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 May 24. 2022

소비가 곧 '나'다


   매일매일 다이어리를 쓴다. 회사에서 해야 할 일,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 대외적인 일정이나 사람들과의 약속 등등을 다이어리에 체크하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면 오늘 무엇을 했고, 무엇을 느꼈는지 짤막하게 한 줄 평을 남긴다. 나의 다이어리 한 페이지 한 페이지는 이런 식으로 채워지고 기록된다.


   하지만 살다 보면 너무 바빠서 또는 너무 게을러서 다이어리를 쓰는 게 밀릴 때가 있다. 그날그날 해야 할 일이나 했던 일에 대한 피드백을 쓰지 못하고 공백으로 넘어가는 날이 종종 있다. 그럴 때면 어떻게든 기억을 복구해서 쓰려고 머리를 쥐어짜내곤 한다.


   하지만 온전히 머리로 과거의 기억을 복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다른 방법이 필요한데, 과거의 기억을 복구하는 가장 정확하고 유용한 방법은 그날 나의 소비내역을 확인하는 것이다. 주거래 은행 앱에 들어가서 나의 소비내역을 보면 내가 언제, 무엇을 했는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방법은 그날 소비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만 유효하다.)



   소비가 곧 '나'다. 존재는 소비를 통해 드러난다. 내가 오늘 무엇을 했느냐는 내가 오늘 어떤 소비를 했느냐와 일치한다. 소비내역은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과 취향, 관심사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군가에 대해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의 소비내역을 보면 된다. 그 사람이 소비하는 것이 곧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자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의 정체성이 소비를 통해 형성된다는 점은 내가 어떻게 소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준거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현명하고 지혜로운 소비를 한다면 현명하고 지혜로운 정체성과 더불어 그런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유흥에만 소비를 한다면 결코 향락적 삶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삶은 정체성을 반영하며, 정체성은 소비로부터 형성되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소비하는가? 나는 어떻게 소비를 하고 있는가? 나의 소비내역을 들여다보면서 한 번쯤 성찰해 보면 좋을 듯하다.



소비가 곧 '나'다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매거진의 이전글 진리는 사건으로 도래한다 - 알랭 바디우 어록 체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