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자해를 한다면?

어른들이 알아야 할 6가지

by 오호홍


"아이 팔에 상처가 있는 걸 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최근 청소년 자해가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하면서, 많은 부모님과 교사들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계실 겁니다.

자해하는 아이를 마주했을 때, 어른들은 당황스럽고 어떻게 이 문제를 다뤄야 할지 막막하게 느끼기 쉽습니다. 하지만 올바른 대처 방법을 알고 있다면, 힘든 시기를 보내는 아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거에요.


1. 무조건적인 금지보다는 '이해'부터

"하지 마!"

이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잠깐 브레이크를 걸어보세요.

자해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극심한 불안, 죄책감, 심리적 고통을 견디지 못해 그런 행동을 합니다. 자해행동을 하면 고통이 해소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죠. 고통을 해소하는 방법이 자해뿐인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금지는 오히려 아이를 더 위축시키고, 숨기게 만들 수 있어요. 대신, “많이 힘들었구나. 혼자 견디기 어려웠을텐데 같이 이겨내보자. 도와줄게. 어떤게 힘든지 말해줄 수 있을까?” 이렇게 물어봐주세요. 먼저 아이의 고통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자세를 보여주세요. 그래야 아이도 마음을 열고 진짜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2. '안전한 대체 방법' 함께 찾기

자해를 완전히 멈추는 것이 쉽지 않다면, 덜 위험한 방법으로 감정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실제로 도움이 되는 방법들:

찬물로 세수하기 - 순간적인 충격으로 감정을 환기

손목에 고무줄 튕기기 - 물리적 자극은 주되 상처는 남지 않음

빨간 펜으로 종이테이프 위에 긋기 - 시각적 만족감 제공

격렬한 운동하기 - 에너지 발산과 엔돌핀 분비 효과

중요한 건 아이와 함께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면서, 그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3. 위험도 파악하기

모든 자해가 같은 수준은 아닙니다. 상황의 심각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즉시 입원치료 등 전문적인 개입이 필요한 경우:

깊은 상처나 과도한 출혈

약물 과다복용 시도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말이나 행동

지속적 관찰이 필요한 경우:

표면적인 긁힘이나 가벼운 상처

일시적 충동에 의한 행동

대화 의지를 보이는 경우

위험도에 따라 대응 방법이 달라집니다. 심각한 상황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4. 환경 안전하게 만들기

자해 충동이 생겼을 때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날카로운 도구들(가위, 커터칼, 면도기)을 치워두기

끈,전선,벨트 등 목 조를 수 있는 물건 치워두기

유리제품을 플라스틱 등으로 대체하기

약물/알코올 잠가두기


자해 충동은 대개 감정이 격하게 요동칠 때 갑작스럽게 밀려왔다가,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가라앉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충동이 올라오는 순간, 바로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도록 안전한 환경에 있는 것이 중요해요. 그 짧은 순간만 잘 넘기고, 안정적인 공간에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면 자해 없이도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자해 충동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고, 그 감정의 뿌리를 돌보는 과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진짜 변화가 시작됩니다.


5. 감정 인식 능력 키워주기

자해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적절하게 해소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자해로 감정을 해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어떤 기분이야?", "이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면 뭐라고 할까?" 이런 질문들을 해주세요. 처음엔 "모르겠어요", "그냥 답답해요" 같은 답만 들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꾸준히 이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이도 점차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건강하게 감정을 소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6. 어른 스스로 자책하지 않기

자해하는 아이를 발견한 순간, ‘내 탓인가?’, ‘내가 뭘 잘못한거지?’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 것입니다. 하지만 잠깐 멈춰 서세요. 자해의 원인은 결코 한 가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유전적 기질, 주변 환경, 또래 관계, 학업 스트레스 등 수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어요. 당신 하나의 잘못으로 생긴 일이 아닙니다.

자책은 독이 됩니다

스스로를 자책하며 "나는 자격 미달인 부모야"라는 수치심과 죄책감에 빠지면, 정작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없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아이도 그런 부모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이에요. "엄마아빠가 나 때문에 힘들어해..." "역시 내가 문제구나..." 이런 악순환이 시작되면 아이는 더욱 자신을 탓하게 됩니다.

어른의 안정이 곧 아이의 안정

자해 문제는 긴 호흡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마라톤을 뛰려면 체력이 필요하듯, 아이를 돕기 위해서는 어른의 정서적 체력이 중요해요.

어른이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아이를 받쳐줄 때, 아이도 더 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자책할 시간에 아이와 함께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에너지를 써보세요.


마치며

자해하는 아이를 돕는 것은 마라톤과 같습니다. 단숨에 해결되지 않고, 때로는 도무지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아 희망이 보이지 않다고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포기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꾸준한 노력이 아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이 글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댓글로 여러분의 경험이나 궁금한 점을 나눠주시면,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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