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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Sep 28. 2021

[서평] 에니어그램과 영적 성장 1부 / C. 휴어츠

- 더 깊은 자기 이해와 온전한 인격에 이르는 길


   나는 나에 대해 관심이 많다. 나는 누구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디로부터 왔고, 나답게 사는 것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나는 이러한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고 늘 고민하며 살아간다. 스스로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이 자기애의 발현인 것인지,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고자 하는 기질 때문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나는 나를 진실되게 알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자기 탐색과 자기 발견을 위한 심리학 도구들을 활용해왔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MBTI부터 DISC, 갤럽 스트렝스 파인더, TCI, MMPI, 파이로비 그리고 에니어그램까지 부단히 활용하고 공부해왔다. 이처럼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실시했던 많은 검사 도구들은 진실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근사값을 제공해주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활용해보고 얻은 나만의 결론은, 에니어그램만 한 자기 발견 도구는 없다는 것이었다.


   에니어그램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군대에서였다. 당시 나는 진중문고에 꽂혀 있던 두꺼운 책을 하나 발견했는데, 그 책의 이름이 ‘에니어그램의 지혜’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를 책 속에 써넣은 것만 같은 인상을 받았다. 책을 읽어가면 읽어갈수록 나 자신이 발가벗겨지는 느낌이 들었고, 나의 내면을 샅샅이 파헤치는 것 같아 소름이 돋았다. 그와 동시에 에니어그램을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과 이에 대해 사람들과 깊이 있게 나눠보고 싶다는 열망이 들었다.


   에니어그램을 알게 된 이후로 나는 에니어그램을 아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관련 지식을 더 넓히기 위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책이나 유튜브는 물론 자격증까지 획득하며 에니어그램 세계관을 확장해 나갔고, 지인들과의 나눔을 통해 서로의 유형을 이해하고 자기 성찰을 해나갔다. 그러나 정작 나는 에니어그램에 대한 지식만 가졌을 뿐, 이를 제대로 활용할 줄은 몰랐다. 유형을 단순한 성격 특징의 묘사로만 봤지 이것을 통해 진정한 자기 해방의 길을 열지는 못했던 것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최근에 이르러서야 내 유형을 찾았다(고 확신한다)는 점에 있다. 나는 지금까지 내 유형에 맞게 살지 않았다. 즉, 나답지 않게 살았다. 어떤 특정 유형이 마치 나인 것마냥 나라는 존재를 그 유형의 특성에 끼워 맞춰 살아왔다. 그리고 스스로가 그 유형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했다. (MBTI로 예를 들면, 나는 'I'니까 I처럼 사는 것) 에니어그램을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특정 유형의 특성에 집착하는 패턴은 더욱더 강화됐다. 결국 이러한 삶의 방식은 항상 특정 유형의 특성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유발했고, 자기 해방이 아닌 자기 고착과 자기 파괴를 초래했다.


   그래서일까. 나의 진짜 유형을 직면하고 인정하게 되자 나는 어떤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내 유형을 인정하기까지의 과정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잠을 자고 있었다는 사실 역시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좀 더 명료하게 말하자면, 나는 지금까지 가면을 쓰고 있었고, 그 가면이 진짜 나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것이다. 이 답답했던 가면을 벗어버리자 나는 나의 진정한 자아를, 진짜 유형을 고백할 수 있게 되었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어떤 지인은 이러한 나의 고백이 내 마음과 삶이 비로소 건강해졌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깊은 자기 이해를 통해 건강한 마음과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등불이 생긴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온전한 인격으로 이르는 길을 걷는 것이다. 그것은 올바른 자기 이해를 근거로 하는 실천에 달려 있다. 그 실천 과정에서 이 책(에니어그램과 영적 성장)을 만났다. 이 책에서 제공하는 에니어그램 활용법이 나의 경험과 공명하여 나를 온전한 인격에 이르는 길로 안내해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IVP


   이 책(에니어그램과 영적 성장)의 저자(크리스토퍼 휴어츠)는 에니어그램이란 ‘나의 거짓된 자아를 깨뜨리고 진정한 자아, 본질, 실재를 찾아가게끔 안내하는 신성한 지도’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정체성의 진실을 깨닫지 못한다. 즉,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저 나를 규정하는 정체성의 조각들로 인해 상징적 맹목을 경험할 뿐이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비치기를 원하는지 스스로 거짓 조각들을 만들어 자신에게 덕지덕지 붙인다. 그렇게 진실된 정체성에 대한 탐구가 없는 깨어 있지 못한 삶을 살아간다.


   에니어그램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말하는 거짓을 폭로한다.(18) 나를 규정하고 정의하고 있는 정체성의 조각들을 발견하고, 그것이 내 가치를 입증하려는 중독 성향과 동일시하려는 것을 인식하고 깨뜨리도록 돕는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정체성이 매력적일수록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된다는 자아의 신화를 믿는데, 이것은 헨리 나우웬이 말한 자기 정체성에 대한 세 가지 거짓말(내가 가진 것, 내가 하는 것,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거나 생각하는 것)로 표현된다.


   거짓된 자아, 즉 자기 정체성에 대한 거짓말에 중독될수록 우리는 진정한 자아로부터 멀어진다. 우리가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도 이러한 멀어짐에 기여하곤 하는데,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권력과 통제, 애정과 자존감, 안정과 생존)에 중독될 때 또는 과잉 동일시할 때 나를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에니어그램은 단순히 성격의 특징에 공감하고 그 유형의 사회적 기능이나 역할을 묘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유형 배후에 있는 이유를 알아차리고 유형의 중독(고착)으로부터 벗어나게끔 돕는 자기 해방의 안내서다. ‘나는 00번 유형이야 그래서 이러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로 끝나는 것(이것은 자기도취일 뿐이다)이 아니라 왜 이러한 행동이 일어나고, 그 동기는 무엇이며, 어떤 두려움의 뿌리로부터 기원한 것인지를 설명해줌으로써 행동 배후에 있는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게 한다.


   이처럼 에니어그램은 자신의 내면 깊숙이 내려가 존재와 본질, 정체성과 근원을 다룬다. 때문에 에니어그램이 성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에니어그램의 상징과 의미에는 성경과 유사한 점이 많고, 그 기원 역시(명확히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유대교를 경유하여 6천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은 그 어떤 심리 검사보다 영적 신비로움과 심오함을 더해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니어그램은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순례이자 창조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한 영적 성장을 이루어내는 도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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