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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Sep 21. 2020

[서평] 가족의 두 얼굴 / 최광현

- 가족문제는 1+1이다



   야누스의 두 얼굴이라는 개념이 있다. 통상적인 선량한 얼굴과 위기 상황에서 나타나는 다른 얼굴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가족도 야누스와 같이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가족은 나의 힘이 되기도 하지만 짐이 되기도 하며, 한 없이 사랑하다가도 한없이 미워지기도 한다. 사랑과 상처를 끊임없이 주고받는 가족관계 속에서 양면성을 띈 가족의 두 얼굴을 지속적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따뜻한 보금자리이자 사랑의 토대가 되어야 할 가족이 이처럼 두 얼굴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당사자도 원하지 않는 상처와 아픔을 가족에게 안겨주는 것일까? 도대체 가족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러한 물음에 ‘가족 문제는 1+1이다’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가족 문제는 어린 시절의 상처와 아픔상대방의 실망스럽고 상처 주는 행동이 합해진 결과라는 것이다.



ㅣ어린 시절의 상처와 아픔


   어린 시절이 외로웠던 사람은 늘 쉽게 외로움을 느낀다. 외로움이라는 감정 채널이 고정되었기 때문이다. 감정 채널은 우리가 가족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감정을 경험하였는가에 따라 형성된다. 어린 시절 느꼈던 외로움이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되는 이유다.


   우리는 가족관계를 통해 대인관계에 대한 기본적 믿음과 기대를 갖게 된다. 그러한 감정들은 외부가 아닌 자기 내면에서 온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안다’는 것은 곧 자기의 상처를 마음과 감정으로 직면하고 이해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상처를 알게 되는 사람은 상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곧 상담의 목적이자 치유의 출발점이다.


   어린 시절의 상처와 아픔은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도, 특히 배우자의 선택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어린 시절에 경험한 내 가족의 모습을 재현해 줄 사람에게 강하게 끌린다. 갈등의 고리를 풀고자 하는 무의식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패턴을 풀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의 가족을 거리를 두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곳에서 경험한 감정에 용기 있게 직면하고 자신과 가족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고 나면 배우자의 선택과 만남 속에서 발생하는 불안과 긴장에 조금 더 초연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https://youaremom.co.kr/parenting/arguing-in-front-of-the-kids-is-a-bad-idea/


ㅣ상대방의 실망스럽고 상처 주는 행동


   상처를 주고받는 가족과 행복한 가족의 차이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가족의 체질과 자아 분화가 있다. 가족은 상호작용하는 존재다. 때문에 가족 문제의 원인은 단순히 개인이 아니라 개인이 처한 환경에서 찾아야 한다. 관행적으로 유지해 오던 관계에 변화를 주거나 소통의 방식을 바꾸면 가족의 체질이 개선되고 가족 관계에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온다.


   자아 분화는 ‘자녀가 얼마나 엄마로부터 분리와 독립을 할 수 있는가’라는 개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개념이 굉장히 와 닿았다. 내가 자아 분화가 낮은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우리나라는 자아 분화가 느리게 이루어진다.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도 한몫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고서 부모와 분리가 되지 않은 삶을 지속하다 보면 개개인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기르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자아 분화는 감정, 특히 ‘불안’을 통제하고 조정하는 능력과 밀접한 관계를 이룬다. 자아 분화가 높은 사람은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잘 다루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불안에 쉽게 넘어가고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자아 분화를 성인이 된 지금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먼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대응해야 한다. 스트레스에 한 번 더 생각하려고 애쓰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족 상담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공감하게 되었다. 가족문제는 개인의 심리적 각성도 중요하지만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가족관계 내에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 사이의 갈등을 각자의 어린 시절의 아픔과 상처를 돌아보며 치유하고, 상대방에게 실망과 상처를 주는 행동방식들을 지양하면서 풀어야 한다.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를 원한다. 그리고 의지를 가지고 노력한다. 하지만 의지만으로 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가족 문제는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듯이, 가족 관계에도 기술이 필요하고 배움이 필요하다. 이것이 이 책이 주는 메시지인 것 같다. 가족의 두 얼굴이 한 얼굴이 되기까지 배우고 노력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 내게 주어진 사명이 아닐까 싶다.



#가족의심리학 #최광현 #서평

#SUN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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