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모녀, 제주투어- 전국노래자랑, 김녕해수욕장, 승마장, 관음사, 귤
일요일이 되면 언제나 흘러나오던 목소리. “전국 노래 자랑 빰빰빠빰빰” 우리 할머니 모두 좋아했던 방송이기에 온 가족이 즐겨보았다. ‘우리도 언젠가 방청이라도 하면 좋겠다!’ 마음을 품고 살았다.
7년 만에 제주에서 열리는 전국노래자랑. 초대가수 ‘영탁’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눈이 번쩍! 귀가 쫑긋! 흥분되었다. 한치의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서둘러 항공편을 알아보고 숙소 예약도 하고 이참에 3박 4일 여행코스로 계획했다.
첫날에 밤 비행기로 도착해서 다음 날은 전국노래자랑 녹화방청 장소로 향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녹화장소에는 방청객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근처에서 아침을 든든히 먹겠다던 우리 모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어느새 줄에 합류하여 섰다. 조금이라도 가까이 앉고 싶은 욕심에. 방송관계자들의 안내에 따라 입장하여 자리에 앉고서야 ‘휴’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참여자들의 리허설에 어깨춤을 들썩이다 보니 본 방송녹화가 시작되었다. 두근두근! 진행자의 인사가 너무나 반갑고 좋았다. 드디어 우리가 기다리고 보고 싶은 님, ‘영탁’이 등장하였다. 무대가 환해지고 내 얼굴도 웃음꽃이 활짝. 우리 모녀가 좋아하는 제주에서 바닷바람, 햇살 모든 것이 좋았던 모슬포항. 꿈같은 환상 그 자체였다.
방청하는 시간이 길다 보니 자연스레 옆자리에 앉았던 어르신과 말씀을 나누었다. 제주에서 30년 넘게 세탁소를 혼자 운영하느라 멀리 나가보지도 못하셨단다. 모슬포항도 가수 영탁을 너무 보고 싶은 마음에 혼자 처음으로 버스를 갈아타고 어렵게 찾아오셨다고. ‘방청 끝나면 곧 어두워질 텐데, 어쩌지.’ 내 오지랖 넓은 것이 발동했다.
“어르신, 제가 댁까지 모셔다 드려도 될까요?”
“아이고, 무슨 소리. 괜찮아요.”
“제가 (제주)운전은 서툴지만 천천히 내비가 알려주는 대로 가볼게요.”
엄마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나 혼자 결정했다. 순간 엄마 표정을 보니 좋지 않았다. 이미 나는 어르신께 말씀드렸고 우린 함께 세탁소로 향했다. 차 안은 정적이 흘렀다. 배고픈 엄마와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어찌할 줄 모르는 어르신, 그리고 내비게이션에 초집중하느라 말수가 적어진 나. 어르신이 정적을 깼다.
“미안해서 어떡해요? 나야 고맙지만.”
사실 내가 어르신을 선뜻 모시고 가겠다 한 이유가 있었다. 내가 어릴 적이었다. 엄마가 할머니를 급히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잠깐 집에 가서 필요한 물품을 가져오기로 했다. 엄마는 집 근처에 잘 내렸음에도 정신적으로 힘들었는지 5시간을 헤맸다. 오랫동안 살던 익숙한 동네에서.
“어르신, 남의 일 같지 않아서 그래요. 우리 엄마도 여러 번 길을 헤맨 적이 있어서요.”
혹여나 내가 엄마와 늘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런 상황이 안 생기길 바라지만. 엄마가 혼자 당황해서 길을 헤매고 있을 때 누구라도 나타나서 손잡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초행길 서툰 운전자이지만 천천히 안전운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도착하자마자 어르신은 너무 고맙다며 귤 한 봉지와 용돈까지 주었다. 건네드리자 안 받으면 마음이 불편하다며 맛있는 거 꼭 사 먹으라고 하였다. 어르신의 마음을 거절하는 것이 도리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다시 받고 인사를 나눴다. 여기까지 좋았다.
엄마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배고픔과 인내심이 절정을 넘어섰다. 이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은 속도와 순발력이다.
“엄마, 이제 조금 속도를 더 내서 빨리 가볼게.”
“됐다. 빨리 가봤자, 식당 문도 다 닫았겠지. 숙소나 가자.”
숙소에 도착해서 캐리어를 열고 컵라면을 꺼냈다. 엄청 빠른 속도로. 나도 많이 배고팠으니까. 역시 컵라면과 햇반을 비상으로 챙겨오길 정말 잘했다. 허기짐을 달랠 정도로 먹고 나니 살 것 같았다. 제주 영탁 팬분들이 챙겨준 오메기떡과 귤, 달달한 믹스커피까지 마무리하니 속이 든든해졌다.
다음 날 아침, 제주 두 번째 목적지. ‘김녕’. 평소 사우나를 좋아하는 우리 모녀. 제일 먼저 김녕용암해수사우나에서 긴장과 피로를 풀었다. 나왔더니 바로 앞에 갈치조림 식당이 보였다. 식당이름이 마음에 쏙 들었다. ‘편안한 맛집’. 결과는 갈치조림 별 다섯 개. 이모 집에 놀러 온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에 맛있었다.
여기서 잠깐! 우리가 ‘김녕’에 오고 싶었던 이유를 말하자면 노래 덕분이었다. 가수 영탁의 첫 정규앨범 MMM에 수록된 ‘안녕, 김녕’ 노래가 우리를 이끌었다. ‘빨리 여기로 와. 여기 오면 네 마음도 다독여줄게.’ 영탁님이 힘들었을 때 찾아왔던 ‘김녕’이었다.
김녕해수욕장에는 ‘신사답게’ 랩핑버스가 딱! 있었다. 버스 스피커로 영탁의 "안녕, 김녕"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버스 앞에서 여러 포즈를 취하며 찍었다. 우리 모녀를 지켜보고 있는 이가 있었다. 손짓하는 곳을 가보니 차 안에서 어르신이 나오지도 못하고 앉아계셨다.
“어디 불편하신 데라도 있으셔요?”
질문에 어르신은 기다렸다는 듯 말씀하셨다. 제주에 살고 있어서 영탁이가 너무 보고 싶어도 콘서트 한 번 못 가보셨다고. 전국노래자랑에 온다는 것을 늦게서야 알고 갔더니 방청석은 꽉 찼고 출퇴근길에 영탁이를 보고 오셨단다. 집 앞에서 ‘신사답게’버스를 보고 너무 좋아서 차키만 챙겨 바짝 쫓아왔다고.
“(제가) 버스 앞에서 이쁘게 사진 찍어드릴까요?”
“맞아요. 그 얘기 하고 싶었어요. 사진 너무 찍고 싶었어요. ”
어르신의 간절함이 느껴졌다. 내 휴대폰으로 찍고 어르신의 번호로 바로 보내드렸다. “방법이 있었네요.” 하면서 좋아했다. 혼자 차 안에 앉아서 어찌할지 고민하셨단다. 그 마음 너무나도 잘 알기에.
제주에 와서 영탁을 찐으로 응원하는 두 어르신을 만나 뵈었다. “너는 엄마를 안보고 다른 사람들만 보더라. 하여튼 오지랖은.”하며 핀잔을 주는 엄마도 말만 그렇지 좋아했다. “잘했어. 집에 가면 주소 물어봐서 영탁이 이쁜 것 좀 보내주자.” 하며 더 신났다.
어르신을 뒤로하고 이제 김녕 바다에 푹 빠져 즐겼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모를 정도로 바다는 맑고 아름다웠다. 부츠를 냅다 벗어 던지고 맨발로 다녔다. 세상에나! 이렇게나 모래가 부드럽다니. 우리 모녀가 좋아하는 ‘영탁’. 영탁이 좋아하는 곳, ‘김녕’이 너무 좋으니 ‘영탁’이 더 좋아졌다.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김녕해수욕장에서.
“엄마, 나 외치고 싶어. 사랑한다고.”
“그래, 마음껏 외쳐라.”
챙겨온 ‘박영탁 사랑해’ 슬로건을 들고 큰소리로 외쳤다.
“박영탁 사랑해”
사랑 고백에 대답은 없었다. 단지 지나가던 사람들만 있었을 뿐.
“영탁이가 박씨였어?”
“박영탁이었구만. 찐찐찐찐 찐이야 부른 가수.”
나는 살아오면서 호감가는 사람이 생겨도 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상사병에 걸려 약 처방을 받을지언정. 내 자신이 부족하고 초라해서. 내가 처한 상황이 누군가를 좋아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가수 영탁을 좋아하면서 용기가 생겼다. 부족했던 내가 갑자기 당당해진 것은 아니다. 생각이 바뀌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에 자격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을. 그냥 좋아하면 좋아하는 대로 표현하고 살아도 된다고.
10년 만에 제주에 온 엄마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남았다. 말타기와 귤 따기. 우리 모녀가 제주에 오면 가장 좋아하던 체험이었다. 10년 전을 떠올리며 승마장으로 먼저 향했다. 나란히 말에 올라타니 행복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엄마, 우리가 10년 만에 (말 타러)왔는데. 이젠 자주 오자.”
“그래. 난 무조건 좋아.”
조만간에 또 오기로 약속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3박 4일 동안 빠듯하게 이동하는 것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고 싶은 게 많았으니까. 관음사로 향했다. 창원‘동부마을’의 팽나무처럼, 관음사도 ‘우영우’ 드라마 촬영지였다. 모르고 갔는데 반가웠다. 한편으로는 제주 4.3의 아픈 역사가 있는 절이라서 마음이 숙연해졌다.
제주여행의 마지막 목적지, 귤 따기 체험농장. 하마터면 배고픔에 놓칠 뻔한 일정이었다. 먼저 귤을 바구니 가득 채웠다. 그다음 신속하게 영탁 솜인형을 들고 이리저리 사진을 찍었다.
“팬이에요? 누구 팬이에요?”
우리 모녀가 인기척에 놀라자 주인은 “같이 사진 찍고 싶어서요. 제가 티비로만 봤지. 팬을 처음 봐서요.” 하였다. 바로 수락했더니 뒤이어 부탁이 이어졌다.
“저희 (농장)가게에 사진 붙여도 될까요?”
“네? 사진을 붙인다고요? 우리가 연예인도 아니고 그냥 모녀팬인데요. 호호호”
“누군가의 팬이 되어 응원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여서요.”
쑥스럽지만 붙여도 좋다고 했다. 그러자 주인이 진심을 담아 인사를 건넸다.
“영탁팬 응원합니다.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즐겁게 응원하고 다니셔요.”
10년 만에 엄마랑 함께 온 제주 3박 4일. 날씨도 좋고, 별 탈 없이 잘 자고, 잘 먹고 보낸 모든 것이 감사했다. 무엇보다도 제주에 계신 영탁 팬 ‘영블스’ 어르신 두 분과의 인연은 잊지 못한다. 귤 농장 주인의 진심이 담긴 응원까지. 우리 모녀가 관광객이 아니라 현지인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얻은 기쁨이 컸다.
행복했던 제주여행이었기에 우리 모녀는 제주공항에서 모녀커플 가방을 구입했다. 행복했던 여행을 오래오래 기억하려고.
덧글. 집에 오자마자 제주 어르신께 가수 영탁 굿즈를 2박스 보내드렸다. 고맙다며 어르신은 맛좋은 한라봉을 보내셨다. 제주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이 서로에게 ‘감사’였다. 한편, 3년 뒤 우리 모녀는 제주에서의 행복을 떠올리며 전국노래자랑 서울(광진구)편 녹화방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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