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 Jul 12. 2020

[서평]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



   한때, 인문학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너도 나도 들고 다니며 읽었던 시절, 인문학과 관련된 강연과 책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던 시절, 기업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는 채용공고를 올리던 시절이다. 당시, 인문학은 교양보다는 자기 계발서로, 하나의 트렌드이자 유행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렇게 인문학은 상품화되었고, 그렇게 인문학은 죽어버렸다.


   오늘날에 이르러 죽었던 인문학이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맞설 무기로 인문학을 주목하면서 인문학의 르네상스가 도래하게 된 것이다. 여전히 인문학으로 돈 버는 방법들을 가르쳐준다는 콘텐츠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왜 돈을 벌어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콘텐츠들이 늘어나고 있다. 본질에 대해 사유하고, 인간과 사회, 문화에 대해 탐구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힘은 인문학에서 나온다. 세계와 삶을 바라보기 위해 인문학적 사고는 필수인 셈이다.


   이 책은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기 위한 기본서다. 최근에 출간된 0편이 출판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와중에 0편을 읽기 위한 예습으로 1,2편을 읽게 되었다. 1편에서는 현실 세계를 이분법으로 압축해 이야기한다.(자세한 내용은 1편 리뷰) 그리고 2편에서는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 등, 현실 너머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현실 너머는 현실의 근원이고 현실은 현실 너머의 실존이다. 따라서, 현실과 현실 너머는 불가분의 관계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2편을 모두 읽어야 하는 이유다.




ㅣ PART 0 진리


진리란 무엇인가? 진리란 세상의 모든 이치와 법칙을 담을 수 있는 하나의 답이다. 그래서일까? 인간은 항상 진리를 찾아왔고, 탐구해왔다. 진리의 실체가 아직까지 규정되지는 않았지만, 진리가 되기 위해서는절대성, 보편성, 불변성이라는 3가지 속성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속성을 갖춘 진리가 존재하느냐의 여부다. 진리의 실존 여부를 나타내는 태도는 4가지가 있다.절대주의, 상대주의, 불가지론, 실용주의가그것이다.


이 책은 진리를 찾는 여정을 담고 있다. 그 여정 속에서 진리의 후보자로 나선 철학, 과학, 예술, 종교를 알아볼 것이고, 마지막에는 말할 수 없는 은둔의 영역 '신비'를 다룰 것이다. 역시나 기본 골격은 1편과 마찬가지로 이분법을 활용할 것이다. 절대주의와 상대주의라는 이분법으로 말이다. 그리고 방대한 양의 지식을 단순 서술하기보다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표로 정리해보았다. 그럼 진리의 후보자들을 찾아 떠나보자!



ㅣ PART 1 철학


첫 번째 진리의 후보자는 철학이다. 철학이란 '지혜를 사랑하다'라는 의미이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철학자들이 지혜를 추구하고 지혜를 밝혀내기 위해 애를 썼다. 세계와 인간의 존재 그리고 삶에 대한 고찰은 시대를 막론하고 인류의 공통된 질문이자 물음이다.


철학은 그러한 질문과 물음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물론 답은 스스로가 만들고 찾아내야 하지만. 그 지난한 세월의 과정을 지닌 복잡한 철학사와 무수히 많은 철학자들의 사상을 4가지의 연대순과 3가지의 입장 순으로 정리해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철학을 어려워한다. 물론 나도 그렇다. 그러나, 철학의 세계에 한 걸음씩 나아갈수록 철학 개념이나 용어가 선명하게 그려지고, 흐름과 원리의 실마리를 갖게 되고, 그렇게 철학자의 사상을 깨우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이 과정이 너무나 흥미롭다. 마치 지성인이 되어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착각이 아닐수도!?)


이 책의 구성처럼 철학은 먼저 거시적으로 전체를 바라본 후, 각자가 더 깊이 탐구해보고 싶은 사상에 미시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철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는 요령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거시와 미시라는 이 두 단어는 다음 챕터와도 연관이 있다. 빨리 다음 챕터로 넘어가 보자.



ㅣ PART 2 과학


두 번째 진리의 후보자는 과학이다. 과학은 크게 거시 세계에 대한 탐구와 미시 세계에 대한 탐구로 나누어진다. 이것은 절대주의와 상대주의를 나누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거시 세계에 대한 탐구는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자연법칙을 탐구하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미시 세계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비결정론적인, 확률로만 예측 가능한 세계에 대한 탐구를 뜻한다.


과학의 역사는 거시 세계에 대한 탐구가 주를 이루고 비중이 크지만 그것은 미시 세계에 대한 탐구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현대에 이르러서 시작되었기 때문이지 결코 우위에 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나는 미시 세계에 대한 탐구가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과학이 확률 게임이라니! 센세이션 하지 않은가!)



나는 학창 시절 때 과학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 당시에는 과학에 나오는 개념조차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내 지적 수준이 낮아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지적 욕구가 솟은 것이다.


세계를 구성하는 물질들과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와 법칙을 알아내는 과학이 정말 위대하게 느껴졌다. 그 위대한 과학사의 발자취와 과학자들의 결과물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알아가고 싶다. 기초부터, 개념부터 천천히.



ㅣ PART 3 예술


세 번째 진리 후보자는 예술이다. 예술은 체험적이고 주관적인 영역에 속하다 보니 철학이나 과학에 비해 합리성과 논리성이 다소 약하다. 그래서 진리로서 강조하거나 일반화하기 어려운 제약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예술은 그 자체로 깊은 의미와 통찰을 선사하기 때문에 논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예술은 시간의 형식을 따르는 예술(문학,음악,무용)과 공간의 형식을 따르는 예술(건축,회화,조각)로 나뉜다. 이 책(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에서는 공간의 형식을 따르는 예술, 그중에서도 '회화'를 중점으로 다룬다. 회화사에 대한 입장과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았다.


* 고전주의(절대주의)-이성을 통해 그림을 그리려는 화풍(조화,균형,비례,법칙 강조)

* 낭만주의(상대주의)-개인의 내면과 개성을 존중해 주관적 표현 방식을 중시(정서,격정)

* 현대미술(회의주의)-예전 것들에 대한 거부와 새로운 것들에 대한 추구


* 오늘날의 미술 : 회화의 대상에 대한 변화와 소멸

-> 주체를 흔드는 방향


* 주체를 흔드는 방법

1.주체의 대상화(행위 예술)

2.주체를 제거(자동기술법(ex.데칼코마니))

3.주체를 집단화(다수가 작품에 참여하고 그로써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과정)



현대 사회로 진입할수록 난해한 작품들이 등장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기존의 방식을 탈피하고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려는 움직임들이 작품을 통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 자유로운 행위가 곧 예술이고 그 안에 예술가의 사상과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도 현대의 예술 사조를 지칭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에 개개인들은 모두 예술가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예술의 변천사가 정말 흥미롭다. 예술이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지 궁금하다.




ㅣ PART 4 종교


네 번째 진리 후보자다. 어쩌면 후보자가 아니라 진짜 진리일 수도 있다. 그만큼 그 어떤 분야보다 직접적인 답변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영역. 인간의 역사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그 영역. 바로 종교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는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이다. 이 3개의 종교는 세계 3대 종교라 불리는데 절대적 유일신을 믿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흥미로운 점은 각각 다른 종류의 유일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민족의 유일신을 믿는다는 점이다.


다만, 구약성서 이후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견해와 해석이 상이하다는 점에서 이 세 종교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유대교는 예수와 무함마드를 인정하지 않고, 그리스도교는 예수만을 인정하며, 이슬람교는 예수보다 마지막 예언자 무함마드를 가장 중요시한다.



절대적 유일신교가 서구 사회를 지배한 것과는 달리, 상대적 다신교는 인도를 중심으로 아시아권에 영향을 끼쳤다. 이 지역의 종교는 가장 근원적인 뿌리로서 '베다'를 기원으로 하며, 개인이 깨달음을 통해 초월적 존재로 나아가야 한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공통된 신앙 체계를 가지고 있다.


종교에서 회의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종교에 대한 회의주의는 철학과 과학의 영역에서 발견된다. 종교는 사실의 영역이 아닌 믿음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차원이 다른 두 영역을 논리와 이성을 가지고 갑론을박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인간의 존재와 근원, 세계와 삶에 대한 진실은 종교로부터 기원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종교에는 이 있기 때문이다. 그 신을 탐구해나가는 것이 신학이고, 그 탐구과정을 보완할 수 있는 학문이 철학과 과학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연유로 종교가 가장 진리와 가깝거나, 진리를 증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까라는 조심스러운 견해를 밝혀본다.




ㅣ PART 5 신비


마지막 챕터는 말할 수 없는 것으로서의 신비를 이야기한다. 죽음과 삶, 이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이므로 스스로 체험할 때에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다. 따라서, 이 영역은 학문적 탐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신비의 영역을 학문적 영역으로 옮기고자 하는 노력은 꾸준히 존재하며, 이와는 별개로 인생의 의미와 삶의 신비를 깨닫고 이해하려는 자들 역시 부지런히 순례의 길을 걷고 있다. 아마도, 그것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하고 심오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 답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향이기 때문이 아닐까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편을 읽고 난 소감은 적당히 어렵고 적당히 재미있었다. 현실 세계 너머의 이야기를 읽고 이해하는 것이 지금 당장 내 삶에 실용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지만,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삶을 윤택하게 해 줄 보이지 않는 자양분이 되어 줄 것이라고 난 믿는다.


지식에 대한 갈망이 있거나 인문학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분야와 영역을 거시적으로, 넓고 얕게 조망해 볼 수 있고 전체적인 흐름과 서사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지적 수준의 한계를 낱낱이 고발하고, 지식 블록을 한 단계씩 쌓아 올려준 이 책에 고마움을 표한다.


이제 다음 시리즈 0편을 읽을 차례다.




#SUN #sunwriter



매거진의 이전글 [서평] 일의 기쁨과 슬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