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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Sep 16. 2020

지속성에 대한 보상 메커니즘

- 일상 에세이


   인상적인 경기였다. 팀의 밸런스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도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나를 향한 팀원들의 좋은 평가와 칭찬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객관적인 기록 역시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는 것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된다.


   10경기 8승 2패. 6득점. 2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아마추어 풋살 3파전에서 이러한 기록을 달성했다는 것은 아마추어 풋살러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엄지를 치켜세우기에 충분한 기록이다.


   가끔씩 이렇게 자타가 공인할 만큼의 훌륭한 경기력이 나올 때가 있다. 슈팅을 하는 족족 골이 들어가거나, 타이밍을 빼앗는 드리블을 계속 성공한다거나, 팀이 거침없는 연승가도를 달린다거나 등등. 이럴 때면 어김없이 경기에 더 몰입하게 되고 움직임에 탄력을 받게 된다. 더 뛰고 싶고, 더 차고 싶은 재미도 붙게 된다.


   하지만 당시의 경기력은 당시의 시간에만 국한된다. 결코 다음 주에 있을 경기까지 연결되지 않는다. 동일한 경기력은 없으며, 동일한 플레이도 없다. 그저 무수한 경기 중 평균 이상으로 잘했던 경기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이것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지속적으로 뛰어 온 것에 대한 결과라는 점인 것이다. 지속성은 나쁜 경기력을 주기도 하지만 좋은 경기력이라는 보상을 제공하기도 한다. , 좋은 경기력이라는 보상을 얻을 가능성은 지속성 속에서 가능하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글쓰기에도 적용된다. 글을 쓰다 보면 가끔 내가 썼나 싶을 정도로 우수한 글이 생산될 때가 있다. 탄탄한 논리, 창의적인 어휘력, 독특한 소재, 기발한 인사이트가 조화롭게 섞인 글. 그런 글은 조회수가 미친 듯이 올라가고, 좋아요 알림 메시지가 분주하게 울린다. 신기하면서도 낯선 경험이다


   반면에 그저 그런 글, 또는 무슨 소린지 모를 글을 생산할 때도 있다. 동일한 글도, 동일한 필력도 아니지만 썩 마음에 들지도 않고, 공개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별 볼일 없는 글, 진부하고 뻔한 이야기만 담은 그런 글 말이다.


   그러나 어떠한 글이든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필력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쓰는 행위 속에서 어쩌다 우수함이 탄생하는 것이니까. 좋은 경기력 만큼이나 좋은 글이 나올 가능성은 글쓰기의 무수한 지속성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하다 보면 어쩌다 한 번씩 터지는 날이 온다. 그것이 아마 지속성에 대한 보상 메커니즘이 아닐까 싶다. 경기력도, 필력도, 다른 그 어떠한 행위도 지속성 속에서 잠재력이 드러나고 우수함이 탄생한다.


   그래서일까? 지속성은 지속자가 지치지 않게, 지속적인 행위가 무의미하지 않게 우수함이라는 보상을 가끔씩 던져주는 것 같다. 나는 그 보상을 받기 위해 오늘도 뛰고, 오늘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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