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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May 18. 2020

준비의 부재는 코스트를 발생시킨다

- 일상 에세이



   퇴근길, 간만에 비가 억수 같이 내린다. 비만 내리는 것이 아니다. 천둥과 번개와 바람을 동반해 퇴근길의 산뜻함과 즐거움을 모조리 앗아가버린다.(코로나 바이러스도 함께 앗아갔으면 좋겠다) 우중충한 물이 날카롭게 쏟아지는 세계를 보면서 내가 처음 내뱉은 말은 ‘Oh my god..’ 주님을 찾는 일이었다.


   그러자 그 때! 갑자기 구름 속에서 어떤 음성이 들리더니 하늘에서 태양이 번쩍 솟아나고, 줄기차게 내리던 비들이 소멸되고, 땅에 떨어진 빗방울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그런 기적과도 같은 일은 당연히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나는 우산을 사러 갔다.


   우산을 준비하지 않은 대가로 약간의 코스트가 발생했다. 20분과 3천원. 우산을 사기 위한 시간과 비용이다. 거기에 수치를 알 수 없는 적당량의 에너지도 소모되었다. 사소한 대가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 20분은 이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며, 3천원은 오늘 하루 왕복 교통비다. 또한, 적당량의 에너지는 퇴근 후 자기계발을 위해 비축해둔 에너지다.


   그러나, 나는 오늘 금과 같은 시간, 가치 있는 선택을 위한 비용, 삶을 이끌어 갈 에너지 모두를 낭비하고 말았다. 삶에 작은 코스트들을 발생시켰다. 비가 올 것을 대비해 우산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준비는 유익을 가져다준다. 물론 준비가 조금 귀찮을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 귀찮더라도 준비를 위한 그 자그마한 귀찮음을 극복한다면, 언젠가 나비효과가 되어 삶의 거대한 코스트를 방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미리미리 준비하자



#일상 #에세이 #준비

#SUN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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