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캐스팅 비결 미모 아닌 '이것'

섬진강 매화마을 여행

by 한선예

섬진강 매화마을로 엄마와 꽃나들이를 계획하였다. 평소 이용하던 기차여행사를 통해 무박 2일 주말여행으로 신청하고 기다렸다.

여행 날짜가 다가오자 작년부터 입고 다닌 모녀커플 옷을 꺼내어 준비하고, 마트에 가서 유부초밥 도시락 장을 보았다. 늘 그렇듯 여행을 앞두고 준비하는 시간만큼 행복한 시간은 없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과 약간의 긴장감을 안고 우리 모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둘러 토요일 새벽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역 앞에는 10여 명이 들뜬 표정으로 의자에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는 여행직원에게 티켓과 일정표를 받고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기차에 올라탔다.

기차 좌석에 앉아 출발을 알리는 덜컹거림에 심장은 두근두근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기차의 움직임이 안정되자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냈다. 나란히 식탁을 펴고 유부초밥과 시원한 물을 올려놓고 조심스레 냠냠쩝쩝 먹는 그 시간이 지금도 떠올리면 미소가 번진다.

“엄마, 꽃이 얼마나 피어 있을까?”
“꽃샘추위라서 아직 많이 안 피었을 수도 있어.”
“뭐, 그래도 엄마랑 예쁜 사진 많이 찍고 오면 되지.”
아직 도착하려면 한 참 남았는데 이미 모녀 마음은 섬진강에 가 있다.

기차 창밖으로 보이는 가로수, 집, 마을, 골목길, 새파란 하늘과 산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든든하게 식사를 하고 나니 그제야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졸음이 오면 잠깐 눈을 붙였다가 다음 정거장에 멈추면 자동으로 눈이 떠졌다.

어느새 우리의 목적지에 가까워졌다. 서둘러 가방을 챙기고 바르게 앉아 정신을 차렸다. 도착역에서 여행사 협력 기사님이 반갑게 맞아주시고 우리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맑은 하늘과 푸르른 섬진강이 내려다보이자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엄마, 다 왔나 봐.”

기사님이 간단한 안내와 함께 주차장에 내려주셨다. 우리 모녀는 주변을 둘러보느라 바빴다. 그리고 바로 들려오는 엄마의 실망한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뭐야? 꽃이 피지도 않았네. 매화나무도 몇 그루밖에 없고.”
“아니. 여기가 축제장 입구니까 나무가 별로 없는 거겠지.”
“그래도 이게 뭐냐? 매화축제라더니만 장사꾼들만 잔뜩 와서 시끄럽기만 하고.”
“엄마, 그래도 올라가 봐야지.”
“올라가 봤자 별거 없겠지.”
옥신각신 말싸움하면서도 모녀의 발걸음은 매화마을 입구를 지나 성큼성큼 올라가고 있었다. 갑자기 우리 모녀의 뒤로 다른 인기척이 느껴졌다. 남다른 민감성과 관찰력이 뛰어난 엄마가 뒤돌아서서 누군가에게 말을 건넸다.

“아저씨, 근데 왜 쫓아와요?”
“엄마, 왜?”
“아니, 이 아저씨가 우리를 쫓아오고 있었어.”
뒤쫓아오던 아저씨께서 놀란 우리를 진정시키며 말씀하셨다.
“저, 이상한 사람 아니고요. 엄마랑 따님 맞으시죠? 모녀 같으신데 좋아 보여서요.”
“아니, 무슨 좋아 보여요? 여태 싸우면서 올라가고 있는데요.”
“싸우는 모습에서 서로 끈끈한 게 보여서요. 제가 사진 좀 찍어드리고 싶은데 어떠신가요?”
엄마와 나는 순간 잘 못 들은 줄 알고 어리벙벙해져서 아저씨를 다시 살펴보았다. 세상에나, 아저씨의 어깨에는 전문가용 사진기가 있었다.
“그럼 찍어드려도 될까요?”
우리는 언제 싸웠는지도 모르게 한 마음, 한 목소리로 외쳤다.
“네, 얼마든지요.”

사진작가님은 활짝 웃으며 그럴 줄 알았다며 멋들어지게 핀 매화나무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우리 모녀는 세상 다정하고 행복한 모녀의 모습으로 포즈를 취했다. 그러다가 서로의 얼굴을 보고는 이내 웃음이 빵 터졌다.
‘누가 알랴? 5분 전에 얼굴 붉히며 싸우던 이 모녀의 모습을.’

어찌 됐든 사진작가님 덕분에 다시 평온해진 우리 모녀는 깔깔거리면서 매화마을을 만끽하고 돌아왔다. 3일이 지나자 사진작가님으로부터 사진파일이 담긴 메일이 왔다. 어찌나 감사한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사진작가님. 성함도 못 여쭤보고 인사만 드렸네요. 덕분에 좋은 여행 보내고 왔습니다.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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