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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Oct 19. 2022

소요서가 <초심자를 위한 한 줄 철학> 후기



   항상 철학을 곁에 두고 산다.



   철학은 마치 신호등의 빨간불 같아서, 엑셀을 밟고 바쁘게 살아가는 나를 멈추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멈춤 앞에서 나는 달릴 때는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보고, 이정표를 보고, 그리고 인간을 본다. 그래서 철학은 나를 좀 더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예전에 퍼실리테이션 강의를 듣다가 '소요서가'라는 철학서점을 알게 되었다. 독립서점도 사라지는 마당에 철학서점이라니, 마치 적의 공격에도 끝까지 살아남아 저항하는 독립투사를 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언제 한번 방문해 볼 생각을 가지고 소요서가를 지속적으로 팔로잉 하던 도중, 페이스북에서 <초심자를 위한 한 줄 철학>이라는 강의 공지를 보게 되었다. 나는 지체 없이 철학을 전공한 지인에게 함께 공부해보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본 강의를 신청하여 듣게 되었다.





   오프닝부터 찢어버렸다. 한 줄 철학이라는 네이밍을 보고 철학을 쉽게 설명해 주는 강의겠구나 생각했는데, 그것은 거대한 오산이자 큰 착각이었다. 한 줄 철학이라는 네이밍을 도출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들으면서 이 네이밍을 구상하기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사유하고 고민했는지 그 흔적들이 촘촘히 보였기 때문이다.



   소요서가의 윤상원 대표는 '줄임 문화가 사유와 비판을 침묵하게 하고  나아가 혐오하게 만든다'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강의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요약과 줄임 문화가 범람하는 시대다.   공약,   요약, TMI처럼 줄임 언어를 사용하는 현상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물론 모든 현상은 순기능과 역기능이라는 양면성갖고 있기 마련이지만, 문제는 역기능적 요소가 순기능을 덮어버릴 때다.



   줄임 문화의 역기능은 생략과 차단과 침묵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줄임은 추론 과정의 생략, 대화 과정의 생략, 사유와 비판 가능성의 차단 등, 사고를 멈추고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닫힌 방식이다. 특히 이것이 사적인 영역에서 공적인 영역까지 확대되었을 경우, 사고하는 과정을 혐오하게 만들고, 손쉽게 혐오 표현을 실어 나르게 되며, 정치는 실종된다.





   줄임의 문화가 팽배해진 시대, 윤상원 대표는 오히려 발상을 전환하여 질문을 던진다. 대화와 사유, 추론과 비판이 한 줄로 침묵하게 되었다면, 역으로 한 줄을 통한 대화와 사유, 추론과 비판은 불가능한가? 그저 한 줄로 종결되는 것이 아닌, 한 줄로부터 시작하는 방식이라면, 열린 방식의 말하기와 생각하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이 발상에서 기획된 것이 바로 '한 줄 철학'이다. 한 줄 철학의 의미란 많은 내용을 한 줄로 정리하는 게 아니라, 한 줄에서 시작해서 많은 내용으로 나아가는 의미를 담고 있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한 줄로 좁혀지면서 한 줄 밖의 이야기들을 소외시키고, 생략시키고, 혐오하게 만드는 것에 맞서, 한 줄에서부터 펼쳐지는 사유의 과정을 밟아가면서 생각을 키워나가는 것이 이번 강의의 목표다.



   이 작업을 하기 위해 <한 줄 철학>에서는 시대별로 가장 중요한 철학자들의 한 줄짜리 어록들을 모았다. 그들의 한 줄짜리 어록으로부터 풍성한 이야기들을 논리적으로 전개하고, 사유와 지평을 뻗어나가고, 다양한 생각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이것이 곧 철학을 하는 것이자 지혜를 사랑하는 하나의 형식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그 과정들을 내 역량이 닿는 대로 차곡차곡 기록해 볼까 한다.





1. 악법도 법이다.

2. 나는 생각한다, 나는 존재한다.

3. 모든 고귀한 것은 어렵고 드물다.

4. 너 자신의 지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라.




소요서가 <초심자를 위한 한 줄 철학> 후기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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