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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EPL 37R] 번리 vs 리버풀

- 해외축구 리뷰

by Sun


2021.05.20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제대로 복수했다. 리버풀의 홈 69경기 무패라는 대기록을 중단시켰던 번리를 상대로 말이다. 그 이후로 홈에서 내리 패배하며 클럽 역사상 최초로 홈 6연패를 기록했던 것을 상기하면, 복수하고자 하는 앙금이 남아 있을 만했다. 어찌 됐든 6연패의 시발점이 된 팀이었으니까.


터프 무어 원정 경기는 언제나 힘들었다. 무적의 포스를 보여주었던 18-19 시즌을 제외하면 늘 고전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터프 무어 원정뿐만 아니라 홈에서도 번리는 상대하기 껄끄러운 팀이었다. 때문에 챔피언스리 티켓 확보를 위해 남은 경기 전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리버풀에게는 부담이 될 만한 상대였다.


번리의 올 시즌 첫 관중 수용 경기였다. 지난 12월에 몇몇 팀들이 잠깐 동안 관중을 수용했던 적이 있었지만, 번리는 고위험 지역으로 제외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번리는 이번 경기가 올 시즌 홈에서 팬들을 만나는 첫 경기이자 마지막 경기였다. 동기부여가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ㅣ전반전


베이날둠이 선발로 투입된 것 이외에는 지난 경기와 동일한 선발 라인업이었다. 사실상 오늘 라인업이 리버풀이 내세울 수 있는 베스트였기에 큰 변화가 있을 거라는 생각되진 않았다. 더 이상의 부상자가 없길 바라는 마음과 부상자들이 하루빨리 건강하게 복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번리는 4-4-1-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크리스 우드가 최전방에서 높이를 담당하고, 2선에서 브라운 힐이 속도로 세컨드 볼을 따내는 전술을 펼칠 것이라는 게 눈에 들어왔다. 리버풀은 번리를 상대할 때마다 늘 이런 패턴에 고전했었는데, 과연 클롭 감독이 션 다이쉬 감독의 전술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주목이 되는 경기였다.


전반 초반부터 번리의 압박이 강하게 들어왔다. 요즘 리버풀을 상대로 전방 압박을 강하게 시행하는 팀들이 많은데, 그만큼 리버풀의 센터백들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에서도 리버풀의 두 센터백 넷 필립스와 리스 윌리엄스는 번리의 압박에 당황하며 패스미스 등 지속적으로 수비 불안을 노출했다.


번리는 롱볼을 활용한 공격 패턴도 잊지 않았다. 좌우 측면에서 올리는 크로스도 위협적이었고, 코너킥 같은 세트피스 찬스도 살리려고 노력하였다. 반면 리버풀은 전반 중반부터 번리의 전술에 대응하는 움직임을 가져갔지만, 공중볼 경합이 좋은 센터백을 보유한 번리의 수비를 쉽게 공략해내지 못했다.


꾸역꾸역 잘 버티던 리버풀은 전반 42분, 왼쪽 측면에서의 빠른 연계를 통해 선제골을 뽑아냈다. 번리의 수비가 대형을 갖추기도 전에 마네와 로버트슨이 원투 패스로 번리의 왼쪽 측면을 허물었고, 로버트슨이 중앙으로 낮은 크로스를 보내자 중앙에서 쇄도하던 피르미누가 곧장 득점에 성공했다. 경기력이 전체적으로 밀렸음을 감안한다면, 뜻밖의 선물을 받은 셈이었다.


리버풀은 후방에서의 불안함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선제골을 넣은 채 전반전을 1-0으로 마쳤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ㅣ후반전


후반전 시작 20초 만에 번리의 첫 슈팅이 나왔다. 번리는 수비 라인을 올리면서 리버풀을 강하게 몰아쳤고, 1분 만에 코너킥을 만들어내는 등, 후반 초반에 보여주는 기세가 매우 강력했다. 그러나 리버풀 역시 마누라 라인의 빠른 역습으로 슈팅까지 만들어내며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후반 51분, 코너킥 이후 세컨드 볼을 따낸 로버트슨이 왼쪽 측면으로 파고드는 마네에게 패스했다. 마네는 개인 기량을 뽐내며 크로스를 올렸고, 이전 코너킥 상황에서 되돌아가지 않고 페널티 박스에 머물러 있던 넷 필립스는 마네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하며 추가골을 터뜨렸다. 필립스의 리버풀 데뷔골이자 EPL 데뷔골!


두 골 차로 달아난 리버풀은 조금 더 여유롭게 경기를 리드해갔다. 덕분에 전반전에 비해 리스 윌리엄스와 필립스의 수비에서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필립스는 후반 68분,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의 헤딩을 헤딩으로 막는 슈퍼세이브까지 보여주면서 만점 활약을 펼쳤다.


이후 번리는 전반전의 무리한 압박 때문인지 미드필더에서의 기동력 저하를 보이며 공격에서의 날카로움을 점점 잃어갔다. 리버풀은 후반 80분, 피르미누를 빼고 체임벌린 투입하면서 전방에서 기동력을 잃지 않도록 힘을 실어주었다. 그리고 이 교체 투입은 정확히 적중했다.


후반 88분, 체임벌린이 쐐기골을 터뜨리며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왼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의 타이밍을 뺏는 드리블 후,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팀의 세 번째 골을 뽑아냈다. 체임벌린의 올 시즌 리그 첫 골!


승리를 직감한 리버풀 선수들은 남은 시간을 무리하지 않게 보냈고, 경기는 리버풀의 3-0 승리로 종료되었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넷플릭스 말고 넷필립스!!!!


참 드라마 같은 인생이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리버풀은 필립스를 활용할 생각도 없었고, 필립스도 리버풀을 떠날 생각이었으니까 말이다. 어찌어찌 필립스의 이적이 불발되면서 지금까지 리버풀에 남아 있던 것이 리버풀에게도, 필립스에게도 윈-윈이 되었다.


그가 처음으로 데뷔했던 웨스트햄전이 생각난다. 상대 공격수 안토니오를 꽁꽁 묶으며 제공권을 지배했던 그때의 모습은 반짝 활약이 아니라 그의 진정한 장점이자 무기였음을 시즌 내내 바라보게 된다. 오늘 경기에서도 공중볼 경합에서 9번이나 승리(경기 내 최다)하며 제공권의 지배자임을 똑똑히 보여주었다. 또한, 최근에는 세트피스에 조금씩 관여하며 팀 득점에 기여하더니 결국 득점까지 뽑아냈다.


시즌 내내 이가 아닌 잇몸으로 꾸역꾸역 버텨내 왔던 리버풀이다. 그 수많은 부상자들과 부진의 늪 속에서도 유스 선수들과 2군 선수들의 활약 그리고 알리송 골키퍼의 득점 같은 기상천외한 기록을 쓰며 마침내 리그 4위까지 왔다. 여기까지 온 선수들에게 정말 진심을 담아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러나, 아직 1승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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