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축구 리뷰
2021.02.01
I'm forever blowing bubbles~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홈 경기장 런던 스타디움에는 킥오프 전, 'I'm forever blowing bubbles'이라는 응원가와 함께 수백수천 개의 비눗방울이 등장한다. 이것은 웨스트햄만의 전통이자 문화인데, 어렸을 때 봤던 영화 '훌리건스' 이후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그 비눗방울들은 모두 *라이버 버드에 의해 터져 버렸다. 해머스의 비눗방울은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았다. 올 시즌 역대급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웨스트햄이었지만, 런던에만 오면 제법 무적 포스를 뽐내던 리버풀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실로 올 시즌은 런던 클럽팀을 상대로 성적(6승 1무)이 좋다.)
월요일 새벽 1시 30분의 경기였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을 만한 경기였다. 승리의 기쁨이 피곤함을 달래주었기 때문이다. 안개가 사뿐히 내려앉았던 런던 스타디움에서의 경기를 행복 회로를 돌려 가며 복기해본다.
* 리버풀 엠블럼 속의 상징 동물, 전설 속의 새
선발 라인업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수비수에는 나다니엘 필립스가, 공격수에는 디보크 오리기와 제르단 샤키리가 오랜만에 선발로 나왔다. 미드필더는 베이날둠이 3선에 배치되어 볼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고, 티아고와 밀너가 왕성한 활동량을 통해 미드필더 전 지역을 커버했다. 물론 세 명의 미드필더들은 가끔씩 스위칭을 하며 하프 스페이스를 공략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리버풀은 강점인 측면 공격을 통해 상대를 공략했다. 특히, 왼쪽 측면을 주로 살리며 웨스트햄의 수비수 도슨과 쿠팔을 고전케 했다. 리버풀의 풀백이 측면을 지속적으로 공략하자 웨스트햄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수비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었는데, 공격수들까지 수비 가담을 하게 됨으로써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리버풀은 웨스트햄을 지속적으로 압박함으로써 웨스트햄의 패스 타이밍을 죽이는 등 공격의 템포를 무력화시켰다.
생각보다 볼거리가 없었던 전반전에 돋보였던 선수는 리버풀의 수비수 '나다니엘 필립스'였다. 필립스는 수비적 안정감, 볼 경합, 제공권, 클리어링까지 웨스트햄의 공격진 특히, 안토니오를 상대로 수차례 우위를 보이며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이끄는 데 공헌했다. 필립스는 전반기 웨스트햄과의 맞대결에도 선발로 나와 좋은 활약을 보였었는데, 롱볼을 구사하는 팀을 상대로 좋은 상성을 보이는 필립스의 강점을 캐치해 선발로 내세운 클롭 감독의 안목과 지략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리버풀은 미드필더의 기동성과 하프 스페이스 공략의 정교함이 떨어지자 이른 시간에 교체를 단행했다. 베테랑 제임스 밀너가 아웃되고, 유망주 커티스 존스가 들어왔다. 여기서 재밌는 해프닝이 벌어졌는데, 이른 시간 교체에 의문을 표하던 밀너는 존스가 투입된 지 1분도 안 돼서 골에 관여하자 멋쩍은 웃음을 보여주며 클롭 감독을 찾아가 허깅을 했다. (밀너의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ㅋㅋ)
후반 55분, 커티스 존스가 오른쪽 측면으로 내준 볼을 살라가 컨트롤하며 상대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살라는 상대 수비수 두 명을 앞에 두고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날렸고, 볼은 포물선을 그리며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정말이지 살라다운 골이었다. 살라는 크리스탈 팰리스전 이후 리그 6경기 무득점을 깬 것과 동시에 리그 14호골, 4시즌 연속 20골 돌파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웨스트햄은 실점 직후 교체를 단행하고, 수비 라인을 올리는 등 분위기를 바꾸고자 했다. 제공권에 강점이 있는 만큼, 코너킥 상황 같은 세트피스를 만들어 동점골을 노리고자 했다. 그러나, 후반 67분, 웨스트햄의 코너킥을 가로챈 리버풀이 빠른 역습을 전개하며 추가골을 터뜨렸다. 아놀드가 왼쪽 측면을 가로질러 달리는 샤키리에게 롱패스를 했고, 샤키리도 전방에 있는 살라에게 논스톱으로 롱패스를 했다. 살라는 오른발 기가 막히게 트래핑한 후, 왼발로 가볍게 골문 안으로 차 넣었다. 정말이지 감탄사를 연발할 정도로, 가히 역습 스페셜에서나 나올만한 멋진 골장면이었다.
곧바로 샤키리 아웃되고 피르미누가 들어왔다. 사실 샤키리는 큰 활약은 없었으나 어시스트 한 방이 제 몫을 다했다고 본다. 후반 83분, 리버풀의 세 번째 골이 터졌다. 짧은 원투 패스로 공격 전개를 해 나가던 피르미누가 골문 앞에서 베이날둠에게 패스를 건넸고, 베이날둠은 가볍게 마무리를 지었다. 아놀드 - 피르미누 - 체임벌린 - 피르미누 - 베이날둠으로 이어지는 전개가 예술이었다.
후반 86분, 웨스트햄의 크레이그 도슨이 코너킥 상황에서 로버트슨의 헤더 클리어링 미스와 체임벌린의 선수 체킹 미스를 놓치지 않고 가로채 만회골을 터뜨렸다. 이후, 추가시간이 4분이나 주어졌지만, 별다른 하이라이트 없이 경기는 리버풀의 3-1 승리로 종료되었다.
리버풀은 레스터 시티를 밀어내고 3위로 올라섰다. 맨유와는 1점 차, 맨시티와는 4점 차다. (맨시티는 한 경기를 덜 치렀다) 승점차를 좁힌 것은 물론이거니와 선수들의 폼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도 굉장히 고무적이다. 티아고의 빌드업은 팀의 윤활유가 되었고, 2020년 월드 베스트 아놀드도 서서히 폼을 되찾고 있는 것이 보인다.
클롭 감독의 리버풀은 정말 축구를 잘한다는 게 느껴진다. 잇몸을 버티고 있는 저력이 이 정도라는 게 놀랍다. 부상 악령만 아니었다면 올 시즌도 독주를 달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이제 남은 건 센터백이다. 이적시장 닫히기 전에 제발..
[20/21 EPL 21R] 웨스트햄 vs 리.. : 네이버블로그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