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여행의 이유

- 여행을 통해 여행의 이유를 알아가다

by Sun


나에게 여행은 무엇일까? 나는 어떠한 이유로 여행을 할까? 여행을 통해 내가 깨닫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는 왜 여행을 좋아하는 걸까?

여행의 본질에 대해 묻고 사유하게끔 하는 책이다. 작가는 자신의 여행담을 반추하며 여행을 하는 이유 9가지를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로 서술해나간다. 가볍게 읽으려고 골랐던 책인데 생각보다 무게감이 있었고, 무엇보다 작가님이 글을 너무 잘 쓰셔서 놀랐다. 여행 에세이라고 정의하기에는 표층 플롯과 심층 플롯을 엮어내는 구조가 너무나도 탄탄했고, 소설이라고 정의하기에는 여행에 관한 작가의 개인적인 철학과 버라이어티적인 생생한 경험담들이 돋보였다. 그러니까 이 책의 장르는 에세이와 소설 중간 그 어딘가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오디세우스의 여행기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여행자로서의 태도와 낯선 자의 대한 환대의 개념을 도출해내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는 앞으로 내가 여행을 하게 될 때, 노바디와 섬바디의 정체성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고, 전 지구적인 환대의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 여행자로서 어떠한 책임과 의무가 있는지 일깨워주었다. 이외에도 작가가 경험한 여행의 이유들을 여럿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이유는 무엇인지 나의 여행담을 떠올리며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의 첫 여행지는 남아메리카 대륙의 ‘브라질’이었다. 이전까지 해외여행 경험이 전무했던 나에게 브라질은 시작부터 난이도 최상급의 여행지였다. 지금 생각하면 소녀감성 넘쳤던 스물세 살의 어린 꼬마가 어떻게 2주간의 브라질 여행을 홀로 감내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아마도, 그 원천은 낯선 땅과 낯선 타자들 속에서 기꺼이 삶을 살아내려는 ‘용기’가 아니었나 싶다. 마치, 지구라는 낯선 땅에서 낯선 타자들과 함께 삶을 살아내는 우리의 인생처럼 내게도 살고자 하는 ‘용기’가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결국, 그때의 그 여행은 내가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20대를 용기 있게 버티고 살아갈 수 있게 된 거대한 자양분이 되었다.

나는 여행의 이유를 앎으로써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함으로써 여행의 이유를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여행들을 통해 자신 만의 여행의 이유를 차곡차곡 쌓아갔던 김영하 작가님처럼, 나 역시 다양한 여행들을 함으로써 내 삶 속에 나만의 여행의 이유들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비축된 여행의 이유들이 점점 단련되어 내가 앞으로 살아갈 삶에 힘과 용기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고로, 곧 마주할 30대를 살아갈 자양분을 얻기 위해 조만간 여행을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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