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EPL 22R] 리버풀 vs 브라이튼

- 해외축구 리뷰

by Sun


2021.02.04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화가 나서 리뷰를 쓰지 말까 고민했다. 홈에서 패배한 내용을 쓰는 게 치욕스럽다 쳐도 90분 내내 보여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2시간 동안 무엇을 본 건지 모르겠다. 정말이지 암 걸릴 만한 경기력이었다.


각종 기록과 역사를 다시 한번 쓰고 있는 올 시즌이다. 물론 안 좋은 쪽으로 말이다. 3라운드 아스톤 빌라전 참패를 시작으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기록을 다 보는 것 같다. 1984년 이후로 리그 홈 3경기 연속 무득점과 37년 만에 브라이튼전 패배는 15년 차 콥인 나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기록이다. 이러한 불명예스러운 기록들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일이었으니까. 심지어 홈 2연패도 무려 9년 전 일이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와 홈 무관중 경기,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이라는 핸디캡과 불운을 간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리버풀은 디펜딩 챔피언이 아닌가. 리그 17위 브라이튼을 상대로 홈에서 졸전 끝에 패배한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다. 적어도 경기력만이라도 좋았다면 그나마 위안이 되었을 텐데..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ㅣ전반전


리버풀은 늘 그렇듯, 4-3-3 포메이션으로 나왔다. 사디오 마네와 알리송 베케르가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는 비보를 들었는데, 두 선수의 공백은 제르단 샤키리와 퀴빈 켈러허가 대신했다. 이번에 새로 영입한 센터백 벤 데이비스와 오잔 카박의 깜짝 출전을 살짝 기대하긴 했으나 역시 무리였다. 센터백은 지난 경기와 동일하게 헨더슨과 필립스가 나섰다.


반면, 브라이튼은 3-5-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세 명의 센터백을 두어 중앙 수비 블록을 두텁게 하고, 좌우 윙백의 전진을 자제해 리버풀의 측면 플레이를 견제하는 수비적인 전술이었다. 특히나, 브라이튼은 스토퍼와 중앙 미드필더의 간격을 촘촘하게 좁히며 중원의 수비 밸런스를 강화했는데, 이것이 제대로 먹히며 리버풀의 공격을 완벽하게 무력화시켰다.


브라이튼의 촘촘한 수비 블록으로 인해 리버풀은 좀처럼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다. 관건은 좌우 하프 스페이스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였다. 그러나, 브라이튼은 하프 스페이스 공간마저 내주지 않는 끈끈함을 보이며 리버풀을 측면으로만 계속 몰았다. 측면으로 내몰린 리버풀이 할 수 있는 건 방향 전환과 크로스뿐이었다. 크랙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마네의 부재가 아쉽게만 느껴졌다.


결국 전반전은 브라이튼의 견고한 수비벽에 막혀 유효슈팅 하나 못 때리고 무득점으로 마쳤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ㅣ후반전


후반전은 샤키리가 오른쪽으로 재배치된 것 이외에는 큰 변화 없이 시작되었다. 초반에 피르미누가 몇 번의 찬스를 만들어 슈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수비벽에 가로막혔다. 피르미누는 전방에서 볼을 꽤나 잡았지만, 영향력도 영양가도 없는 플레이만 반복하며 기회를 날렸다.


후반 55분, 브라이튼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길게 날아오는 볼을 댄 번이 페널티 박스 안으로 헤딩했다. 필립스가 이를 막아내려고 했으나, 발이 닿지 않았고, 달려오던 레안드로 트로사르가 슈팅을 했다. 이 슈팅은 스티븐 아즐라트의 발을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후반 63분, 샤키리와 베이날둠이 아웃되고 오리기와 체임벌린이 투입됐다. 하지만, 팀의 에너지 레벨을 끌어올리거나 어떤 변화를 만들기에는 역량이 부족했다. 오히려 70분 대를 넘어가자 브라이튼이 여러 차례 유효 슈팅을 만들어냈다. 캘러허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점수차가 더 벌어졌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클롭 감독은 마지막 교체 카드로 커티스 존스를 투입했다. 하지만, 이 역시 아무런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리버풀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답답한 경기력 속에 0-1로 패배하였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지난 시즌 우승으로 인해 기대치가 높아진 탓일까. 좀처럼 패배를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패배 후유증도 꽤나 오래가는 것 같다. 승리를 하든, 패배를 하든 언제나 한결같이 들려오던 안필드의 응원 소리가 그립다.


다음 경기 상대는 리그 1위 맨체스터 시티다. 사실상 리그 우승 경쟁 궤도에 올라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만약, 맨시티를 상대로 승점 3점을 획득한다면,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러나, 패배하게 된다면, 올 시즌은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획득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극강의 수비력과 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리버풀이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한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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