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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EPL 38R] 리버풀 vs 크리스탈팰리스

- 해외축구 리뷰

by Sun


2021.05.24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2020/2021 시즌 EPL이 막을 내렸다. 코로나의 여파 속에서 치러졌던 장정 10개월 간의 대서사가 종결된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다사다난했던 시즌이었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기이한 시즌이었다. VAR, 무관중, 부상, 대참사, 슈퍼리그 창설까지 온갖 이슈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정신 없던 시즌이 아니었나 싶다.


시즌의 말미는 항상 누군가에게는 슬픔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기쁨으로 다가온다. 강등을 확정 지은 풀럼, 웨스트브롬위치알비온, 셰필드 유나이티드에게는 슬픔으로 다가왔을 것이며, 우승을 확정 지은 맨체스터 시티에게는 기쁨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 밖에도 간 발의 차로 UCL 티켓을 날린 레스터 시티는 슬픔으로, 어부지리로 UCL 티켓을 얻은 첼시는 기쁨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리버풀은 어떠한가? 리버풀의 입장에선 기쁨으로 마침표를 찍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리버풀은 시즌 초부터 선수들이 줄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파비뉴 시프트, 유스 기용 등의 임기응변으로 12월까지 리그 1위를 지켜가며 어떻게든 버텨냈다. 그러나 빈약한 스쿼드의 한계와 공격수들의 부진이 겹치며 홈 6연패와 함께 리그 8위로 추락하는 시련을 겪고 말았다. 하지만 시즌 막판 엄청난 뒷심을 발휘하며 마지막 10경기서 8승 2무라는 호성적 끝에 리그 3위를 차지했다. 리그의 마지막 경기였던 크리스탈 팰리스전까지 잡으면서 말이다. 그 누구보다 드라마틱한 해피엔딩이지 않은가?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ㅣ전반전


대망의 마지막 라운드 선발 라인업은 지난 경기와 동일하게 구성됐다. 그러나 이번 라운드는 리버풀에게만 관심을 가질 수가 없었다. 아직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어도 리버풀의 승리를 확신하기 전까지는 동시간대에 진행하는 챔피언스리그 경쟁팀들의 경기도 지속적으로 체크하면서 봐야만 했다. (이것이 마지막 라운드가 주는 긴장감이자 묘미지!)


전반 초반부터 리버풀은 측면을 빠르게 공략하는 공격 패턴을 가져가며 팰리스를 압박했다. 팰리스의 좌우 간격이 좁은 점을 보고 측면 공격을 전개한 셈이었으나, 마무리에서의 정교함이 떨어지며 번번이 기회를 날렸다. 팰리스 역시 자하를 활용하여 리버풀의 뒷공간을 노리는 전략을 들고 나왔으나, 공격 전환 자체가 매끄럽게 되지 못하며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하였다.


전반 중반쯤, 레스터 시티가 득점했다는 소식에 긴장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더구나 아놀드의 백패스 실수로 위험천만한 상황까지 발생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수비를 하던 필립스의 이마가 찢겨 지혈을 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좋지 못한 상황이 연이어 발생하자 괜스레 우려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모든 우려는 전반 35분, 마네의 선제골로 시원하게 씻겨 내려갔다. 마네가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세컨드 볼 경합 과정에서 승리하며 득점을 뽑아낸 것이다. 이번 골로 마네는 크리스탈 팰리스전 8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크리스탈 팰리스 킬러로서의 명성을 보여주었고, EPL 7시즌 연속 10골 이상 득점이라는 기록까지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팰리스는 실점 후, 리버풀을 빠르게 압박하며 공격 전환을 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리버풀은 무리하지 않은 채 경기를 노련하게 운영해나갔고, 결국 1-0으로 앞선 채 전반전을 마무리하였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ㅣ후반전


전반 종료 이후, 챔피언스리그 경쟁팀인 레스터 시티는 1-1로 비기는 중이었고, 첼시는 0-1로 지고 있는 중이었다. 리버풀 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었다. 이대로만 끝난다면 리버풀의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100% 확정이었기 때문이다.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리버풀은 빠르게 상대의 뒷 공간을 노렸다. 득점왕 경쟁에 불이 붙은 살라의 움직임이 상당히 돋보였다. 아놀드 역시 좋은 움직임을 선보이며 활발히 오버래핑을 하였다. 이러한 움직임의 결과로 리버풀은 다수의 코너킥을 만들어내며 공격의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후반 중반 이후로는 피지컬을 겸비한 팰리스의 수비 위치 선정이 돋보였다. 살라는 팰리스의 맨마킹 수비에 고전하며 성급한 플레이(물론 득점왕에 대한 욕심 때문도 있었겠지만)를 보여주었다. 수비가 안정된 팰리스는 점점 라인을 올리면서 공격 기회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후반 73분, 마네가 추가골을 터뜨렸다. 팰리스의 공격을 끊어낸 리버풀은 곧바로 역습을 이어나갔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마지막에 볼을 받은 마네가 슈팅을 날렸고, 볼은 상대의 수비를 맞고 살짝 굴절되어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네는 이 날 필요할 때 선제골을 넣어주고, 간절할 때 추가골을 넣어주면서 그동안의 부진을 모두 만회하는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


후반 77분에는 오늘 경기를 끝으로 리버풀을 떠나게 될 베이날둠이 기립 박수를 받으며 교체 아웃되었다. 후반 90분에는 로버트슨과 피르미누가 아웃되고 조타와 체임벌린이 투입되었다. 경기종료 시간이 다가오자 레스터 시티와 첼시의 패배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제 남은 것은 마음 편하게 경기 종료 휘슬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경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떠한 전술 변화도 없이 무미건조하게 진행되었다. 그 시간 동안 리버풀은 2골을 넣은 것이고. 결국 경기는 리버풀의 2-0 승리로 종료되었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잘 가라 베이날둠!


네덜란드 출신의 조르지오 베이날둠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리버풀을 떠난다. 그는 2016/2017 시즌부터 지금까지 5년 동안 잔부상 없이 리버풀에서 뛰면서 철강왕, 활동량, 성실함이라는 아이콘의 대명사로 팬들의 사랑을 차지했다. 특히, 그는 리버풀의 UCL 복귀를 알렸던 미들즈브러전 선제골, 맨시티전 결승골, 바르셀로나전 멀티골 등, 팬들의 기억 속에 각인될 만한 결정적인 골들을 여럿 터뜨려주었기에 개인적으로도 진한 애착이 가는 선수였다. 그런 그가 떠난다니 참으로 아쉽게만 느껴진다. 이제는 '돌고 돌아 헨밀둠'이라는 유행어를 다시는 못 쓴다는 것이 아쉽고, 중원에서 개싸움을 펼치며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못 본다는 것이 아쉽다. 아무토록, 리버풀에 좋은 추억들을 많이 선물해주고 간 만큼, 그 역시도 새로운 팀에 가서 좋은 활약과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



리버풀은 결국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다. 그것도 리그 4위가 아닌 3위를 달성하면서 말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으나 어찌 됐든 기본값은 지켜냈다. 부상자도 대거 복귀하였고, 새로운 선수들의 영입 루머도 들려오는 만큼 다음 시즌의 반등이 기대된다.


시즌을 마칠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정말이지 눈 깜짝할 사이에 10개월이라는 세월이 지나간 것 같다. 그래서 숨 가쁘게 지나갔던 시즌을 되돌아보며 시즌 종합 리뷰를 해보려고 한다. 아마 이것이 20/21 리버풀 FC 시즌 리뷰 매거진의 마지막이 편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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