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실습지도 강원도 투어
내가 운영교수로 있는 교육원에서 현장실습지도 담당을 구하고 있었다. 문득 나의 실습 시절이 떠올랐다.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기다리던 실습을 하게 되었다. 첫 실습기관은 동네 아파트 단지 내 유치원. 부푼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한 실습. 첫날부터 끝날 때까지 실망과 힘겨움의 나날이었다. 보여주기식의 교육과 사진만 찍는 행사로 이론과 너무 다른 현장이었다. 무엇보다 실습지도교사의 태도와 과도한 요구가 가장 힘겨웠다. 기본적으로 실습생이 해야 할 업무에 추가로 교재교구 재료구입 및 제작, 교실청소에 복도, 계단, 화장실청소까지. 정해진 실습시간이 훌쩍 지난 늦은 밤 귀가할 수 있었다. 차마 학교 지도교수님에게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실습기관 원장의 협박 아닌 강압이 있었기에.
사랑스러운 아이들 덕분에 잘 버텨서 첫 실습을 마쳤고, 두 번째 실습은 동네 인근 어린이집. 행복과 기쁨의 실습이었다. 앞서 다녀온 유치원실습기관과는 모든 것이 상반되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실습생을 인격적으로 존중해주고, 실습지도에 진심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하게 알려주고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실습 마지막 날에는 아쉬움에 서로 끌어안고 작별인사를 할 정도였다.
자격취득에 있어 두 실습으로도 충분했으나 유치원 실습을 생각하면 아쉬웠다. 학과 교수님께 추천받아 겨울방학 참관실습으로 한 달 정도 개별적으로 진행했다. 졸업하고 보육교사가 되어서는 1년에 2명씩 해마다 실습생을 배정받아 실습지도를 했다. 실습생의 어려움을 잘 알기에 같이 고민해주고, 도닥여주고, 잘 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나보다 실습 잘 아는 사람은 없을걸. 내가 안 하면 누가 하지?’ 자화자찬하면서 흔쾌히 실습지도 과목을 맡았다. 그것도 전국보육실습지도를. 학생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었다. 더 좋은 건 일도 하고 엄마랑 전국으로 여행도 하고. 꿩 먹고 알 먹고.
“엄마, 이번 주는 땅끝마을이야.”
“엄마, 다음 주는 경기도야.”
“엄마, 그 다음 주는 충청도야.”
“엄마, 마지막 주는 강원도야.”
현장실습하는 2개월 동안 매주 우리 모녀는 여행자가 되었다. 서울, 인천,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강원도. 매주 정해지는 실습지에 따라 우리 모녀의 여행계획도 달라졌다. 가까운 곳은 당일 여행으로 전라도와 강원도는 짧게는 1박, 길게는 2박으로 계획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실습지도는 강원도. 일하러 가는 것인지 여행인지 헷갈릴 정도로 짐을 챙겼다. 홍천을 시작으로 양양 걸쳐 정선 찍고. 영월, 원주. 2박 3일 여정이었다. 실습지도교사와 실습생과 면담을 하는 동안 엄마는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방문지도하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 가능했던 일. 끝나고 차에 돌아오면 다시 모녀여행을 시작했다.
우리들의 추억이 담긴 곳 양양. 우리 가족이 새해 소원을 담아 빌었던 낙산사. 할머니와 함께 해수사우나를 즐겼던 온천. 여름이면 물놀이를 즐겼던 낙산해수욕장. 우리 집처럼 편안했던 민박집.
낙산사에서 홍련암으로 가는 길에 반갑고 신기한 일이 있었다.
“선예야, 저기. 독수리 같은 새가 날아왔어. 날개를 활짝 펴고.”
고개를 돌려보니 소나무 위에 뭔가 있었다.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 서둘러 사진을 찍었다.
“엄마, 엄마. 대박이야. 부엉이. 부엉이인 것 같아.”
우리 모녀의 흥분된 목소리는 울려 퍼졌다. 지나가던 다른 여행객들이 걸음을 멈추고 모여들었다.
“어디요? 어디? 부엉이가 있다고요?”
우리 모녀의 흥분이 다른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이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더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다.
“수리부엉이가 진짜 오랜만에 온 거예요. (낙산사에) 불나고 나서 잘 안 왔거든요.”
행운이었다. 3년 만에 온 수리부엉이를 만났다니. 모든 것이 감사했다. 실습지도를 맡아 강원도에 온 것도. 양양에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닌 지금 온 것도. 마침 수리부엉이가 날아온 소나무 아래를 걸어갔던 것도. 모든 것이 딱 맞아 떨어진 것 같은 기분.
첫날의 좋은 기운으로 남은 일과 여행일정도 무탈하게 보냈다.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오로지 수리부엉이 생각뿐이었다.
“선예야. 빨리 사진 좀 뽑아(인화해).”
수리부엉이 사진을 벽에도 붙이고 책상에도 붙였다. 엄마는 흰 종이에 수리부엉이를 그리기 시작했다. 마음에 들 때까지 밤낮으로 끊임없이 반복하여 그렸다. 엄마는 손이 아닌 간절한 소망을 담아 눈빛으로 그려냈다.
“수리부엉이가 행운을 가져다줄 거야.”
해바라기만 그리던 엄마가 소나무와 부엉이를 즐겨 그리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예술적 영감을 준 수리부엉이를 ‘실습지도’ 가 아니라도 만나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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