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력으로 별을 보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처럼 강렬한 경험이 또 있을까? 해변, 잔디밭, 언덕에 길에 누워 헤아릴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하늘에 단 한 번도 감동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지구 위 작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깨달으면서 말이다. 별을 올려다보는 것은 바로 감동을 경험하는 행동이다.
자주 감동하는 사람들의 비밀, 242p에서.
9살 때 0.7이라는 시력을 선고받으면 선천적으로 나쁜 시력을 타고난 경우일 거라고 했다.
그때부터 19살 때까지 안경을, 대학에 가서는 소프트 렌즈를,
배우 김정은이 파리의 연인에서 유행시킨 서클렌즈와
습기 가득한 촉촉한 눈을 연출해 주는 눈물렌즈를 거쳐 28살에 160만 원을 주고 안과공장(?)에서 라식수술을 했다.
12년이면 많이 쓰신 거예요~
6개월 만에 오신 분도 봤는걸요.
그 뒤로 12여 년 만에 안경점에 간 거다.
어느 날 소파에 앉아 티브이를 보는데 자막이 흐릿하더니 벽시계의 시간도 볼 수 없게 된 걸 깨달았다.
하필 코로나 백신 2차를 맞고 난 뒤라 더 찜찜했다. 누군가는 탈모가, 누군가는 생리불순이 생겼다고 성토했지만 그 인과관계를 밝히는 건 개인에겐 힘든 일이었다.
애를 셋이나 낳았으니 눈의 노화가 촉진될 만하다. 밤마다 재우는 데 한 시간씩 걸리는 막둥이 때문에 어둠 속에서 핸드폰 액정을 노려봤으니 벌 받을 만하다.
물이 엎질러지고 나서야 하는 후회는 건강에 관한 것이 아마 제일 클 것이다.
12년 동안 교정된 시력으로 산 건 그나마 오래 쓴 거라는 안경점 직원의 말은 그다지 위로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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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나고 자란 요즘 아이들이 밤하늘의 별을 보는 건 귀한 경험이다. 집에서 차로 3시간을 달려야 하는 정성과 수고로움이 필요하니 그 경험이 귀해질 만하다.
나는 이미 예전의 시력을 잃었지만 별을 보러 오기 전에 시력저하를 깨닫고 안경을 맞춰왔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오랜만에 별을 볼 생각에 아이들만큼 흥분되었다.
황매산은 주변에 큰 도시가 없어 새카만 밤하늘에 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들었다.
드디어 그 밤하늘을 마주한 순간 나는 울컥.
막둥이랑 즐겁게 부르던 반짝반짝 작은 별 노래가 가볍게 흔들렸다.
별이 아름다워서가 아니었다.
이제는
아무리 눈가 근육을 오므려 실눈을 떠도,
시신경을 깨워보려 애써도,
기대하던 별이 눈에 선명히 담기지 않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