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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Oct 15. 2020

[서평] 심신단련

- 이슬아 작가의 삶과 글


   이슬아 작가는 누구인가? 이슬아 작가를 알게 된 건 작년에 참여했던 쓰고 뱉다 시즌2 글쓰기 모임에서였다. 김정주 작가님의 소개로 알게 된 이슬아 작가는 굉장히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작가였다. 일찍이 독립해서 월세 살이를 시작하였고, 누드모델, 잡지사 기자, 글쓰기 교사 등 다양한 일들을 섭렵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무엇보다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일간 이슬아'라는 프로젝트였다.


   '일간 이슬아' 프로젝트는 이슬아 작가가 자신의 글을 읽어줄 구독자를 모집해 매일 1편의 글을 메일로 보내주고 구독료를 받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작가가 소비자에게 직접 글을 유통함으로써 중간 유통과정을 모두 생략해버리는 이 획기적인 발상은 기존의 출판 구조를 뒤엎어버리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그렇게 프로젝트는 6개월 동안 진행되었고, 쌓인 글들을 묶어 책까지 출판했으니 그야말로 완벽하게 성공적인 프로젝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덤으로 학자금 대출까지 모두 갚았다고 하니 말이다.


   이슬아 작가의 스토리를 보면서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나와 같은 또래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하루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그 치열함과 부지런한 모습들이 안일하게 살아가고 싶어 하는 내 자아에 자극을 주었다. 또한, 스스로 일궈낸 성과를 통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내게 도전이 되기도 했다. 이슬아 작가의 책은 그런 삶들이 글감이 되어 차곡차곡 쌓인 책이다. 때문에 책에는 작가의 인생이 들어가 있다.


사진 출처 - hey.uhm.book instagram


   책 '심신단련'은 이슬아 작가의 두 번째 에세이 모음집이다. 일반적으로 에세이 작가들은 일상에서 인사이트를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사소한 사건이라도 그 사건 속에서 어떤 깨달음이나 교훈을 포착하여 글로 이끌어낸다. 주관적인 경험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보편화시키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그러한 능력은 꽤나 부럽기도 하고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슬아 작가는 뭔가 다르다. 보통 에세이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구성과 형식의 글을 전개해 나가는데 뭔가가 다르다. 뭐랄까, 글의 결이 다르다. 그것이 표지에서부터 드러난다. 책의 표지는 '표지가 뭐 이래?' 할 정도로 조금 촌스러운(어디까지나 주관적인) 느낌이 난다. 예쁜 폰트나 귀여운 일러스트를 삽입하는 최근 트렌드와는 달리 직관적이고 노골적이다.


   그것이 아마 이슬아 작가만의 고유한 색깔일 것이다. 글이 결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다만, 그 색깔의 농도가 진해서 회색 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기만의 삶의 방향과 가치관이 꽤나 뚜렷하게 글에 반영되었기 때문에 조금은 이색적이고 직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색깔들이 글에 맛을 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이슬아 작가의 네임밸류와 마니아 층의 존재가 이를 증명한다.


사진 출처 - hey.uhm.book instagram


   책을 읽으면서 제목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보았다. 왜 제목을 '심신단련'으로 지었을까? 제목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심신단련의 정의는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튼튼히 한다는 뜻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슬아 작가는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튼튼히 하는 삶을 살아왔고, 그러한 삶을 살고 있고, 그러한 삶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제목을 지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과 관련된 일들, 피트니스 센터에서 일어난 일들,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한 일들, 인간관계에서 일어난 일들, 돈과 관련된 일들 등등, 이슬이 작가는 삶의 다양하고 복잡한 사건들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단련시켜 나갔다. 하지만, 그 많은 일들 중에 심신을 가장 강력하게 단련시킨 일은 아마 '사랑하는 일'이 아니었나 싶다. 글에도 나타난 것처럼, 사랑은 우리를 행동하게 하고, 우리의 마음에 탄력을 준다. 사랑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워나간다. 어쩌면 책 속에 등장한 수많은 사건들과 수많은 인물들에 대한 사랑이 고단한 인생을 하루하루 이겨나갈 수 있도록 그녀의 몸과 마음을 단련시켜 준 것이 아닐까.


(p000) 사랑을 하는 동안에는 나쁜 일이 자신을 온통 뒤덮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나쁜 일이 나쁜 일로 끝나지 않도록 애썼다. 우리가 모든 것으로부터 배우고 어떤 일에서든 고마운 점을 찾아내는 이들임을 기억했다. 사랑은 불행을 막지 못하지만 회복의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사랑은 마음에 탄력을 준다. 심신을 고무줄처럼 늘어나게도 하고 돌아오게도 한다.



#심신단련 #이슬아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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