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심에 뜰 수없는 눈 대신 온몸으로 세상에 화답한다. 그리고 며칠... 서서히 목을 가누며 이리저리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로 주변을 탐색한다. 엎드린 채 고개를 들어 올린다. 두 팔로 온몸을 끌어당겨 앞으로 나아간다. 뒤집기를 시도해 본다. 성공이다! 두 팔과 두 다리로 예전보다 훨씬 자유로운 네발기기를 시작한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단련되는 근육.
마침내 두 발로 일어선다.
이제 아이에게 세상은 더 확장된다.
자유로운 마음 따라 세상을 향한 걸음은 바빠진다. 지칠 줄 모른 채 이윽고 힘차게 달려 나간다.
성장.
선순환의 고리. 그것은 자연의 이치다.
생명력이 가득한 에너지는 쉼 없이 요동친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미처 몰랐었다.
이 자연스러운 과정이 얼마나 놀랍고 기적 같은 일인지. 사람의 인체는 얼마나 신비로운지.
한 단계 한 단계 그 작은 연결고리가 모두 의미 있었다.
그리고.
인지의 영역 또한 근육과 같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었다.
지금의 나는.
더 단단해졌을까? 더 약해진 걸까?
나는 내가 안다는 것을 안다.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 안다는 것도 모른다는 것도 결국 고정불변이 아님을 조금씩 깨우친다. 내 안의 강함도 약함도 의미를 잃어갈 때 그제야 알게 되었다.
마음에 근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이제야 느낀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내 마음근육을 단련시켜 본다. 내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사색하고 글을 쓴다. 나에게 글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아직은 거울을 마주 보고 솔직하기가 어렵기에 시작도 끝도 모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