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모두 각자의 일을 하러 떠난 아침.
와글와글 부산한 시간을 보낸 뒤라
집 안은 더없이 적막한데,
내가 이불을 털고 침대를 정리하든 말든
모서리에 꼼짝 않고 누워있는 너를 보니
세월의 무력감이 너를 잡아 삼킨 것만 같아
괜히 콧잔등이 시큰거린다.
고양이도 나이가 들면 얼굴에 잔주름이 생길까?
짙은 고동색 예쁜 털코트가 얼굴까지 뒤덮고 있어
가끔 네가 노묘가 된 사실을 잊곤 한다.
네이버에서 고양이 나이 계산법을 찾아보니
내 고양이 나이는 만 66살 하고도 8개월.
나의 연애,
나의 결혼,
나의 출산과 육아를 지켜봐 준
나의 아기 고양이는
이제 나보다 더 나이가 들었다.
우주의 시간을
존재함만으로 한정한다 치면
너의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게 아닌가.
일어나 봐. 좀 놀아봐.
정작 너는 무어가 그렇게 억울하냐는 듯
자꾸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