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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Sep 24. 2020

[서평] 나는 남자를 버리고 싶다

- 사랑하는 여자를 위한 깨달음과 대화에의 의지



   책 제목부터가 다소 불편했다. ‘남자를 버리고 싶다’라니. 조금은 자극적인 제목이 책을 빌리는 데 묘한 불편함을 선사했다. 아마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존재조차도 몰랐겠지)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어떤 사연이 있길래 남자를 버리고 싶은 건지 그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리고 이 책은 정확히 그 지점에 대한 공감으로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책의 내용은 제목과 달리 남자에 대한 반감이나 불편함을 제공하지 않는다. 제목은 내용의 일부분을 확장시킨 것뿐이다. 오히려 책은 남자라는 존재에 대해서 또 여자라는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남자와 여자의 다름을 이해하자 라는 목적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때문에 겉보기에는 여성을 위한 책으로 생각할 수 있겠으나, 남성을 위한 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여성을 이해하는 관점과 지평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ㅣ깨달음


   상(像)과 성(性)은 다르다. 상은 현상이고 성은 본질이다. 남성상과 여성상은 성 역할을 규정하는 형상이지만, 남성성과 여성성은 각 성별의 고유한 성질이다. 이 전제를 받아들이면 남자와 여자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다름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남녀의 감정 처리 방식의 충돌과 같은 문제에 열린 시각과 넓은 아량으로 대응할 수 있다.


   때문에 이 책은 여자들의 생각과 심리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여자들이 왜 집을 가꾸고 싶어 하는지(변화를 바라는 내면의 바람이 투영), 왜 같은 연애 패턴을 반복하는지(과거 시절을 극복하고자 하는 무의식의 재현), 왜 가방에 집착하는지(일생의 상징적 표현이자 외로움을 해소하는 소비 행위이며 삶의 투영), 그 밖에도 모녀 관계에서 드러나는 불안정한 패턴과 이중적 욕구 등, 다양한 사례들을 보며 여자라는 존재에 대한 깨달음과 이해 그리고 삶의 다양한 통찰을 얻어갈 수 있었다.


   특별히, 식사 시간을 즐겁게 누려야 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음식은 인간의 심리를 반영한다. 식사 시간은 단순히 음식을 섭취하는 시간이 아니라 정서와 문화를 향유·공유하는 시간이다. 따라서, 식사 시간이 즐겁지 않으면 부부도 행복할 수 없다. 훗날, 결혼을 하게 된다면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그 시간을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ㅣ대화에의 의지


   여자들에게 최고의 선물은 대화이다. 생각컨대, 여자에게 있어서 대화는 남자에게 스포츠나 게임 그 이상의 가치일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평범하고 사소한 수다일 지라도 여자들에게 대화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화를 주로 기능과 실용에 초점을 맞춰서 하는 남자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어떤 ‘주제’가 있어야 - 그것이 생산적이고 유익하기 때문에 - 대화를 곧잘 나누는 편인데 평범한 일상일지라도, 사소하고 피상적인 것일지라도 여자는 대화를 하는 것 그 자체에 더 의미를 두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게 대화를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하고 대화에의 의지를 가지는 연습이 필요한 셈이다.


   상대를 받아들이는 행위는 오직 소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사랑은 오로지 소통을 통해서 표현되고 유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소통의 기본인 대화가 유지되지 않으면 사랑도 유지되지 않는다. 즉,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대화에의 의지’ 가져야 한다. 대화에의 의지가 충만할 때 사랑도 충만하게 된다.


『 결혼하고 싶다면 이렇게 자문해 보라. ‘나는 이 사람과 늙어서도 대화를 즐길 수 있는가?’ 결혼 생활의 다른 모든 것은 순간적이지만 함께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대화를 하게 된다.』

- 프리드리히 니체 -



   이 책의 제목을 쓴 저자는 그저 남자를 버리고 싶은 게 아니라 ‘여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를 버리고 싶다 ‘라는 여자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자가 아니고 여자로서 살아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없기에 온전하게 여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아는 것이 적으면 사랑하는 것이 적다’라고 말했다. 사랑하기 위해선 많이 알아야 한다. 그리고 많이 배워야 한다. 그것은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상대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이해하고, 아는 만큼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들에게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중요한 가치들이 있고, 다른 점들이 있다. 그것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알아가고 배워야 한다. 그것은 아마 ‘여자’뿐만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 의지로까지, ‘인류’를 사랑하는 의지로까지, 더 나아가 ‘세계’를 사랑하는 의지로까지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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