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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Jul 04. 2020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리뷰 & 후기

- 드라마 리뷰


   10년 전,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를 봤었다.


   당시의 나는 수험생이었고, 수능이라는 목표를 향해 굳은 결의와 각오를 가지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한 수험생의 마음을 공감해 주고, 동질감을 느끼게 해준 것이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는 하이틴의 감성과 의지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꽤나 성공적으로 끝났던 것으로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로부터 10년 후, '이태원 클라쓰'를 봤다.


   묘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굳은 결의, 단단한 신념, 넘치는 열정. 거침없는 패기. 이 드라마는 험한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20, 30대의 감성과 의지를 건드렸다. 특히, 그 과도기에 서 있는 나에게 아주 강렬하고, 직접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본 방이 종결된 지 한 달이 지나고서야 이태원 클라쓰를 보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움츠려 있던 나의 인생 감수성을 회복시켜 주었다는 점과 내가 드라마를 6년 만에 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꽤나 찬사를 받을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작품을 보면 여운이 남는다. 그리고 그 여운은 휘발되기 전에 글(후기)로 남겨 놓아야 당시의 온도를 유지한 채 기억의 파편 속에 저장될 수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의미에서 내가 보고 느꼈던 이태원 클라쓰 드라마의 후기를 10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리뷰해보려고 한다.                                               




■ KEYWORD 1 <플롯>

ㅣ대중의 염원을 담아내는 그릇

     

                                                                                                  

   가난한 자의 자수성가 플롯 전개는 대중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다. 불의한 자가 정의 구현을 당한다거나,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플롯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한 플롯들에는 대중들의 염원이 무의식적으로 담겨 있다. 드라마의 플롯에 자신의 삶을 투영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드라마가 새드엔딩으로 끝났다면(예를 들어서 박새로이가 장가를 넘어서지 못했다면), 대다수의 대중은 현실의 부조리함을 드라마를 통해서도 겪고, 개개인의 실제적 삶을 통해서도 겪는 고통의 이중 굴레를 마주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장 회장의 말처럼 패기는 없는 자의 객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명됨으로써, 패배주의와 현실의 비참함을 양산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작가가 그러한 대중들의 염원과 심리를 읽고 플롯을 구성한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대중들의 공감력을 이용해 대중들이 실제의 삶보다는 드라마라는 가상 현실에 빠져들게 만들어 수익 구조를 창출하게끔 말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지나치게 상업주의적인 나의 주관적 견해이지만)


   결론적으로, 권선징악과 사필귀정 그리고 자수성가 컨셉의 플롯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이상 평타는 치는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마음속에 정의와 공의라는 가치를 늘 염원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합리함과 불의를 맛보게 한 장가 그룹에게 성공이라는 매개로 복수하는 주인공의 뻔한 플롯이 폭발력을 얻는 것이 아닐까 싶다.                                              




■ KEYWORD 2 <사람>

ㅣ장사는 사람이다



   주인공 박새로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코 '사람'이다. 사람이 없었다면 그는 결코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단밤 포차의 직원들부터 펀드매니저가 된 고등학교 동창 호진, 그리고 장가 그룹의 전무이사까지 박새로이 곁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


   박새로이에게 사람 한 명 한 명은 거대한 자원이었고 히든카드였다.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도약을 해야 할 때마다 아군과 지원군이 적재적소에 있었고, 이러한 점이 작중에 몰입감과 기대감을 더 높이게 했다. 특히나, '장사는 사람'이라는 박새로이의 대사는 본인의 장사 철학을 톡톡히 보여줌으로써 팀의 유대감을 고취시키고 연대 의식을 강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장사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사람만큼 중요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사람의 가치를 숫자로 평가하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현시대의 사조를 거부하고 인간적인 가치를 선언해 버리는 박새로이의 외침은 많은 이들의 가슴속을 훈훈하게 데워주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이자 성공이 아닐까.



장 회장 : 장사를 못하면 사람도 없지
  박새로이 : 사람이 있기에 장사를 할 수 있는 겁니다.




■ KEYWORD 3 <음악>

ㅣ시작, 돌덩이, Say, 그때 그 아인..



   플롯이 뼈라면 구성요소는 살이다. 살을 예쁘게 잘 붙여야 플롯이 살고 대중들은 반응한다. 플롯을 구성하는 살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살 중에 살은 단연코 음악이다. 음악이 살면 드라마 전체가 아우라를 내뿜는다. 그만큼 음악이 드라마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좋은 드라마에는 좋은 OST가 있다. 그래서일까? 이태원 클라쓰의 OST는 정말이지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했다. 특히, 드라마의 컨셉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드라마가 전해주는 분위기나 메시지를 음악적 장르와 가사로 여과 없이 흘려보내주었다. 또한, 극적인 장면마다 알맞은 OST로 적절하게 배치하고 리듬감을 살리는 장면의 극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플롯은 이미 웹툰으로 공개되었었다는 점을 고려해보았을 때, 이 드라마의 흥행은 음악이 5할은 먹고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가호의 시작을 들으면 지금 당장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가야 할 것 같은 기운이 샘솟으니까 말이다.



I can fly the sky! Never gonna stay!




■ KEYWORD 4 <영상미>

ㅣ감성의 끝판왕


출처 - JTBC 이태원 클라쓰 방송 화면 캡쳐


   유튜브와 같은 영상 콘텐츠의 시대가 열리면서 영상미는 콘텐츠에서 빠질 수 없는 기본값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같은 감성의 시대에 영상미는 감성을 한 층 더 돋게 하는 기폭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태원 클라쓰 역시 감성 돋는 영상미가 돋보였다. 이태원이라는 장소와 거리의 분위기를 모던하고 화려하게 잘 연출해냈고, 단밤과 장가의 대립 구도를 감각적으로 잘 묘사해냈다.


   하이라이트는 이서의 고백 장면이었다. 키워드 3에서 언급한 음악의 효과와 빼어난 영상미가 어우러져 감성 폭발의 절정을 연출했다. 물론 사랑이라는 주제가 있었기에 더욱더 빛난 것이겠지만.




■ KEYWORD 5 <내레이션>

ㅣ담담하고도 애잔한 언어의 속삭임


출처 - JTBC 이태원 클라쓰 방송 화면 캡처


   내레이션이 이렇게 많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처음 본 것 같다. (물론 내가 드라마를 잘 안 봐서 그렇기도 하다) 이태원 클라쓰는 각 캐릭터마다 내레이션을 통해 인물의 심리 상태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해냈다. 이것은 작중 캐릭터의 몰입감과 긴장감을 더해주었고, 감정의 이입을 증폭시켰다.


   개인적으로, 조이서의 내레이션이 가장 인상 깊었다. 때로는 돌덩이처럼 강하게, 때로는 소녀의 감성처럼 여리게, 담담하고도 애잔한 목소리를 담아냈다. 이서의 선명한 목소리가 주는 울림은 마치, 언어의 향연을 보는듯했다. 진지함과 진실함이 묻어나는 내레이터 속에서 또 다른 감동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 KEYWORD 6 <차별>

ㅣ젠더, 인종, 계층 등 차별에 대한 메시지


출처 -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이태원 클라쓰에는 차별에 대한 메시지가 있다. 그만큼 시대의 트렌드와 유행을 잘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현시대에 만연해 있는 차별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준 것이 의미가 있었다. 젠더 갈등과 인종차별 논란, 그리고 금수저 흙수저 계층 싸움이 끊임없이 이슈가 되는 가운데 트랜스젠더와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대결 구도를 캐릭터를 통해 잘 구현해냈다.


   이태원 클라쓰는 차별에 대한 각각의 이슈를 스토리에 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어떤 해답을 제공해 주기보다는 시청자들이 보고 판단하도록 맡긴다. (물론 일정한 방향으로의 유도는 있지만)


   자칫하면 논란이 될 이슈들을 예민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도적인 입장을 잘 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기 때문에 흥행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 KEYWORD 7 <명대사>

ㅣ어록 대잔치


   드라마는 수많은 명대사들을 제조한다. 이것이 드라마에 끌리는 또 하나의 매력이자 묘미다. 명대사는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잔잔하게 마음속에 남아 여운을 가져다준다. 격하게 공감을 했거나, 느슨했던 내 정신이 번쩍 들었거나,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게 되었거나, 깊고 깊은 나의 마음속을 울렸던 명대사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지금 한 번! 지금만 한 번! 마지막으로 한번! 또 또 한번! 순간은 편하겠지. 근데 말이야. 그 한 번들로 사람은 변하는 거야."
 - 박새로이 -


"공부? 노가다? 원양어선? 그렇게 시작하면 돼. 필요한 건 다 할 거야.
내 가치를 네가 정하지 마. 내 인생 이제 시작이고, 난 원하는 거 다 이루면서 살 거야"
- 박새로이 -
   

"분명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 하지만 그와 나의 시간은  농도가 너무나도 달랐다."
- 최승권 -


"목표가 확고한 사람의 성장은 무서운 법이야."
- 장회장 -


"제가 원하는 건 자유입니다. 누구도 저와 제 사람들을 건들지 못하도록 제 말 행동에 힘이 실리고,

어떠한 부당함도 누군가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제 삶의 주체가 저인 게 당연한, 소신에 대가가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 박새로이 -


"너는 네 삶에 최선을 다한 거고 너는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 박새로이 -


"보잘것없던 대학생과 막 출소한 전과자. 흙 밭에 끄적인 허무맹랑한 계획. 모든 역사 속, 위인들에게 붙는 위대하다란 형용사는 그 허무맹랑한 계획을 실현시킨 사람들에게 붙는 수식어다."
- 내레이터 -




■ KEYWORD 8 <용기라는 가치>

ㅣ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이긴다


   드라마가 주는 유익이 있다. 그것은 우리에게 어떠한 '가치'를 던져줄 때 발생한다. 그 '가치'라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어떤 힘이 있다. 보이지 않는 이 '가치'로 보이는 유물론적인 세계를 이기기 때문이다.


   이태원 클라쓰는 그런 '가치'를 보여줬다. '정의'와 '소신', 그리고 '용기'를 통해서 말이다. 특별히, 나는 용기에 대해 더 초점을 맞췄다. '용기'는 내가 바라고 원하는 삶의 '가치'이기도 하고, 드라마 속에서 니체의 작품을 통해 언급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출처 - jtbc 이태원 클라쓰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용기는 죽음까지 죽여 없애준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용기'라는 가치는 불멸의 가치다. 시대를 막론하는 보편적 가치이며, 우주적인 가치다. 어떤 드라마든, 어떤 영화든, 어떤 만화든, 어떤 글이든, 용기로부터 시작되고 용기로부터 끝난다. 인생은 용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용기가 빠진 스토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어쩌면, 악당이, 악마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모든 주인공들은 용기를 통해 성장하고 승리하니까. 그 과정 가운데서 숱한 어려움과 고난들을 겪고 실수를 남발하지만, 이 모든 것을 딛고 일어나 자신의 삶에 책임을 다하고 사명을 완수한다.


   도전, 진취성, 열정, 패기 등, 이 모든 것을 수렴하는 삶에 대한 태도는 용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용기'라는 가치가 가장 아름답고 숭고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어.
근데 책임은 아무나 질 수 없는 거다?
용기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거야.

- 이태원 클라쓰 '강민정' -




■ KEYWORD 9 <안티프래질>

ㅣHIT ME HARDER MAKE ME STRONG


출처 - 비숲 캘리그라피


   '안티프래질'이라는 용어가 있다. 나심 탈레브 작가가 쓴 '안티프래질'이라는 책에 나오는 용어인데 충격을 받을수록 더 단단해지는 성질, 속성을 의미하는 용어다. 나는 이태원 클라쓰를 보면서 이 단어가 계속 떠올랐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더 강해지고 단단해지는 등장인물들에게 이보다 더 어울리는 단어는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태원 클라쓰에는 유독 '단단함'이라는 대사가 많이 등장한다.



"제가 판단한 박새로이는 무모하고 어리석습니다.

하지만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합니다. 

목표를 세우면 더딜지 몰라도 확실히 나아갑니다."

- 이태원 클라쓰 '오수아' -


"로이 오빠, 너, 그리고 단밤 식구들을 위해 단단해질 것이다."

- 이태원 클라쓰 '마현이' -


변한 건 없어 버티고 버텨

내 꿈은 더 단단해질 테니

다시 시작해

- 이태원 클라쓰 OST '시작' -



   OST 가사에도 언급될 정도로 '단단함'에 대한 메시지가 강하다. 불합리한 현실과 험난한 세상 속을 살아가기 위해선 강한 멘탈을 지녀야 함을 일깨워주는 것 같다. 깨지고, 부서지고, 넘어지고, 쓰러져도 더 단단하게 다시 일어서는 정신을 말이다. 이것이 '안티프래질'이라는 단어가 뇌리에 박히는 이유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도 니체의 말이 떠오른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시련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 프리드리히 니체 -




■ KEYWORD 10 <캐릭터>


출처 - 나무위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의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었다. 그 이유는 모두가 분명하고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자의 가치관과 성격이 언행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구구절절하고 싶지만 캐릭터 분석은 따로 기획할 예정이므로 여기까지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 마치며

jtbc 이태원 클라쓰


   이 리뷰를 쓰는데 2주 정도가 걸린 것 같다. 그만큼 곱씹어 볼 게 많은 드라마였다.


   드라마를 통해 얻는 것은 나의 현실이 드라마처럼 이루어졌으면 하는 희망사항이 아니라, 드라마 속에 녹아들어 있는 삶의 자세와 태도를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드라마 속에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에 반영시키고 현실화 시키는 것이 드라마가 주는 유익이라고 생각한다.


   전형적인 21세기 판 영웅서사라는 점에서 조금 유치할 수도 있고, 뻔할 수도 있지만 우리네 삶에 던져주는 메시지는 분명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원동력 삼아 삶을 용기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드라마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음에는 어떤 드라마를 볼까?



#JTBC #드라마 #이태원클라쓰 #후기 #리뷰

#SUN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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