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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Oct 21. 2020

[서평] 언컨택트

- 더 많은 연결을 위한 새로운 시대 진화 코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삶에 여러 가지 변화의 양상들이 생겨났다. 위생에 대한 인식, 생산구조의 재편 등의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접촉'에 대한 변화다. 전염병 자체가 접촉을 매개로 확산되기 때문에 삶의 양식은 자연스럽게 접촉을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등장한 새로운 개념이 있다. 바로 '언컨택트'라는 개념이다.


   여기저기서 '언컨택트', '언컨택트'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언컨택트'라는 단어 사용 빈도 횟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사실, '언컨택트'라는 개념은 작년에 출간된 2020 트렌드 코리아에서 '언택트'란 개념으로 이미 소개된 바 있다. 당시에는 미래의 개념에 불과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 개념을 지금 이 순간 실체화시켜 피부로 와 닿게 했다. 오늘날 우리 일상에 필수불가결처럼 자리 잡은 개념 '언컨택트'란 과연 무엇일까?


언컨택트(Uncontact)란?


   언컨택트란 접촉을 뜻하는 '컨택트'에 부정을 나타내는 접두사 'un'을 결합한 신조어로 비접촉, 비대면, 즉 사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거나 접촉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p000) 4차 산업 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언컨택트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러한 추세를 앞당기고 가속화시켰다. 따라서, 언컨택트 시대에 대한 준비와 앎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셈이다.


   언컨택트 트렌드의 핵심 배경은 불안과 편리다. 타인과의 접촉에 대한 불안을 해소시키고, 접촉을 통해 발생하는 피로와 긴장을 최소화함으로써 편리함을 누리겠다는 욕망이 발현된 것이다. 따라서, 자발적 고립을 추구하고, 온라인으로 니즈를 해결하려는 현상은 언컨택트 시대에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연결과 접촉 방식의 변화는 우리를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영역으로 초대했다. 그렇다면, 그 영역에는 어떠한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ㅣ일상에서의 언컨택트


   기술적 진화가 사회적·문화적·생물학적 진화를 이끌어낼까? 언컨택트 일상이 도래하면서 우리 삶의 많은 부분들이 달라지고 있다. 연애관·결혼관·인간관계는 물론이고 악수 문화와 회식 문화조차 변화의 위협에 직면했다. 당연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면서 인식의 전환이 요구되고, 산업 구조도 시대에 맞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불편했던 소통 대신에 편한 단절이라는 문구는 초연결 시대의 역설을 보여준다. 그동안 불필요한 연결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개인주의가 점점 극대화되고 있는 시대적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굳이 대면하지 않아도 비대면을 통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언컨택트가 부정, 비리, 탈세, 지하경제의 활성화를 막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다. 대면 거래를 진행할 수 없다 보니 모든 거래는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그러 인해 거래 내역이 시스템에 고스란히 기록되기 때문이다. 투명성에 대한 자각과 평판 관리 역시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ㅣ비즈니스에서의 언컨택트


   재택·원격 근무의 확산, 오피스 프리, 로케이션 인디펜던트 같은 근무 방식의 변화가 돋보인다. 나 역시 코로나 사태 이후로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해보면서 새로운 근무 방식을 경험해 볼 수 있었고, 행사를 진행할 때 생전 사용하지 않았던 스카이프나 줌을 활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시대의 트렌드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또한, 언컨택트 트렌드는 디지털 노마드족의 증가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기업 조직이 프리랜서 중심으로의 재편을 착수함에 따라 프리랜서의 강세를 이끌 것이라 예상된다.


   홈스쿨링, 에듀테크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학교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학교가 단순히 수업만을 하는 곳이라면 학교에 가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서도 충분히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주목받기 시작한 드라이브 스루는 진료소를 넘어 결혼식·장례식까지 도달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드라이브 스루 예배도 생겨났다. 그밖에 오프라인 가게들이 문을 닫고 온라인 배송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e스포츠가 성장하고 IT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클라우딩 컴퓨팅 서비스,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 등 4차 산업 혁명의 아이템들이 비즈니스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모든 것이 온라인화, AI화 되어가고 있다는 소리다. 4차 산업 시대에는 온라인 시스템, 그리고 기계와 친해져야 한다. 이를 다루지 못한다면 변화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다.



ㅣ공동체에서의 언컨택트


   느슨한 연대라는 개념이 인상적이었다. 이것은 관계에서의 수평화, 끈끈함 대신 효율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커뮤니티에 속함으로써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겠다는 심리를 반영한다. 그만큼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문화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인데, 타인을 위한 희생정신이나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이 점점 옅어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종교와 정치의 언컨택트화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매주 교회에 가서 드리던 예배는 집에서 온라인으로 드리게 되었고, 선거운동과 투표에 대한 온라인화 논의가 다뤄지고 있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익과 유리함을 취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기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초연결 사회의 딜레마는 책에서 말한 것처럼 개인정보 보호와 사생활에 대한 재정의가 아닐까 싶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유례없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코로나 관련 담론들과 콘텐츠들이 활발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회학·경제학은 말할 것도 없고 심리학·생물학 심지어 신학에서도 논의들이 한창이다.  책도 그러한 책들  하나라고   있다. 책은 언컨택트 시대가 도래함에 따른 시대적 변화의 현상과 정보들을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나열한다.


   다만, 단순 정보와 팩트 위주의 글들을 모아놓다 보니 주관성이 결여된 점은 아쉽게 느껴졌다. 저자의 깊은 통찰력보다는 눈에 보이는 현상에 비중을 둔 점이 마치, 코로나 특수를 이용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책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마치, 그동안 축적해 두었던 자료들을 짜집기 해 출판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실제로, 저자가 축적한 자료를 활용해 책을 출판했다고 밝혔다)


   삶의 방식과 라이프 스타일이 극침한 변화를 겪었던 2020년, 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진보된 기술과 인식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코로나가 종식된다 할 지라도, 언컨택트가 주었던 효율과 편리를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를 인정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배우는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다. 어찌 됐든, 세상을 설득하려면, 세상을 알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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