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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6장>

- 식량 생산민과 수렵 채집민의 경쟁력 차이

by Sun


지금까지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오늘날 세계가 불평등하고 문명 발달의 불균형이 생기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총 균 쇠’ 때문이었다. '총 균 쇠'를 먼저 가진 지역은 문명을 빠르게 발달시킬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특정 지역이 다른 지역들보다 어떻게 ‘총 균 쇠’를 먼저 가질 수 있었을까? 그 요인은 무엇일까?


궁극적인 요인은 (대륙 축의 방향 따위 같은) 환경적인 요인이다. 2장에서도 살펴봤듯이, 환경 조건은 인간이 삶의 방식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 어떤 환경은 ‘총 균 쇠’를 생산하기에 적합하지만, 어떤 환경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단순히 환경만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을까? 총 균 쇠를 생산하기에 적합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문명 발달이 느렸던 지역이 있기 때문이다. 즉, '총 균 쇠'를 선취할 수 있었던 요인에는 환경 이외에 다른 요인이 있다는 셈인데, 그것은 바로 ‘동식물의 가축화 및 작물화를 통한 식량 생산의 여부’다.


동식물의 가축화 및 작물화를 통해 식량을 생산하는 지역은 인구가 많고 조밀하며 계층화된 정주형 사회로 발전했다. 그들은 잉여 식량을 저장하기 위해 토기와 쇠칼 같은 기술을 발달시켰고, 사회 존속을 위해 총기와 정치조직 그리고 문자를 형성했다. 또한, 동물의 가축화로 인해 발생하는 유행병을 몇 차례 겪으며 항체를 길렀다. 이처럼 식량을 생산하는 지역은 일찍부터 총 균 쇠를 사용함으로써 문명을 빠르게 발달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곧 5장에서 다뤘던 주제와 연관된다. 인류 역사는 식량을 생산하는 유산자와 그렇지 못한 무산자 사이의 불평등한 갈등 관계로 이루어져 왔다는 사실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식량 생산의 유산자와 수렵 채집의 무산자가 상호 경쟁한 끝에 식량 생산의 유산자가 승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식량 생산은 수렵 채집에 비해 어떤 경쟁력을 갖추었길래 오늘날까지 주를 이루는 생활양식이 된 것일까? 그것이 바로 오늘 알아볼 주제다.


오늘날 대부분의 인류는 식량 생산자로 살아간다. 매일 같이 수렵 채집을 통해 식량을 얻어야 하는 방식에 비해 식량 생산이 더 효율적이고, 노동 시간도 짧고, 육체노동도 덜하며, 굶주림으로부터 자유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수렵 채집을 하는 지역도 있고, 비옥한 땅에서 살았음에도 일찌감치 식량 생산자가 되지 않은 지역도 있다. 또한, 오랫동안 식량 생산민들과 교역했음에도 수렵 채집민으로 남은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수렵 채집민들이 식량 생산자로 전환됐다는 사실은 식량 생산이 가장 경쟁력 있는 체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유산자들은 일찍부터 식량 생산이 경쟁력을 가진다는 걸 알았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식량 생산과 수렵 채집 중 어느 것이 경쟁력이 있는지 몰랐다. 그들은 농경을 본 적이 없었고, 그게 어떤 건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심지어 식량 생산과 수렵 채집을 혼합하여 생활하는 지역도 있었다는 점은 유산자들이 식량 생산을 의식적으로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하나의 근거는 수렵 채집에서 식량 생산으로의 체제 전환이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체제의 전환은 서서히 진행되었으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 이유는 수많은 결정들이 누적되면서 발전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간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노력을 어떻게 할당할 것인지에 대해 무의식 중에라도 끊임없이 선호 순위를 매겨보고 많은 요소들을 고려한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가장 적은 시간에,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확실하게, 가장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먹거리를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즉, 식량 생산 체제는 발견도 아니고 발명도 아니며, 단지 여러 결론들의 부산물로서 진화된 것에 불과한 셈이다.


이처럼 식량 생산은 수렵 채집과 상호 경쟁하는 대안적 방식을 통해 진화해왔고, 결국 지배적인 결과를 얻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식량 생산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냐이다. 이에 대한 답변은 고고학자와 인류학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논란거리다. 그러나 주요 요인을 다섯 가지로 추려낼 수 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기후변화, 인간 사냥꾼의 출현 등으로 동물 자원이 멸종함으로써 야생 먹거리가 감소.

2. 야생 식물이 증가함으로써 식물의 작물화에 따르는 보상이 커짐.

3. 식량 생산을 위한 방법(저장, 가공), 도구, 시설, 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동식물의 가축화 및 작물화가 가능해짐.

4. 인구밀도의 증가와 식량 생산의 발원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관계
(인구가 증가해서 식량 생산이 늘어난 것일까 아니면 식량 생산이 증가해서 인구가 증가한 것일까.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싸움이다. 이것을 ‘자가 촉매작용’이라고 하는데, 일단 시작된 후에는 스스로 촉매작용을 되풀이하여 점점 더 가속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5. 인구밀도에 따른 지리적 조건
(인구밀도가 낮은 수렵 채집민들은 인구밀도가 높은 식량 생산자들에 의해 다른 지역으로 쫓겨나거나 스스로 식량 생산을 받아들여야 생존할 수 있었다)



현대에도 여전히 수렵 채집을 하며 살아가는 지역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지리적·생태적 장애물이 강력해서 식량 생산자들이 이주하거나 각 지역에 적합한 식량 생산기술이 확산되기 어려웠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까지 수렵 채집 생활에 따른 보상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지역의 수렵 채집민들도 식량 생산 체제가 생산성을 높이고, 경쟁력이 있으며, 생존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면 혹은 '총 균 쇠'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면 머지않아 식량 생산 체제로 교체될 운명인 것은 인류 역사를 보았을 때 자명한 사실인 것 같다.



총 균 쇠 <6장: 식량 생산민과 수렵 채집민..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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