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2장>
- 환경 차이가 다양화를 빚어낸 모델 ‘폴리네시아’
인류 문명의 발달이 불균형하게 이루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환경의 차이’ 때문이다. 환경은 경제, 기술, 정치조직, 전쟁, 기술 등 인간 사회에 아주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환경이 주는 영향력이 각 사회 집단마다 상이하게 작용할 경우, 사회 집단마다 발달의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다.
환경이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잘 나타내는 대표적인 예시로 폴리네시아의 모리오리족과 마오리족의 역사를 들 수 있다. 보통 인간 사회의 역사를 실험하려면 수많은 변수를 통제하고 장기간에 걸쳐 실험을 진행해야 하지만, 폴리네시아 섬의 지리적 특성은 단기간에 걸쳐 소규모의 자연 발생적 실험이 가능케 하였다.
폴리네시아는 오세아니아 동쪽 해안에 분포하는 수천 개의 섬들을 총칭한다. B.C. 1200년경 동일한 인간 사회에서 파생된 집단이 이곳에 정착하였다. 마오리족과 모리오리족 역시 동일한 조상을 가진 하나의 집단이 두 집단으로 갈라져 생긴 부족들이다. 갈라진 두 집단은 각각 뉴질랜드와 채텀 제도로 이주하여 생활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마오리족은 모리오리족을 침략하였고, 월등한 기술을 바탕으로 모리오리족을 말살시켰다. 모리오리족은 마오리족에게 제대로 된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자유를 잃어버리고 말았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두 섬의 사회가 이렇게까지 차등적으로 발전한 것일까?
폴리네시아 섬들의 사회가 차등적으로 발전한 원인은 폴리네시아가 지닌 환경적인 요소(섬의 면적, 고립성, 면적, 지형적 분열, 해양자원, 지질 유형 등)에서 찾을 수 있다. 폴리네시아의 섬들은 각각 환경적인 요소가 달랐고, 이에 맞춰 이주민들의 사회 발달 및 형성이 다르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모리오리족이 살았던 채텀제도는 한랭한 기후를 가진 섬으로 농경보다는 수렵·채집 생활에 유리한 환경을 가졌다. 또한, 상대적으로 면적이 작아 인구밀도가 낮았고, 고립성이 강해 인구 이동이 어려워 전쟁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이러한 환경적 요소는 도구와 무기의 단순화를 초래했으며, 경제·사회·정치에 있어서 단순하고 평등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반면에 마오리족이 살았던 뉴질랜드는 수렵·채집보다는 농업을 하기에 적합한 환경이었다. 농업을 통해 작물화가 가능해지자 잉여농산물이 발생하였고, 이것을 저장하기 위해 다양한 도구가 발달하였다. 또한, 상대적으로 큰 면적과 약한 고립성은 높은 인구밀도와 자유로운 인구 이동에 영향을 끼쳐 잦은 전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환경적 요소는 경제적 전문화(기능별 기술자 및 전문가)나 사회적 복잡성(계급, 계층), 정치조직(권위)이 두드러지는 결과를 낳았다.
결론적으로, 폴리네시아 모델은 동일한 조상 사회에서 갈라져 나온 사회들이 환경적 요소(섬의 기후, 지질 유형, 해양자원, 면적, 지형적 분열, 고립성 등)에 의해 얼마나 다른 차이점과 다양성(인구밀도, 경제적 전문화, 사회적 복잡성, 정치적 조직, 전쟁 기술 등)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준다.
그러나, 폴리네시아가 그랬으므로 다른 대륙도 그랬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은 금물이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관련성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개연성’뿐이다. 그렇다면, 다른 대륙에서는 어땠을까? 대륙의 차이점과 다양성을 야기한 요소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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