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12월 운동 결산
무언가에 진심인 편. 무언가에 진심인 사람들.
어떤 특정 대상에 마음과 정성과 뜻을 다할 때 흔히들 쓰는 표현이다. 그 대상이 너무 좋아서, 진정으로 꽂혀버려서 평범한 수준이나 상식을 넘어설 정도의 조건과 환경에서조차 열정과 에너지를 쏟는 사람들을 지칭하기도 한다.
나에게는 그 대상이 축구다. 나는 축구를 좋아한다. 그래서 축구를 보고, 읽고, 듣고, 말하고, 쓰고, 하는 모든 행위들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축구에 진심인 편이다. 다만, 인원 때문에 *축구 대신 풋살을 즐겨한다. 그런데 나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축구에 진심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 두 번의 사건을 통해 알게 되었다.
* 축구와 풋살은 엄연히 다른 스포츠이지만, 이 글에서만큼은 축구와 풋살을 동의어로 간주한다.
첫 번째는 토요일 오전 팀 경기다.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하루 전날 구장을 이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대관이 가능한 다른 지역 풋살장을 발 빠르게 예약하고 심지어 자발적으로 제설까지 하고 끝끝내 풋살을 하였다. (그냥 취소하면 어떻겠냐는 나의 의견은 묵살당했다.)
두 번째는 목요일 야간 팀 경기다. 일단 밤 10시부터 12시까지 하는 것부터가 진심이 우러나오는데, 특히 이날에는 칼바람이 부는 영하 10도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2시간 동안 꿋꿋이 풋살을 하였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감기몸살을 앓았다.)
12월에 진행한 4번의 풋살 중 최악의 조건과 환경에서 두 번씩이나 풋살을 감행한 나도 대단하긴 하지만, 한 치의 머뭇거림과 망설임 없이 풋살을 감행한 사람들을 보면서 이들이야말로 진짜 축구에 진심인 사람들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한 치의 머뭇거림과 망설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조깅에는 진심이 아니었던 것 같다. 12월에는 총 4회를 뛰었는데, 이는 월 역대 최저 횟수다. 폭우 때문에 트랙이 잠겨서 4번 밖에 뛰지 못했던 지난 8월과 동일한 횟수다. 조깅을 싫어하는 건 아닌데, 추위라는 환경을 뚫을 만큼 진심은 아닌가 보다.
무언가에 진심인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아마 양날의 검이 아닐까 싶다. 때로는 그들의 진심 어린 에너지와 열정에 감화·감동되어 힘과 동기를 얻고는 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나를 파괴할 수 있는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번에 둘 다 경험한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축구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