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에 철학을 적용하다
삶에서 철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생산성과 효율성에 기반한 실용주의가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철학이라는 느리고 미련한 사유의 학문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과연 존재할까? 만약 그렇다한들, 현시대에 철학의 생존율은 과연 얼마나 될까?
철학과가 사라지고, 철학이라는 단어가 멀게만 느껴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철학으로부터 파생되는 교양과 상식이라는 개념들이 세상 속에서 빛을 잃어가고 있다. 견고하게 쌓인 철학적 토대가 없으니 어떠한 지식들을 쌓아도 교양과 상식으로 승화되지 못한 채, 위기라는 바람 앞에 속절없이 흩날리게 되는 것이다. 상황을 개인에게로 국한해도 마찬가지다. ‘교양이 없는 전문가보다 위험한 존재는 없다’라는 말처럼, 교육은 수백 시간 받았어도 교양은 1도 쌓이지 않는 빈껍데기 전문가만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코 철학을 외면시하고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현실이다.
이 책은 이러한 오늘날의 세태를 비판하면서 철학적 사고를 도외시하는 삶으로부터 탈출하라고 설파한다. 그리고 50가지의 철학 사상을 통해 사람, 조직, 사회, 사고라는 네 가지의 콘셉트를 삶의 상황과 맥락에 따라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또한, 철학적 사고의 프로세스와 철학적 물음이라는 두 축이 우리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배워나갈 수 있는지를 실제적으로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었다. 그 이유는 책을 읽는 당시에 ‘악의 평범성’의 의미를 적확하게 보여주는 사회적 이슈(n번방 사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무비판적인 시스템 속에서 평범한 사람도 극악무도한 악을 자행할 수 있다는 사상을 개념이나 역사가 아닌 지금 이 시대의 사회적 현상으로 마주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끔찍했다. 다시금 인간의 악한 본성에 대해 고찰해보면서, 악한 시스템의 암묵적 동의 속에서 무비판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관행과 구조에 대한 비판과 징벌 그리고 개혁의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악은 소멸되지 않고 또 다른 형태로 변이 될 것이라는 점을 내가 읽은 책을 통해, 또 내가 사는 사회를 통해 뼈저리게 배울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은 제목의 묵직함과는 달리 전반적으로 가벼운 느낌이었다. 여러 가지 철학적 사상들을 넓고 얕게 훑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철학을 살짝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줄 만한 철학 입문서라고 생각된다. 다만, 그로 인해 사상의 깊이가 다소 부족하고, 철학적 사고를 통한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철학적 사고를 가지지 않고서는 인간을 이해할 수 없고,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철학은 삶의 본질에 대한 물음에 끝없이 변증하며 답을 찾아가는 우리의 인생과도 같기 때문이다. 철학이 부재한 이 시대에, 삶의 근간이 되는 철학을 탐구하고, 또 나만의 철학을 정립해 주체적으로 살아간다면, 정신없고 복잡한 이 세상을 꿋꿋이 버텨나갈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철학은어떻게삶의무기가되는가 #야마구치슈 #서평
#SUN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