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축구 에세이
2020.09.13.
리즈 시절의 원조 리즈 유나이티드가 EPL에 돌아왔다. 무려 16년 만에 귀환이다. EPL을 14년째 보고 있는 나로선 16년 전 리즈 유나이티드의 EPL 시절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언론에서 떠들썩하는 것만큼 리즈 유나이티드의 과거 명성에 대한 체감이 덜하다. 기껏해야 승격팀인데 뭐.
코로나 19로 시즌 일정이 연기되고, 커뮤니티 실드에서 아스날에 패배함에 따라 올 시즌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이 작년에 비해 다소 무뎌졌다. 그렇다고 안필드에서 시작되는 개막전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스포티비 유료 결제하고 시간 맞춰 티비에 앉았다.
개막전부터 화끈한 경기가 펼쳐졌다. 전반 4분 만에 모하메드 살라는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곧바로 성공시켰다. 그러나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반 12분, 리즈 유나이티드는 후방에서 찔러주는 롱패스 한 방으로 찬스를 잡았고, 잭 해리슨이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이에 질세라 리버풀도 공격에 나섰고, 코너킥에서 수비수 반 다이크가 헤딩골을 성공시켰다. 다시 리드를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또 한 번 리즈의 후방 롱패스가 들어왔고 반 다이크가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뱀포드에게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약 주고 병 준 셈이다.
하지만 안필드에는 파라오 '살라'가 있었다. 살라는 프리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클리어링 되지 못한 볼을 곧바로 강슛으로 연결해 득점을 성공시켰다. 네트가 찢어질 정도로 시원하고 파괴력 있는 득점이었다. 리버풀은 다시 한번 리드를 가져가며 3-2로 전반전을 마쳤다.
리즈 유나이티드의 비엘사 감독은 괴짜 감독이라고 불린다. 그 이유는 전술적 다양함과 독특함을 지향하기 때문인데 이러한 철학이 이번 경기에도 어김없이 발현되었다. 일반적인 수비 형태인 지역 방어가 아니라 대인 방어를 사용한다는 점, 역습 상황 시 다수의 선수들을 과감히 전진시키는 점 등이 리버풀에게 잘 먹혀 들어가면서 기어이 세 번째 동점골을 뽑아냈다.
하지만 다급한 리버풀의 공격을 성급하게 막아내려고 한 리즈의 수비는 경기 막판에 또 한 번 페널티킥을 허용했고, 결국 살라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결승골을 뽑아냈다. 언제나 그렇듯이, 경기 막바지에 보는 페널티킥은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4-3이라는 스코어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우수한 공격력은 칭찬할 만하지만 수비력의 지적은 빼놓을 수 없다. 승격팀을 상대로 홈에서 3골을 헌납한 점은 개선해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실 득점 장면도 대부분 세트피스에 의존한 경향이 짙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경기 홈 무패 기록을 지키며 승점 3점을 획득한 것은 고무적이며, 우승을 위한 레이스에 충분히 불을 지피 울 만하다. 어떤 경기든 승점 3점은 쉽게 얻어지는 법이 없으니까.
어쨌거나, 티아고 알칸타라의 영입 소식이 빨리 들려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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