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레니얼 세대의 현상을 바라보며
저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 베스트셀러 혹은 스테디셀러, 유명한 작가 혹은 좋아하는 작가, 책의 제목 혹은 책의 내용, 취향 혹은 느낌 등등. 내가 이 책을 고르게 된 기준은 두 가지였다. ‘좋아하는 작가’ 그리고 ‘책의 제목’. 다른 기준들은 내가 이 책을 곧잘 구매하는데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그만큼 정지우 작가의 신간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는 내게 강렬했다.
정지우 작가를 알게 된 건 페이스북에서 누군가가 공유한 글을 통해서였다. 보통 글을 읽으면 글쓴이의 생각과 마음, 더 나아가 내면의 삶과 가치관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는데, 읽자마자 작가의 이상향과 지향점이 너무나도 다정다감하고 건강하게 느껴졌다. 글을 통해 삶의 분위기를 바꾸는 정지우 작가는 아마 내가 본 작가들 중에 가장 따뜻하고 건강한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
정지우 작가를 좋아하게 된 이유에는 시대를 바라보는 남다른 통찰력도 한몫했다. 단순히 인문학적 지식을 전하는 글을 넘어서 시대와 구조를 명민하게 바라보고, 인간의 삶이라는 거대한 내러티브 속에 담긴 사회•문화 현상의 부조리를 예리하게 진단해낸다. 특히, 청년 문제, 젠더 갈등, 개인과 공동체 등과 같은 첨예한 대립을 낳는 이슈들을 다루는 그의 글은 깊은 공감과 동의를 자아낸다. 어쩌면 이러한 휴머니즘적인 요소가 그의 책을 인간미 넘치는 매력적인 책으로 변모시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묘미는 작가도, 내용도, 아닌 제목에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라는 제목을 보면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면서도 불가항력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인스타그램은 이미지를 생산하고, 이미지를 소비하며, 이미지에 열광한다. 그러나, 그 이미지가 우리의 삶에서 실제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상향 평준화된 이미지가 가득한 인스타그램 속의 현상은 피드 이면에 숨어 존재하는 힘겹고 고단한 현실을 소외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상과 현실의 분열이라는 현 세태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책의 제목은 함축적 의미가 있고, 시의적절하다.
이미지로 인한 소외 현상이 발생하면서 새로운 격차가 등장한다. 바로, ‘이미지의 소유’에 의한 격차다. 기존에는 더 많은 ‘자본의 소유’로 격차를 벌려나갔다면, 이 시대는 더 나은 ‘이미지의 소유’로 격차를 벌려나간다. 무서운 건 실재하지 않는 ‘이미지의 소유’ 역시 자본 못지않은 상대적 박탈감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을 둘러싼 계급 간의 투쟁으로 역사가 전개된다고 하였는데, 현 세태를 보면 투쟁의 근원인 ‘자본’이 ‘이미지’로 대체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이미지의 소유’에 집착하고 투쟁한다. 비약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미래에는 ‘자본’이 아닌 ‘이미지의 소유’ 정도로 계급이 판가름 나는 시대가 올 것 같은 예감도 든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이상과 현실의 분열은 젠더 이슈로, 또 개인과 공동체로 나아간다. 이곳에서도 소외는 발생한다.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들을 둘러싼 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히 우리 시대에 실존한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공생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의 시선은 어디를 향해 있어야 할까?
이 책은 밀레니얼 세대가 겪는 우리 시대의 사회적 이슈와 담론을 간결한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다. 그리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밀레니얼 세대가 정말로 바라봐야 할 이미지는 무엇인지, 정말로 읽어야 할 메시지는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분열이라는 안개에 사로잡혀 시대를 읽는 본질을 놓치지 말고, 이미지의 환각 속에서 벗어나 진실된 시야를 밝히라고 권고하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는 희망도, 절망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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