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 Jun 10. 2021

무기력을 극복하는 이색적인 방법

- 일상 속 인사이트


   최근 며칠 동안 무기력에 빠졌다. 책을 읽으려 해도 읽히지 않고, 글을 쓰려 해도 써지지 않았다. 밖에 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힘에 겨웠다. 현생에 존재하는 내 몸과 마음이 무기력의 세계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는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 상황 속에서 갑작스레 찾아온 무기력이라는 손님은 마치 지독한 불청객이나 다름없었다.


   무기력 속에서 가장 먼저 취한 행동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행동'이었다. 많은 이들이 무기력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다. 휴식을 취함으로써 과도한 삶의 무게로부터 벗어나 기력을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무기력의 원인이 번아웃 같은 에너지 방전일 때 매우 효과적인 방법인지라 나 역시 하루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기로 하였다. 최근 들어 사람들과의 접촉이나 일에 대한 자극이 많아지다 보니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끼게 된 것은 아닌가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누워서 핸드폰만 봤다. 유튜브, 브런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클럽하우스 등 각종 SNS를 넘나들며 광활한 시간의 숲을 걸었다. 친구들에게는 책도 안 읽히고, 글도 안 써진다고 호소했다. 그렇게 침대 속에서 뒹굴거리며 나태의 끝판왕을 일삼다가 스마트폰 화면 속에 뜬 유튜브 추천 영상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유튜브는 내가 무기력에 빠진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또 내가 아이유를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아이유가 무기력에 빠졌을 때 극복한 방법'에 관한 영상을 추천해준 것이다.


사진 출처 - https://youtu.be/6RE61HUCaPE 캡쳐


   나는 곧바로 유튜브가 추천해준 영상을 시청했다. 영상 속에서 아이유는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무기력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빨리 몸 움직이기’를 제시했다. 설거지를 하든, 방을 청소하든, 쓰레기를 버리든, 소포를 뜯든, 어떻게든 빨리 몸을 움직임으로써 무기력이라는 감정에 속지 않고 벗어나도록 애쓴다는 것이다.


   인간의 감정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 감정은 마치 손님과 같아서 일정 시간 우리 곁에 방문했다가 떠나버린다. 무기력도 마찬가지다. 한 순간에 찾아온 무기력이라는 불청객은 어느 순간 떠나버리는 감정에 불과하다. 따라서, 무기력이라는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이 감정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의식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무기력에 취해 있는 나의 의식을 몸을 움직이는 행동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의식 밖으로 밀어낼 수 있도록 말이다.


   심리학적으로도 검증된 이 방식은 즉각적인 효과가 있었다. 세수를 하고, 면도를 하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 움직임은 분명 무기력을 쫓아내는데 도움이 되었다. 잠깐 동안이지만 삶에 대한 의욕과 활동 감각이 솟아올랐다. 그러나 '빨리 몸 움직이기'는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몸을 움직으로써 얻은 활력은 기초적인 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지만, 생산적인 일을 하기 위한 힘과 집중력까지 공급해주지는 못했다. 나에게는 단순 행동을 넘어서 마음까지 자극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나는 아이유의 방법에 한 가지를 더 얹어보았다. 그것은 ‘예체능을 위한 몸 움직이기’다. 그냥 이것저것 막무가내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예체능 활동을 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예체능 활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음악과 미술과 체육 활동 등을 뜻한다. 가령, 피아노를 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운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예술 활동을 하는 것'이다.


   예술은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매개체다. 인간은 예술을 통해 위로를 주고 위로를 받는다. 피아노를 치고, 그림을 그리고, 운동을 하는 예체능을 위한 몸 움직이기 즉, 예술 활동은 인간의 감수성을 회복시키고 삶의 생동감을 선사해줄 수 있다. 예술 활동을 통해 몸과 마음을 모두 움직임으로써 무기력을 한 차원 높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어렸을 때, 음악과 미술과 체육 모두를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내게 큰 축복이자 선물이었다. 비록, 미술은 젬병이지만, 음악과 체육에 있어서는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즐길 수 있고 누릴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만 느껴진다. 그렇게, 나는 오랜만에 피아노 앞에 앉아 흑건과 건반의 조화로운 선율을 노래했다. 나는 오랜만에 기타를 들었고, 아름다운 화음을 통해 여섯 개의 줄을 춤추게 하였다. 그리고 나는 비로소 밖에 나가 안양천을 달리며 살아있음을 마음껏 느꼈다.


   예술을 통한 감수성의 회복, 무기력은 그렇게 극복되었다.



무기력을 극복하는 이색적인 방법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매거진의 이전글 부산 여행 인사이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