키리가 투입됐으나 별 다른 활약은 없었다. 사실 리버풀 선수들 모두가 별 다른 활약이 없었다. 75분이 되어서야 첫 유효슈팅이 나오고, 측면에서 활발히 움직인 마네는 워커피터스에게 막혀 고전하는 등 공격의 실마리를 전혀 찾지 못했다. (물론, 사우스햄튼의 미친 수비도 한 몫했다.)


결국, 전반전에 강하게 압박하고, 후반전에는 틀어막는 하센휘틀 감독의 전략이 완벽하게 통하며 사우스햄튼이 1-0으로 승리하였다. 여러 악재 속에서도 값진 승리를 거둔 사우스햄튼에게 박수를 건넨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혼돈의 EPL이다. 절대강자가 없다. 한 시즌 반짝은 있어도, 두 시즌 반짝은 없고, 한 시즌 독주는 있어도 두 시즌 독주는 없다. EPL이 재밌는 이유다.


오늘 경기를 패함으로써 리버풀은 추격팀들에게 선두를 내줄 기회를 열어주었다. 1위부터 7위까지의 승점 차가 고작 4점 밖에 되지 않는다. 몇 몇 팀의 경기 수가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격차다. 작금의 현실을 인정하고 실리를 추구하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리버풀이다.


버티고 버텨도 버틸 수 없을 때가 온다. 축구는 사람이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임시방편은 임시방편일뿐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지금 리버풀이 그 시점인 것 같다. 부상자들의 공백을 어찌어찌 막아왔으나 한계점에 도달한 건 아닌가 싶다. 공격진에서 결정력을 책임지는 조타와 최후방을 든든히 책임지는 반 다이크의 복귀가 시급하다.


다음 리그 경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노스웨스트 더비다. 안 그래도 자존심이 걸린 경기인데 마침 또 1위 vs 2위의 경기다. 양 팀의 현재 분위기가 사뭇 다르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았나. 처진 분위기를 한 껏 끌어올리기에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해외축구 #EPL #리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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