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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Sep 25. 2020

오래된 우정

- 일상 에세이



   내가 살아온 인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은 오늘 만난 오랜 친구로부터 증명이 되었다. 어린 시절 만났던 우리의 우정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력했다. ‘나’라는 존재가 그 친구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삶에 대한 태도와 자세를 바꾸어 주고, 하나님을 만나게 되는 통로가 되었다는 사실은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예고편이 아닐까 싶다.


   어떠한 주제를 꺼내도 그 주제에 대한 친구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방대한 지식이 있거나, 훌륭한 통찰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즉, 자신만의 철학이 존재했다. 이것은 주체적으로 사유하고 능동적으로 삶을 이끌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학에 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서 대학에 가지 않았다는 친구의 삶이 이를 증명한다.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가는 능력, 확실한 리액션, 경청의 자세까지 인간 이해에 대한 마인드가 열려 있다. 배워야만 가능한 이런 옵션들을 어디서 길러왔는지 궁금하긴 하다. 이렇게까지 대화가 잘 통하는 친구를 만난 건 이 친구 이외엔 없었던 것 같다. 가히, 티키타카의 정점을 찍은 대화였다. 어쩌면 서로의 생각에 대한 존중의식이 디폴트로 책정됨으로써 대화의 안전망이 형성된 게 아닐까 싶다.



   신촌 애슐리에서 식사를 마친 후, 친구의 차를 타고 귀가했다. 역시나 우리는 대화했다. 나는 이 친구를 이미 신뢰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지지와 격려를 느꼈다. 나와 너무나도 비슷한 가치관의 뿌리를 가진, 사유의 결이 닮은 친구가 존재한다는 것이 내 인생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우정이 곁에 있다는 것이 진심으로 감사하다. 나는 경쟁심이 강한 사람인데 이 친구에게는 결코 경쟁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경쟁심이 강했던 학창 시절 때도 이 친구에게만큼은 경쟁심을 느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와 그 친구의 우정이 2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우정의 진실성을 증명한다.


   우리의 우정은 근접성의 영향도 받지 않았다. ‘이사’라는 계기로 10년 넘게 떨어져 지냈지만, 우리의 사이에는 오랜 세월이라는 벽이 없었다. 나와 그 친구가 쌓아온 우정은 이미 내 정체성의 일부분이고, 과거의 시간과 순간을 공유하고 있는 또 다른 관점의 ‘나’이다. 삶의 공유를 바탕으로 형성된 유대관계는 굳건하고 친밀하며 행복했던 시절이라는 과거의 공통된 유산을 소환한다.


   그렇다. 오래된 우정은 삶에 행복과 웃음을 소환한다. 내가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에 행복했던 기억 중 하나, 그 친구와 유희왕 카드 게임을 함께 했던 기억이 소환됨과 동시에 행복과 웃음이 소환된 것처럼 말이다.



#우정 #친구 #에세이

#SUN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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