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EPL 23R] 리버풀 vs 맨체스터 시티

- 해외축구 리뷰

by Sun

2021.02.08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우승 경쟁은 끝났다. 현재의 위치와 실력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남은 경기들과 현실적인 목표에 집중해야 할 터이다. 홈에서의 굴욕적인 패배는 상처가 크지만, 상대가 리그 13연승을 달리고 있던 맨체스터 시티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마음을 먹었던 일이다.


리버풀은 58년 만에 홈 3연패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달성했고, 맨시티는 2003년 이후로 안필드 원정 무승(6무 13패)의 고리를 끊어냈다. 특히나, 펩 과르디올라는 안필드 원정에서 첫 승(1승1무5패)을 만끽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절정의 폼을 보여주고 있는 맨시티의 미드필더 '일카이 귄도간'과 리버풀의 중원을 책임지고 있는 핵심 미드필더 '티아고 알칸타라'의 대결 구도가 경기 전부터 이슈가 되었다. 공교롭게도 귄도간과 티아고는 상대팀 감독과 사제 관계이기도 했다. 물론, 이 대결은 한쪽의 일방적인 완승으로 판결이 났지만..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ㅣ전반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신입생 '오잔 카박'의 EPL 데뷔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리버풀은 또다시 파비뉴-헨더슨으로 센터백을 꾸렸고, 미드필더는 티아고-베이날둠-존스, 공격수는 마누라 라인으로 나섰다. 이 글을 쓰면서도 느끼는 것이지만, 선발 라인업이 점점 지루하고 진부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변화가 필요하다.

맨체스터 시티는 절정의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는 디아스-스톤스가 센터백으로 나왔고, 왼쪽 풀백은 진첸코, 오른쪽은 칸셀루가 나왔다. 미드필더는 로드리가 3선을 받쳐주고, 귄도간과 베르나르두 실바가 공격적으로 움직임을 가져가는 역삼각형 형태로 나왔다. 공격수는 좌우 스털링과 마레즈, 전방에는 포든이 펄스 나인 역할을 맡았다.

전반 2분 만에 티아고가 거친 태클로 경고를 받았다.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로 나온 티아고에게 이른 시간의 경고는 수비에서의 과감함과 터프함을 잃어버리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맨시티는 순간순간 미드필더 위치를 변경하면서 전방 압박을 통해 리버풀의 빌드업을 괴롭혔다. 특히, 공격할 때는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고, 수비할 때는 수비 숫자를 많이 가져가는 전술을 통해 공수 양면에서 탄탄함을 보여주었다. 경기를 보면서 맨시티가 축구를 정말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면, 리버풀은 초반에 수비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이런 신중한 플레이는 전반 20분 동안 두 팀의 슈팅 총합을 1로 이끌었고, 경기장 내에 긴장감이 팽팽하게 흐르도록 만들었다. 전반 중반 이후, 견고한 맨시티의 중앙 수비 블록을 타파하기 위해 리버풀은 공격 방향을 중앙에서 측면으로 변경하였다. 이를 통해 볼 소유권을 늘려감과 동시에 점유율과 경기력을 반등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전반 35분, 왼쪽 측면에서 아놀드를 제치며 박스 안으로 침투하던 스털링이 파비뉴에게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귄도안은 자신 있게 볼을 찼지만, 볼은 크로스바 위로 뜨고 말았다. 전반기 맞대결에서 케빈 데 브라위너의 실축이 오버랩되는 장면이었다.


결국, 전반전은 득점 없이 0-0으로 끝이 났으나, 팽팽했던 긴장감 덕분에 0-0 이상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전반전이었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ㅣ후반전


생각보다 잘 버텨준 전반전의 경기력 덕분에 후반전에 내심 기대를 하였다. 그러나, 그 기대는 후반전이 시작한 지 4분 만에 맨시티의 선제 득점으로 인해 허공으로 소멸되었다. 후반 49분, 박스 안으로 침투한 스털링이 포든에게 패스를 건넸고, 패스를 받은 포든은 슈팅을 날렸다. 알리송 골키퍼가 슈팅을 쳐냈으나, 흘러나온 볼을 귄도간이 마무리하며 득점을 뽑아냈다.


리버풀도 커티스 존스가 간간히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상대적으로 공수 간격이 넓다 보니 공격 지원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후반 61분, 아놀드가 전방으로 찔러준 패스를 살라가 디아스와 경합에서 반칙을 유도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살라는 침착하게 슈팅을 날렸고, 리그 16호 골에 성공했다.


후반 66분, 리버풀은 2장의 교체 카드를 연달아 사용했다. 티아고와 존스가 아웃되고, 샤키리와 밀너가 투입됐다. 중원에서의 활동량을 늘리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후반 73분 이후로 10분 동안 리버풀은 융단 폭격을 맞으며 패배의 그림자를 띄웠다.


후반 73분과 76분, 알리송 골키퍼가 연달아 패스미스를 범하며 귄도간과 스털링에게 실점을 내주었다. 전의를 상실한 리버풀은 83분에 포든에게마저 추가 실점을 하며 12년 만에 홈에서 4실점을 허용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또 하나 추가했다.


결국, 경기는 리버풀의 1-4 패배로 종료되었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임시방편은 크리스마스까지가 한계였던 것 같다. 임시방편은 말 그대로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이다. 임시방편의 지속화는 오히려 과부하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특히나, 리버풀은 최근 2년간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위해 너무 많이 달렸다. 여기에 주전 센터백들의 줄부상까지 겹치며 잇몸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치를 초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쪼록, 리버풀의 풀전력이 보고 싶은 날이다.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알리송 골키퍼의 실수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알리송의 실수가 뼈아프긴 했지만, 인생이란 게 언제나 완벽할 수만은 없는 것 아닌가. 그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이룩할 수 없었던 성과들을 복기해보면 그렇게까지 비난할 거리는 못된다고 생각한다.


리버풀의 레전드 제라드도 그렇지 아니했는가. 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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