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축구 리뷰
2021.03.01
4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리그 최하위팀을 상대로 거둔 승리인지라 승리의 가치가 다소 퇴색될 수도 있지만, 현재 리버풀의 맥락과 흐름을 고려한다면, 과소평가할 만한 승리는 아니다. 충분히 반등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승리다. 심지어 무실점 완승이다.
매번 머리를 감싸며 꾸역꾸역 경기를 지켜보다가 간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끝까지 지켜봤다. 승점 3점을 가져오지 못했다면 '니가 가라 챔스'를 시전하는 꼴이 되었을 텐데, 다행히도 승점 3점을 챙김으로 인해 챔스 티켓 경쟁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시즌 대비 충격적인 올 시즌을 보내고 있는 양 팀의 대결. 충격의 폭탄 돌리기는 결국 셰필드에게 향했다. 셰필드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잔류의 희망보다는 강등의 그림자가 더 가까워지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닐런지..
불운도 이런 불운이 없다. 알리송 골키퍼의 충격적인 부친상과 디오고 조타의 질병 등, 주전 선수들의 일부가 선발 라인업에 또다시 제외되었다. 계속되는 선수 이탈 현상에 어쩌면 리버풀의 베스트 일레븐을 보는 건 이번 시즌에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드리안 골키퍼가 오랜만에 선발로 나온 가운데, 올 시즌 가장 다사다난한 포지션인 센터백은 다시 한번 카박과 필립스가 나섰다. 중원은 3선의 베이날둠과 2선의 티아고와 존스가 역삼각형 형태로 구성했고, 공격수는 마누라 라인이 나섰다.
셰필드는 파이브백을 들고 나왔다. 강등권팀답게 수비에 무게를 두면서 실점하지 않고 버티다가 역습 한 방을 노리겠다는 전략이었다. 물론 셰필드 역시 주전 수비수들의 부상으로 온전한 수비 라인을 형성하기 어려웠지만, 그들에겐 램지데일 골키퍼가 있었다.
사실상 전반전은 램지데일 골키퍼의 향연이었다. 램지데일 골키퍼는 전반 9분 피르미누의 일대일 찬스를 막아낸 것을 기점으로 29분 살라의 슈팅, 31분 아놀드의 슈팅, 38분 베이날둠의 슈팅까지 모조리 막아내며 승부의 균형에 흠이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전반전은 리버풀의 우세한 경기 흐름에도 불구하고 0-0으로 마무리되었다.
후반전이 되자 리버풀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아놀드와 존스가 더 높은 위치로 전진하며 셰필드의 수비를 지속적으로 공략했고, 베이날둠도 과감한 전진 드리블로 상대 수비 간격에 균열을 초래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후반 48분, 커티스 존스의 선제골로 빛을 발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오버래핑을 시도한 아놀드가 라인 밖으로 나갈 뻔한 공을 가까스로 크로스 했고, 박스 밖으로 흘러나온 볼을 커티스 존스가 침착하게 득점에 성공했다. 올 시즌 존스의 1호 골이었다.
선제골이 터지자 경기 템포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셰필드는 교체 카드를 사용하며 공격에 비중을 높이며 라인을 올렸다. 리버풀도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후반 53분, 로버트슨의 스루패스를 받은 마네가 득점에 성공했지만, 오프사이드에 걸려 취소되었다.
공격 시에 다섯 명의 선수를 전방에 배치시키며 셰필드의 수비를 교란시키던 리버풀은 후반 64분 추가 득점을 쏘아 올렸다. 피르미누가 상대 진영 하프 스페이스에서 원투 패스를 주고받으며 박스 안으로 들어가 슈팅을 날렸고, 슈팅은 상대 선수의 몸에 맞고 굴절되며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오늘 경기 내내 아쉬운 모습만 보여주었던 피르미누는 득점 과정에서 볼 간수와 드리블 스킬을 유감없이 뽐내며 부진을 만회했다. 피르미누의 골은 리버풀의 1부 리그 통산 7천 번째 리그 골이었는데, 후에 자책골로 정정되며 조금 멋쩍은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두 골 차로 앞서 나가게 된 리버풀은 티아고와 존스를 빼고 밀너와 케이타를 투입시키며 체력 안배와 동시에 부상자들에게 실전 감각 기회를 부여해주었다. 조급할 게 없던 리버풀은 남은 시간까지 두 골 차의 스코어를 잘 지켜내며 경기는 리버풀의 2-0 승리로 종료되었다.
아놀드가 돌아왔다. 월드 클래스 라이트백의 폼이 돌아왔다.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그의 플레이는 공격과 수비 모두 합격 그 이상이었다. 아놀드는 키패스 3회, 빅찬스 메이킹 1회, 드리블 시도 2회, 슈팅 3회와 클리어링 1회, 태클 2회, 인터셉트 2회의 스텟을 기록하며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빼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수비가 살아나야 공격도 살아난다. 올 시즌 리버풀이 부진한 것도 결국 수비의 붕괴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공격수들이 마음 놓고 상대 진영에 머무를 수 있고, 풀백들이 자유롭게 오버래핑을 할 수 있는 것도 후방이 탄탄해야 가능한 일이다. 왜 공격수의 부상보다 수비수의 부상이 팀에게 더 큰 손실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오늘 경기에서 리버풀의 수비가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고는 하지만 완벽하게 수비를 해냈다고는 볼 수는 없다. 여전히 엉성한 라인 컨트롤을 보여주었고, 뒷공간을 허술하게 내어주는 모습이 발견되었다. 더군다나, 셰필드가 리그 최하위팀이라는 점 역시 간과할 수는 없다.
따라서, 리버풀이 정말로 반등했음을 보여주는 진정한 시험대는 아마 다음 경기(첼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