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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동의어는 지속하기다

지구감상일지: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by 선연


나는 의외로 고민 상담소다. 연애 상담부터 인간관계, 진로에 대한 고민까지…. 타인의 말 한마디가 필요한 친구들로부터 고민을 건너 듣곤 한다. 내가 내뱉은 한마디 덕분에 해소된 적이 많았단다. 나로서는 기쁜 일이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증거잖아! 그러니 나는 타인의 고민에 대해 기꺼이 공감하고, 고민하고, 감내한다. 최종적으로는 질문한다. 그 고민의 본질이 무엇일지. 그 친구와 함께 질문한다. 그런데 최근에서야 아이러니 하나를 깨달았다.

들어줘서 고마워. 그런데 너는 뭐 고민 없어?

란 질문을 들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말문이 막혔다. 할 말이 없어졌다. 정작 내 고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분명 속은 시끄러운데 입 밖으로 정제해 내뱉지를 못한다. 나에 대한 방어기제, 두려움, 번잡함 뭐 이런 것들이 뒤엉켜 비대해진 바람에 목구멍을 넘어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을 비약적으로 함축해 말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라. 그때의 나는 고민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넘어갔다. 속에선 여전히 아우성치는데도 불구하고.


그 때문에 11월 5일 새벽. 일기장을 폈다. 나를 속 시끄럽게 만드는 이 문장들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앉아 장장 몇 시간 동안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진로에 대한 고뇌였음을.

솔직히 고하자면, 무서워지기 시작했나 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내 열정이 무엇보다 찬란히 빛나고 있음을 자신할 수 있었다. 눈부실 정도로 붉게, 그리고 거세게 타고 있음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그래서 자신 있었다. 내 열정을 믿었으며, 내 실력을 믿었다.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로부터 기인한 효능감 또한 내 열정에 힘을 실어주며 앞으로 나아가라 속삭였다. 그래서 나는 나아갔을 뿐인데 어느 순간부터 좌절만을 마주했다. 반복된 실패, 탈락. 기세가 꺾이기엔 충분했다. 줄어든 열정을 보며 판단했다. 내 사랑은 찬란히 빛나진 않는구나. 내 속 시끄러움의 원천은 이것이었다.


따라서 여기저기 질문했다. 그러나 속 시원한 답이 나오진 않았다. 그러다 문득 책장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책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손이 자석처럼 끌려갔다. 책을 선물 받았을 때 함께 딸려 온 말이 떠올라서였다. 고민이 많아질 때 읽어봐, 라는 말. 그래서 열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는 책을.


출처: 교보문고


현재는 최인아책방을, 과거엔 제일기획 부사장으로 일하셨던 최인아 대표님의 책이다. 30년간 일터에서 느낀 일과 삶의 인사이트를 낱낱이 적은 책이다. 나를 위해 일하는 방법부터 삶에 대한 태도까지. 나와 같은 응어리를 지닌 사람들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책. 선물해 준 누군가의 ‘고민이 많아질 때 읽어봐’란 말이 그 무엇보다 정확한 이정표였음을 읽는 순간마다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내 열정이 더 이상 활활 불타지 않아 두려웠다. 사랑이 식어버렸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그 또한 사랑임을 간과하고 있었다. 꼭 활활 불타야만, 매일매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만, 매 순간이 행복해야만 사랑은 아니다. 가늘고 질기지만 그것이 주는 안정을 누리며, 그 숨이 끊어지지 않게 바람을 불어넣는 일 또한 사랑이다. 어떻게 매 순간 평탄하겠는가. 비포장도로 같아도 여전히 사랑은 사랑이다.

그 지점을 한동안 잊고 살았다. 책 덕분에 다시금 깨닫게 됐다. 그래서 한동안 저 페이지에 머물러 있었다. 나에게 그 또한 사랑임을 말해 준 페이지라 그러했다. 몇 가지 문장들이 마음을 콕콕 찔러대는 바람에 그것을 뽑아내어 프린트한 다음 가방에 넣어 다니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정체 구간, 제 언어로 '불확실성의 구간'들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그 일을 하려는 사람의 의지를 시험합니다.
때문에 이 구간에 걸릴 때마다 적지 않은 이들이 회의 끝에 포기하거나 탈락하죠. 시작하는 사람은 많되 끝내 성취하는 사람이 소수인 이유를
저는 이 불확실성의 그래프로 설명합니다.
그럼 왜 애초에 성취 그래프는 45도 우상향이 아니라 계단식인 걸까?
저는 이 질문도 제게 던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이런 답이 떠오르더군요.
'단단한 소수를 걸러내는 우주의 테스트'.
"너 정말 그거 하고 싶어?"이런 질문에 끝내
"네!"라고 답할 사람을 알아내기 위한.


우리 모두는 끊임없이 나아간다. 그리고 목표를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넘어지기도, 정체되기도, 알 수 없는 물음에 갇혀버리기도 한다. 세상 속 당연한 과정이나 그 불확실성은 우리 편이 아니다. 책은 그렇지만 이겨낼 수 있다는 말을 건넨다. 그 불확실성은 우리의 잘못도, 우리의 노력이 빛나지 않아서도 아니다. 그저 고비일 뿐이다. 더 나은 우리가 되도록 세상이 내던진 고비.


그렇기에 이 책을 모두에게 추천한다. 그러고 싶다. 나의 동년배에게, 갓 사회에 뛰어든 소년에게, 사회 속 굳건한 어른에게. 우리 모두에게. 조심히 권하고 싶은 책.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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