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 속 인사이트
신입이 들어왔다. 첫 퇴사 인력이 발생한지 두 달 만이다. 그로부터 2주 뒤에 또 한 명의 퇴사 인력이 생겼으니, 한 달이 채 안 돼서 2명의 공백이 생겨버린 것이다. 사업 종료까지 2인분의 몫을 남은 팀원들이 떠맡아 가기에는 벅찼다. 연말을 향해 갈수록 업무량은 필연적으로 증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우리 팀은 신규 직원의 입사라는 단비 같은 소식을 학수고대했고, 두 달 뒤 이 소식은 현실이 되었다.
신입은 내 옆자리에 앉았다. 두 달 동안 비어 있던 옆자리가 마치 빈칸 추론 문제에 답이 채워지듯 채워졌다. 쓸쓸했던 책상과 풀 죽은 의자에 활력과 생기가 돋기 시작했다. 존재의 감각 역시 느껴졌다. 이러한 모습들과 변화가 새로웠다. 새로움은 언제나 낯설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새로움은 익숙함으로 변하고 낯섦은 평범함으로 물든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에는 반드시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시간은 새로움의 적이니까.
신입에게 다가갔다. 아니 정확하게는 다가가고 싶었다. 새로움과 낯섦을 깨뜨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대화가 필요했다. 겉치레로 나누는 형식적인 인사를 넘어 업무와 관련된 공적인 대화를 넘어 존재에 대한 환대와 함께 그 사람의 인생을 듣고 싶었다. 수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에 생겨났다. 하지만 그 질문들은 머릿속에 관념으로만 머문 채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왜일까? 왜 나는 신입에게 말을 건네지 못한 걸까?
팀장님은 그것이 나의 방어기제라고 말씀하셨다. 방어기제란 무엇인가?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심리 의식이나 행위다. 내가 신입에게 말을 건네지 못한 이유는 나의 방어기제가 발동했기 때문이었다. 나의 방어기제가 나로 하여금 타인에게 말을 건네지 못하도록 방어한 것이다. 나는 무엇을 방어하고 싶었던 것일까?
내가 방어하고 싶었던 것은 타인의 부정적인 반응(피드백)이었다. 나에게는 ‘내가 어떤 말을 하면 타인이 부정적으로 반응(피드백)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말을 건네면 실제로 타인이 부정적으로 반응(피드백)할까봐, 그로 인해 내가 감정적 상처를 받게 될까봐 아예 말을 건네지 않음으로써 부정적인 반응과 상처 받는 걸 사전에 차단하는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 그것은 부정적인 경험의 축적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타인에게 - 특히 부모에게 - 부정적인 반응(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받으며 자란 아이는 부정적인 반응(피드백)에 민감성을 띠게 된다. 이것은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되는데, 과거에 느꼈던 부정적인 정서와 감정을 몸과 마음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 네이버 지식백과
결론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나의 신념과 인지가 부정적 경험의 축적을 통해 왜곡됨으로써 미숙한 방어기제가 발동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미숙한 방어기제는 불안과 두려움 등 부정적인 감정 대처 능력을 저하시켜 신경증적 태도를 보이거나 자기 확신을 잃게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건강한 교류 형성을 방해하여 새로운 기회의 확장을 주저하게 만든다.
따라서 미숙한 방어기제를 인지하고 조절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내가 어떤 방어기제가 있는지 알아차리고, 심리적으로 안전한 토대 위에서 긍정적인 반응들을 계속 경험함으로써, 나의 신념과 인지가 왜곡되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미숙한 방어기제가 아닌 성숙한 방어기제를 발휘할 때, 타인과 자신을 보호하고 건강한 마음으로 행복한 일생을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게 있는 미숙한 방어기제를 극복하고 싶다. 왜곡된 나의 신념과 인지를 건강한 방향으로 승화시키고 싶다. 그래서 타인에게 말을 건넸을 때, 혹여나 부정적 반응(피드백)을 받더라도 그로 인해 감정적 상처를 받더라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며 쿨하게 넘어갈 수 있는 강한 멘탈리티와 성숙한 방어기제를 발휘하는 내가 되고 싶다.
내일은 꼭 말을 건네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