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님 같은 전업주부의 반전매력

모녀여행 첫 맛집인증샷도전

by 한선예

나는 ‘처음’이라는 말만 들어도 언제나 설렌다. 뭔가 새로운 것을 피하기보다는 즐기면서 도전한다. 물론 약간의 긴장을 하지만 말이다.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을 여행한다는 것 자체가 좋다.

여행 가기 전부터 실실 웃고 다니는 나에게 동료 교사가 물었다.

“선예쌤, 무슨 좋은 일 있어?”

무박 2일, 짧은 여행인데도 좋았다. 한 달 동안 우리 모녀는 소풍 가는 어린아이 모습이었다.

“햇볕도 가려야지. 모자랑 선글라스도 챙기고.”

“더울 거니까 짧은 반바지가 좋겠다.”

“간단하게 메고 다닐 작은 가방도 챙기고.”

“카메라도 챙겼고.”

드디어 여행가는 당일. 역에서 티켓과 일정표, 여행사 배지를 받았다. 기차가 출발하고 우리 모녀 마음도 덜컹거렸다. 너무 설레서 그런지 뭐 먹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깜깜한 창문 밖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밤 기차는 여행객의 긴장된 마음을 다독여 주었다.

우리 모녀의 첫 여행지 ‘보성’, 첫 여행지로 정한 이유는 딱히 없었다. 기차여행사 추천 상품이었다. 해수욕장, 싱그러운 녹차밭과 시원하다 못해 춥다는 죽녹원. 여름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율포해수욕장은 우리 모녀가 늘 보았던 서해 그대로였다. 아버지 고향이자 친가인 당진에서 보던 바다. 내가 어릴 적부터 성인까지 거주한 그곳은 인천이었다. 그래도 나는 바다니까 시원해서 좋았다. 엄마 얼굴에 실망감이 잔뜩이었다. 어릴 적부터 눈치 빠른 나는 바로 알아챘으나 모른 척했다. 첫 여행이니까. 엄마랑 실랑이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 우리 여기서 사진 찍자.”

“싫다. 너나 찍어라.”

싫다는 엄마에게 카메라를 억지로 건넸다. 바다 앞으로 가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순간,

“찍었다.”

언제 찍었는지도 모르게 찍었단다. 순간 웃음이 빵 터졌다.

‘진짜 우리 엄마 대단하다. 어쩜 이리도 감정에 충실할까!’

내가 맡은 다섯 살 잎새반 아이처럼 귀여웠다. 일상에서 못 보던 엄마의 모습이 보여 즐거웠다.

“넌 또 뭐가 좋냐?”

그럴 때마다 엄마의 반응은 단호했다.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 식사 장소로 발을 옮겼다. 두근두근했다.

‘제발 맛있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여행지에서 먹는 음식은 여행 성공 여부를 가늠한다.

“전라도 한정식집이니까. 맛있겠지.”

“먹어봐야 알지.”

먹는 것만큼은 가장 민감한 우리 엄마였다. 첫 여행, 첫 식사니까 얼마나 중요한가. 함께 여행 다니기 전에는 몰랐다. 엄마가 아무리 배고파도 맛없는 음식은 절대 안 먹는다는 것을.

결과는 두구두구두구 합격! 진정한 맛집이었다. 정말 감사했다. 우리 모녀는 정신없이 맛깔스런 나물 반찬과 제육볶음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며 맛집을 기억하고 싶었다.

“엄마, 우리 여기 식당 앞에서 사진 찍고 가자.”

“얘는 대나깨나 찍는데”

“맛있게 먹었으니까 찍어야지.”

내가 막무가내로 고집부리자 엄마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딱 한 장 찍어줬다. 어김없이 언제 찍었는지도 모르게 찍었단다.

스를 타고 나서야 찍은 사진을 제대로 확인했다.

“아니, 이렇게 찍으면 어떡해? 어느 식당인 줄도 모르잖아”

우리 모녀 첫 맛집인데. 속상해하는 나에게 엄마는 다시 갔다 오라며 놀렸다. 그나마 전화번호라도 있어 다행이다 여기며 사진을 인화했다. 물론 내 모습이 잘린 것도 아니니까.

‘시간이 흘러 지금 엄마는 어떤가?’ 사진 찍기 전 ‘하나 둘 셋’ 정도는 가볍게 해준다. 셀카봉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내 비위를 다 맞춰준다. 동작, 표정까지도. 가끔 내가 눈치없게 더 요구하다가 우리 모녀 다정샷은 거기서 끝난다.

무엇이 우리 엄마를 변하게 했을까? 내가 어릴 적 엄마는 신나게 사진을 찍었다. 깨끗이 씻기고 찰칵! 재워놓고 찰칵! 첫 걸음마 찰칵! 삐져서 울 때도 찰칵! 그 즐거움이 다시 살아난 건가. 다음 여행지부터 사진에 진심인 엄마가 톡! 톡! 나올 것이다. 기대하여도 좋다.

우리 모녀의 첫 여행은 ‘귀여운 엄마 발견하기’였다. 엄마는 여행지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집에서는 장군처럼 큰 목소리로 호령하고 주도적으로 살아온 엄마였다. 낯선 곳을 가거나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 달라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럴만하다. 전업주부로 살면서 오로지 집에서만 지냈다. 어쩌다 한번 외식하거나 가족여행을 갈 때만 빼고 말이다. 여행은 엄마에게 즐겁지만 큰 도전이었을 거다. 긴장감에 더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했는지 모른다. 그나마 딸과 함께하기에 즐겁게 손잡고 세상 밖을 나온 것이다. 아! 그때는 몰랐다. 엄마의 예민함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때 알았더라면 좀 더 부드럽게 대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우리 모녀 첫 맛집 인증샷은 아쉽게 끝났지만 궁금했다. ‘지금도 운영하고 있을까?’ 찾아가고 싶었다. 전화번호로 검색해보니 식당 이름이 ‘토담’이다. 지금은 다른 장소로 옮겨서 운영하는 것으로 나온다. ‘보성’ 여행을 간다면 엄마와 함께 다시 방문하고 싶다. 더 귀여워진 엄마를 모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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