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EPL 20R] 토트넘 vs 리버풀

- 해외축구 리뷰

by Sun

2021.01.29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금요일 아침이다. 1월 한 달 동안 쌓였던 답답함과 침통함이 말끔하게 해소되는 느낌이다. 영하로 내려간 추위도 승리의 열정을 식히지 못한다. 그만큼 오늘 리버풀이 쏘아 올린 승리의 축포가 뜨겁다.


2021년 리그 첫 승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것도 토트넘 원정에서 이루어 낼 줄은 몰랐다. 현재 순위가 어찌 됐든, 토트넘이 만만치 않은 상대임은 분명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순간마다 토트넘을 상대로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고소하다는 생각이 든다.


선두 맨체스터 시티와 승점 차를 4점으로 좁히며(물론, 시티가 한 경기 덜 치렀지만), 다시 한번 우승 경쟁을 향한 레이스를 이어나갈 수 있는 토대를 확보했다. 조만간 맞대결도 남아 있는 만큼, 희망의 끈을 놓기엔 아직은 섣부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ㅣ전반전


파비뉴가 부상당했다는 비보와 동시에 헨더슨의 선발 출전 소식이 들려왔다. 이걸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참 모르겠다. 미드필더 라인은 기동성이 좋은 베이날둠과 밀너가 3선을 커버하고, 티아고가 간만에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벗어나 조금 더 높은 위치에 배치되었다. 공격도 마누라 라인이 가동됨에 따라 오늘은 왠지 골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초반부터 경기 속도가 빠르게 진행됐다. 전반 1분 만에 마네가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 슈팅을 날리는가 하면, 전반 2분에는 손흥민이 속공으로 골을 터뜨렸다. 물론, 손흥민의 골은 VAR 판독 후 오프사이드로 판정되어 취소되었다. 십년감수했다.

두 팀의 경기 전술은 전반기 맞대결과 동일했다. 리버풀은 수비 라인을 높은 위치에 형성하며 주도권을 쥐었고, 토트넘은 한 발 물러서서 카운터 어택을 노렸다. 이런 경기 전개 때문인지 전반 내내 아슬아슬함과 팽팽한 흐름이 감돌았다. 토트넘은 5-3-2 포메이션을 축으로 삼아 리버풀의 중원과 공격을 무력화시켰는데, 리버풀은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티아고와 밀너 등 활동량이 좋은 미드필더들의 위치를 수시로 바꿔가며, 토트넘의 풀백 도허티와 오리에 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기회를 만들어나갔다.


시간이 갈수록 마네가 슈팅과 유효슈팅을 늘려가면서 공격 기회를 창출했다. 그리고 전반 49분, 드디어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토트넘의 뒷공간을 노린 헨더슨의 롱패스를 마네가 침투하며 받아냈고, 중앙으로 쇄도하던 피르미누에게 땅볼 크로스를 건넸다. 피르미누는 군더더기 없이 볼을 골대 안으로 차 넣으며 토트넘 킬러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토트넘전 6경기 5골)


리버풀은 2021년 리그 첫 골이자 리그 5경기 만에 터진 값진 골에 힘입어 전반전을 1-0으로 마쳤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ㅣ후반전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양 팀이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토트넘은 2장의 교체를 단행했는데 부상당한 케인 대신 라멜라가, 부진했던 오리에 대신 윙크스가 투입됐다. 리버풀 역시 부상당한 마팁 대신 필립스가 투입됐다. 추후에 듣기로 마팁은 발목 인대가 나갔다고 하는데, 이쯤 되면 그냥 은퇴해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적어도 1경기는 뛰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45분이라니..


리버풀은 토트넘이 전열을 가다듬기도 전에 맹공격을 가했다. 전반부터 좋은 몸놀림을 보여주던 마네가 왼쪽 하프 스페이스에서 박스 안으로 들어오며 슈팅을 날렸다. 요리스 골키퍼는 볼을 반대 방향으로 쳐냈지만, 쇄도하던 아놀드가 흘러나온 볼을 반대편 포스트로 꽂아 넣으며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곧바로 토트넘이 만회골을 터뜨렸다. 후반 48분, 측면에서 베르바인이 중앙으로 흘린 볼을 호이비에르가 그대로 슈팅을 가져갔다. 볼은 알리송 골키퍼가 막을 수 없게끔 우아한 궤적을 그리며 상단 구석에 꽂혔다. 마치, 스티븐 제라드가 강림한 것 같은 중거리슛이었다.

한 골을 만회한 토트넘은 동점을 만들기 위해 라인을 올리며 공격에 무게를 두었다. 토트넘이 올라오자 리버풀도 리버풀다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도허티의 배후 공간을 노리는 패스를 비롯해 빠른 타이밍의 공수 전환이 많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살라가 역습을 통해 환상적인 골을 터뜨렸으나, 역습의 시발점이었던 피르미누가 핸드볼 파울을 범해 골이 취소되었다.


후반 65분, 오른쪽 측면에서 역습 기회를 잡은 아놀드가 전방으로 얼리 크로스를 올렸고, 토트넘 수비수 조 로든이 볼 처리 타이밍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며 쇄도하던 마네에게 흘러갔다. 마네는 지체하지 않고 왼발 슈팅을 날렸고, 팀의 세 번째 득점을 뽑아냈다.


사실상 승기를 잡은 리버풀은 중앙 미드필더의 기동력이 저하됨에 따라 붕대 투혼을 보여주던 티아고를 빼고 커티스 존스를 투입했다. 86분에는 피르미누가 아웃되고 오리기가 투입되었다. 토트넘 역시 베르바인이 아웃되고, 베일이 투입됐으나, 케인이 없는 토트넘은 공격의 활로를 전혀 찾을 수 없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토트넘은 남은 시간 동안 아무것도 못하며, 경기는 리버풀의 3-1 승리로 종료되었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어느덧 토트넘 상대로 7연승이자 3시즌 연속 더블이다. 팀 상성상 딱히 유리한 입장도 아닌데 토트넘을 이렇게나 잘 잡는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무엇보다 아놀드의 부활이 돋보였다. 오늘 경기에서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MOM으로 선정되었다. 충분히 자신감을 얻은 만큼 지난 시즌 같은 폼을 더욱더 끌어올렸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마팁과 파비뉴의 부상으로 센터백이 진짜 절실히 필요한데, 1월 내내 링크 떴던 스벤 보트만, 무스타피, 벤 화이트, 오잔 카박, 수보티치, 다비드 알라바, 우파메카노 등등 진짜 한 명만이라도 데리고 오면 안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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