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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Aug 24. 2021

[서평] 메타버스 / 김상균

- 메타버스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METAVERSE IS COMING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고 있다. 기업에서도, 미디어에서도, 산업 현장에서도, 온통 메타버스 메타버스다. 4차 산업 혁명의 시대가 도래하고, 코로나19로 언택트 문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메타버스는 단순히 옵션이 아니라 필수로 자리 잡게 되었다. 가히 세계 인류를 메타버스 세계로 강제 이주시킨 셈이다. 그러나 메타버스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메타버스는 이미 존재했고,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게 될 개념이다. 단지 우리가 제대로 정의하지 못하고, 명확히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일 뿐이다.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메타버스(METAVERSE) 초월, 가상을 뜻하는 'META' 세상, 우주를 뜻하는 'UNIVERSE' 합성어로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 의미한다.  나아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다양한 영역에서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가상의 세계' 뜻한다. 다만 메타버스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기에 하나의 고정된 개념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유동적이고 변동적인 개념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 책(메타버스)의 저자 김상균 교수는 이러한 개념을 가지고 다양한 메타버스 세계들과 향후 메타버스가 어디까지 진화할지 그리고 그로 인해 생겨날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논의를 펼친다. 우선 저자는 메타버스 세계를 각각 증강현실, 라이프로깅, 거울 세계, 가상 세계 등 4가지로 분류하여 설명한다. 물론 이 분류는 저자의 주관적인 분류가 아니라 기술 연구 단체인 ASF의 분류 기준을 따른 것이다. 이쯤 되니 메타버스란 과연 어떤 세계인지 궁금해진다. 지금부터 네 종류의 메타버스 세계를 탐험해보자.


퍼블릭 도메인 제공


ㅣ증강현실 세계


   증강현실(AR)이라는 단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들릴 것이다. 2016년 전 국민을 포켓몬 트레이너로 만들어버린 '포켓몬고'의 대유행 덕분이다. 포켓몬고는 핸드폰을 통해 바라본 현실 화면에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하여 가상의 포켓몬을 등장시키는 게임이다. 이러한 기술에 매료된 전 세계 사람들이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포켓몬고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포켓몬고를 만든 회사 '나이언틱'은 엄청난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이처럼 증강현실은 '현실 세계의 모습 위에 가상의 물체를 덧씌워서 보여주는 기술'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증강현실을 배경으로 만든 최초의 드라마로 주목받았고,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이스라엘 디자인 학교 학생들이 만든 '사이트 시스템즈' 역시 일상생활의 AR화를 기대케 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4차 산업 혁명 시대와 함께 떠오르는 '스마트팩토리'는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하여 제조 현장과 공장의 환경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증강현실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증강현실이 현실에 판타지와 편의를 입힘으로써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과 동시에 특정 상황에서 우리에게 강한 실재감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p49) 이처럼 현실과 비현실을 연결한 증강현실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의 삶을 관통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에게 어떠한 득과 실을 가져다줄까?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때이다.




ㅣ라이프로깅 세계


   라이프로깅은 '내 삶을 디지털 공간에 복제하는 것'을 말한다. 간단히 말해서 SNS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삶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기록하여 저장하고 때로는 공유하는 활동을 총칭하여 라이프로깅 메타버스라고 한다.


   라이프로깅 세계는 일상의 많은 개념들과 생활양식들을 변화시켰다. 라이프로깅 메타버스 속에서 친구의 의미는 인생의 동반자라기보다는 여행의 동반자로서 그 무게감이 감소됐고, 자신이 하나의 정체성만을 가지는 존재가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는 '멀티 페르소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라이프로깅 세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삶의 다양한 면들을 공유한다. 공유를 통해 정보를 얻거나, 대리만족을 느끼거나, 공감과 소통을 원하기 때문이다.


   라이프로깅 세계는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자기표현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타인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를 표현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보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보상기대시스템은 보상을 얻을수록 더 강한 자극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라이프로깅 세계는 영원히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의 특성을 기술적으로 구현했다. 따라서, 이것을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풀어나가야 할지가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가 아닐까 싶다.




ㅣ거울 세계


   거울 세계는 '디지털 공간에 실제 세계의 모습, 정보, 구조 등을 가져가서 복사하듯이 만들어 낸 세계'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카카오 유니버스'를 들 수 있다. 카카오는 소셜미디어로서의 기능은 물론이고 지도, 교통, 금융, 미디어, 쇼핑, 콘텐츠, 예약 등 하나의 디지털 공간에서 실제 세계의 많은 일들을 행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실제 세계의 음식점을 디지털 공간에 집약시킨 배달의 민족, 숙박시설을 집약시킨 에어비앤비가 있다.


   최근 활발히 사용하는 원격 수업과 원격 회의 역시 거울 세계다. 그중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미네르바 스쿨'이었다. 미네르바 스쿨은 2013년에 설립되어 온라인 중심으로 운영하는 대학교다. 이 학교는 매년 200명 정도의 학생을 선발하는데, 입학하기가 하버드보다 어렵다고 한다.


   미네르바 스쿨은 모든 수업을 비대면 실시간 원격 강의로 진행한다. 수업 중 교수의 발언 시간은 평균 15%를 넘지 않으며, 학생들은 각자 학습한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인다. 또한, 학생들은 재학 기간 동안 각 국의 호텔을 기숙사로 사용하여 이동하면서 생활한다. 수업에서 학습한 내용을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적용할지를 문화권이 다른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실습하고 생각하는 방식의 과제(LBA: 지역기반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다.(p180)


   이처럼 거울 세계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에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성을 더해준다. 때문에 앞으로도 우리의 일상생활 깊숙이 파고들며 가장 크게 영향력을 끼칠 메타버스 세계가 아닐까 싶다.




ㅣ가상 세계


   가상 세계(VR)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의미한다. 가상 세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게임의 형태로 자리 잡아 왔는데, 월드오브크래프트, 리니지, 포트나이트 등의 게임들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명품 브랜드들이 가상 세계에 침투하여 게임 스킨이나 캐릭터의 옷 또는 아이템에 자사의 로고를 심거나, 자사의 제품에 게임 캐릭터를 넣어 판매하는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가상 세계 속에서 콘서트를 열기도 하는가 하면, 선거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처럼 가상 세계는 게임의 형태는 물론이고 비게임의 형태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가상 세계가 그저 야만인의 놀이터라는 주장이 제기되곤 한다. 가상 세계가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청소년들에게 난폭하고 무모한 행동을 장려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김상균)는 그 나이에 그러한 행동을 보이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인간에게는 정서와 관련된 호르몬이 3가지가 있다. 도파민, 테스토스테론, 코르티솔이다. 도파민은 자극을 추구하며, 테스토스테론은 지배욕을 추구한다. 반면 코르티솔은 균형을 유지하도록 한다. 생물학적으로 10대에는 도파민이 가장 많이 분비된다. 20-30대에는 테스토스테론이 상승하다가 정점을 찍고, 나이가 들면 코르티솔이 가장 많이 분비된다. 결론적으로, 청소년기에 자극적이고 무모한 행동을 벌이는 것은 생애주기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현실 세계에서든 가상 세계에서든 이들이 균형을 잃지 않고 실수하지 않도록 잘 관찰하고 지켜줘야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가상세계를 찾는 걸까? 현실에서 느끼는 탐험·소통·성취의 기쁨이 질 또는 양적인 측면에서 어딘가 부족하여 갈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p214) 이런 측면에서 가상 세계는 현실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물론 현실을 외면한 채 가상 세계에만 몰두하면 안 되겠지만, 가상 세계에서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신감과 효능감을 효율적으로 길러줄 수도 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더 이상 놀이의 개념이 아니다. 또한, 미래의 어느 시점에 존재하게 될 개념이 아니다.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의 삶 전체에 작용하고 있는 개념이며, 교육·문화·경제·산업 등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으로써 작용한다. 바야흐로, 현시대는 현실 세계와 메타버스가 공존하는 시대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메타버스에 관한 지속적인 논의와 사회적 담론이 필요하다. 한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네티켓 문화가 생기고, SNS가 발달하면서 SNS 윤리가 생겨났던 것처럼, 메타버스를 건전하고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윤리·도덕·법 제정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메타버스 세계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덜 느끼게 되고, 현실보다 실재감이 떨어져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메타버스를 창조한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의도대로 교묘히 메타버스를 운영한다면 유저들은 무비판적으로 크리에이터의 세계관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크리에이터나 유저나 스스로 질서를 만들고 지키는 약속과 더불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자세가 더욱더 요구될 것이다.


   인류는 항상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며 나아갔다. 구대륙에서 신대륙으로, 지구에서 우주로. 이제는 현실에서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계로 탐험하며 나아간다. 이미 바퀴는 굴러가기 시작했다. 메타버스는 현실을 선명하게 하기도 하고 희미하게 하기도 할 것이다.(p325) 더욱더 확장될 메타버스 세계가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닌 현실과 인류와 공존을 넘어 공생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ps. 요즘 하도 메타버스! 메타버스! 거리고, 회사에서도 메타버스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해서 이참에 메타버스가 뭔지 깊이 알아보고자 구매해 읽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가벼운 입문서라 조금 실망했다. 그냥 요즘 트렌드에 잘 편승하여 마케팅한 책 같은? 그럼에도 메타버스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을 정리하고, 메타버스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여러 사례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어서 나름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서평] 메타버스 / 김상균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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