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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Jul 03. 2020

한자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

- 일상 에세이


2020.06.05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때, 낯설고 어려운 용어들이 나온다. 또는 어디선가 들어봤지만 명확하게 개념이 따라오지 않는 단어들도 만난다. 보통 이런 류의 용어나 단어들은 한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한자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을 경우, 대강 그 용어나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거나 해석하는데 수월함을 얻을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 말의 70%가량이 한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한자를 공부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한 당위성을 부과해 준다.


   한자 공부를 했던 건, 초등학교 저학년 때인 걸로 기억한다. 당시, 내가 살던 동네에는 유명한 서예 학원이 있었는데, 서예뿐만 아니라 한자도 공부하는 그런 학원이었다. 나는 그 학원을 대략 2년 동안 다니면서 서예와 한자 공부를 병행했다. 여느 학문이 그렇듯, 한자의 세계에도 시험이라는 것이 존재했고, 나는 한자를 공부하면서 한자 급수 시험이라는 것을 몇 번 치르었었다. 한자 급수 시험은 급수가 낮아질수록 난이도가 상승하는데 아마 3급까지 치르고 그만두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그때에는 한자를 공부하는 것이 내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 전혀 알지 못했다. 기껏해야 다른 과목을 배우는 수준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서야 과거에 했던 한자 공부가 그저 유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학습하는 데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자가 인문·교양 지식을 더욱 쉽게 습득할 수 있게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한자를 알고 단어를 해석하는 것과 한자를 모르고 단어를 해석하는 것에는 어떠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것은 의미에 대한 이해력과 확장력의 차이다. 예를 들어, 학교(學校)라는 단어를 해석할 때, 한자를 알고 있는 경우에는 ‘학’의 의미가 배움이고 ‘교’의 의미가 학교라는 장소적 의미라는 것을 먼저 인식하고 학교의 의미를 해석한다. 반면에, 한자를 모르고 있는 경우에는 학교 그 자체의 뜻을 그냥 암기하거나 이미지 혹은 타인의 말과 글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개념을 이해하는 이해력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한자는 글을 쓸 때도 유익하다. 한자는 조금 더 풍부한 어휘나 단어를 사용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앞에서 언급했던 학교를 다시 예로 들자면, 학교(學校)라는 한자를 알고 있으면 학(學)에 대한 파생어를 쉽게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다. 학문, 학자, 학위, 학술 등등 이 모든 단어들이 같은 뿌리에서 나온 단어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즉, 어휘력이 확장된다. 이 어휘력의 확장으로 인해 글을 쓸 때, 다양한 단어의 조합과 다채로운 단어의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한자를 공부했을 때의 유익인 것 같다.


 

   먼 훗날, 아이를 낳아서 키운다면, 나는 아이에게 한자를 꼭 가르칠 생각이다. 한자는 우리말의 더 넓고 깊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20년 전에 공부했던 그 상형 문자들이 20년 동안 내가 글을 읽고 쓰는데, 학습을 하는데 밝은 등불이 되어 주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러한 귀중하고 유익한 삶의 유산과 지혜를 다음 세대에게 꼭 물려주고 싶다.




#SUN #sun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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