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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May 15. 2022

진리는 사건으로 도래한다 - 알랭 바디우 어록 체험기


   최근에 '알랭 바디우'라는 철학자에 꽂혔다. '알랭 바디우'는 프랑스의 현대 철학자로서 사건, 진리, 주체 등의 개념을 포스트 모더니즘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유명한 철학자이다. 어제 그의 최신 저서를 구입했을 정도로, 지금까지도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시대 철학자이기도 하다.


   내가 그에게 꽂힌 이유는 사건, 진리, 주체 등의 개념들을 고정된 개념으로 환원시키지 않고, 마치 살아 숨 쉬는 것처럼 탈텍스트화시키는 사유가 굉장히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사유들이 내 삶과 많은 부분 공명하는 지점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어록이 임팩트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철학적 사유를 전개하며 다양한 어록을 남겼는데, 그중 한 어록이 내 마음속에 강력하게 꽂혔다.



진리는 사건으로 도래한다




   지난주에 회사에서 나는 알랭 바디우의 이 어록이 어떻게 현실 속에서 적용되는지를 생생하게 경험했다. 즉, 텍스트가 현실화되는 사건을, 철학이 삶이 되는 사건을 체험한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우리 팀은 상위기관으로부터 '합격자 공고를 5월 9일 이후에 안내하라'라는 공지를 받았다. 나는 당연히 5월 9일 이후인 만큼, 9일에 안내해도 문제 될 건 전혀 없으니 9일에 안내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동료 직원분께서 '이후에'라는 말은 기준일을 포함하지 않는 것이라며 9일이 아닌 10일부터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에'라는 뜻이 기준일을 포함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시작됐다. '이후에'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기 때문이다. 결국 논란을 종식시키고자 우리는 '이후에'라는 뜻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래와 같았다.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이 문구를 본 동료 직원은 마치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은 살아생전 단 한 번도 '이후에'라는 개념이 기준일을 포함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동료 직원분에게 '이후에'라는 단어는 기준이 되는 때를 포함하지 않고 그보다 뒤를 의미했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 진리라고 믿고 지금까지 삶을 살아온 것이다.


   하지만 오늘 회사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자신이 믿고 살아왔던 진리가 결코 진리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하였다. '이후에' 사건은 그가 믿고 있던 기존의 진리에 균열을 냈고, 새로운 진리를 선사했다. 알랭 바디우에 말처럼, 진리가 사건으로 도래한 것이다.



   진리는 사건으로 도래한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진리,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고 있었던 진리, 너무나도 익숙해서 내 삶의 일부인 것 같은 진리는 결코 영원불변한 것이 아니다. 그 진리는 사건을 통해서 언제든 부서질 수 있고, 깨질 수 있고, 해체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진리가 채워질 수 있다.


   이 날 회사에서 발생한 '이후에' 사건은 '진리는 사건으로 도래한다'라는 '알랭 바디우'의 어록이 현실 속에서 이렇게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더 나아가 철학이란 현실에선 쓸모없는 형이상학적 텍스트가 아니라 우리네 삶과 함께 호흡하는 살아 있는 개념이라는 것을 명백히 증명해준 사건이었다.


   앞으로 나에게도 어떤 사건이 도래해서 어떤 새로운 진리를 발견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진리는 사건으로 도래한다' - 알랭 바디우 ..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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