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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율 Apr 25. 2022

경증 정신장애인 되는 법

많은 경우 될 수 없을 걸요?

법령을 발췌했고, 그것을 읽은 저의 해석을 덧붙이고 있지만, 이 글은 정보제공을 위한 글이 아닙니다. 저의 심정과 주장을 표현하는 글입니다. 정신장애 등급 인정을 받고 정신장애 등록을 하시려면, 혹은 법령을 잘 이해하시려면, 이 글을 믿지 마시고 다른 자료를 추가로 참고하셔야 합니다. 저는 그저 법령을 읽어본 시민입니다.


나는 장애인이다. 정신장애인이고 신경발달장애인이다. 그렇지만 장애인이 아니다.


나는 방치된 양극성 장애를 오래 갖고 있었고, ADHD라는 신경발달장애(는 원래 어릴 때부터 계속 있는 것)가 있다. 근데 장애인은 아니다. 이렇게 모순적인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는 '장애인'이라는 자연적인 말과 법이 규정하는 '장애인'의 뜻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체 장애인이라면, 장애등급을 받지 않아도 나처럼 모순적 존재가 되긴 어려울 수도 있다. 많은 정신 및 발달장애인은 극단적으로 두 가지 극단적 상황에 처한다. (1) 증상으로 인해 사회 참여에 제약이 많아서 국가의 장애인 지원에 상당 부분 의지해야 하거나 시설에서만 생활. (2) 여러 장벽에 부딪치지만 사회에 참여할 수 있어서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함.


내 뇌피셜이 아니다. 법에 그렇게 써있다 이 글은 법령이 어떻게 정신장애인을 인지하는지에 관한 글이다. 하나하나 펼쳐서 보여 드리려고 한다. 법령을 인용한 부분들이 너무 길고 읽기 귀찮으면, 대충 읽어도 괜찮다.




국가가 인정한 정신장애인 되는 법 1단계
장애인복지법 상 장애인에 해당하기 (ft. ADHD랑 불안장애는 안 됨)


법 용어가 아닌 일상용어에서 장애인의 뜻은 이렇다. (표준국어대사전) 장애-인 (障礙人) 「명사」 신체의 일부에 장애가 있거나 정신 능력이 원활하지 못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이 있는 사람.


많은 국가에는 장애인복지법이 있다. 우리나라도 그러한데, 장애인복지법을 만들려면 복지를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 장애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법령에 정의하고 시작해야 한다. 장애인복지법의 장애인 정의는 아래와 같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


① “장애인”이란 신체적ㆍ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한다.
② 이 법을 적용받는 장애인은 제1항에 따른 장애인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장애가 있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의 종류 및 기준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후략)


일상용어의 '장애인' 의미를 약간 더 풀어 쓴 느낌 정도다. 장애인복지법의 '장애인'은 신체나 정신장애로 인해서 오랫동안 일상과 사회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이니까, 그런 이들은 모두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그래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은 이유는... 저 조문이 너무 애매하기 때문에 관료적인 단계에서 다양한 시행규칙과 기타등등이 다시 붙기 때문이다. "상당한 제약"이나 "오랫동안"은 무엇일까? 장애가 있는지 없는지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그것을 바로바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한다. 그럼 그 대통령령을 한 번 읽어 보자. 모든 장애의 종류를 하나하나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꽤 길다. 그 중 일부만 잘라왔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의 종류 및 기준 장애복지법 시행령 별표 1 <개정 2018.12.31>

1. 지체장애인 (肢體障碍人)
① 한 팔, 한 다리 또는 몸통의 기능에 영속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
② 한 손의 엄지손가락을 지골 관절 이상의 부위에서 잃은 사람 또는 한 손의 둘째 손가락을 포함한 두 개 이상의 손가락을 모두 제1지골 관절 이상의 부위에서 잃은 사람
③ 한 다리를 가로발목뼈관절 이상의 부위에서 잃은 사람
④ 두 발의 발가락을 모두 잃은 사람
⑤ 한 손의 엄지손가락 기능을 잃은 사람 또는 한 손의 둘째 손가락을 포함한 손가락 두 개 이상의 기능을 잃은 사람
⑥ 왜소증으로 키가 심하게 작거나 척추에 현저한 변형 또는 기형이 있는 사람
⑦ 지체에 위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장애정도 이상의 장애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중략)

4.청각장애인(聽覺障碍人)
① 두 귀의 청력 손실이 각각 60데시벨(dB) 이상인 사람
② 한 귀의 청력 손실이 80데시벨 이상, 다른 귀의 청력 손실이 40데시벨 이상인 사람
③ 두 귀에 들리는 보통 말소리의 명료도가 50퍼센트 이하인 사람
④ 평형 기능에 상당한 장애가 있는 사람

(중략)

7. 자폐성장애인(自閉性障碍人)
소아기 자폐증, 비전형적 자폐증에 따른 언어·신체표현·자기조절·사회적응 기능 및 능력의 장애로 인하여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
8. 정신장애인(精神障碍人)
다음의 장애·질환에 따른 감정조절·행동·사고 기능 및 능력의 장애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
① 지속적인 양극성 정동장애(情動障碍, 여러 현실 상황에서 부적절한 정서 반응을 보이는 장애), 조현병, 조현정동장애(調絃情動障碍) 및 재발성 우울장애
② 지속적인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 강박장애, 뇌의 신경학적 손상으로 인한 기질성 정신장애, 투렛장애(Tourette’s disorder) 및 기면증

(중략)


그러니까, 위 내용들을 합쳐서 장애인복지법의 적용을 받는 "정신장애인"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1)지속적인 양극성 정동장애, 조현병, 조현정동장애, 재발성 우울장애가 있거나 (2)지속적 치료를 통해서 낫지 않는 강박장애, 기질성 정신장애, 투렛장애, 기면증이 있다. 그로 인해 감정조절, 행동, 사고기능과 능력이 떨어져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나는 ADHD가 있어서 사회와 일상에 남의 도움이 필요한데 복지를 받을 수 없네?" 상황이 발생한다. 일단 ADHD는 발달장애, 자폐성장애, 정신장애 중 아무 데에도 속하지 않는다. 만약 양극성 장애, 재발성 우울장애 등이 있어도 "앗, 나 양극성 장애가 5년동안 있었고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제약이 있어! 삽화가 계속 오는데 외출도 못하고, 일도 그만 두고, 사회적 관계도 다 파탄나잖아. 그럼 장애인 등록해야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관료주의 문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장애 등급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경증과 중증의 기준은 장애인의 장애 정도라는 시행규칙에 써있다.


국가가 인정한 정신장애인 되는 법 2단계
장애의 정도를 측정하기


장애인의 장애 정도 (제2조 관련)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1] <개정 2021. 4. 13.> 

(길다. 다 안 읽어도 상관없고 모든 내용을 보고 싶다면 광주시 웹사이트에 정리된 내용을 확인해 보면 된다.)

1. 지체장애인
 가. 신체의 일부를 잃은 사람
  1)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가) 두 손의 엄지손가락과 둘째손가락을 잃은 사람
    나) 한 손의 모든 손가락을 잃은 사람
    다) 두 다리를 가로발목뼈관절(Chopart’s joint) 이상의 부위에서 잃은 사람
    라) 한 다리를 무릎관절 이상의 부위에서 잃은 사람

  2)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
    가) 한 손의 엄지손가락을 잃은 사람
    나) 한 손의 둘째손가락을 포함하여 두 손가락을 잃은 사람
    다) 한 손의 셋째손가락, 넷째손가락 및 다섯째손가락을 모두 잃은 사람
    라) 한 다리를 발목발허리관절(lisfranc joint) 이상의 부위에서 잃은 사람
    마) 두 발의 발가락을 모두 잃은 사람

(중략)

3. 시각장애인
  가.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1) 좋은 눈의 시력(공인된 시력표로 측정한 것을 말하며, 굴절이상이 있는 사람은 최대 교정시력을 기준으로 한다. 이하 같다)이 0.06 이하인 사람
    2) 두 눈의 시야가 각각 모든 방향에서 5도 이하로 남은 사람

  나.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
    1) 좋은 눈의 시력이 0.2 이하인 사람
    2) 두 눈의 시야가 각각 모든 방향에서 10도 이하로 남은 사람
    3) 두 눈의 시야가 각각 정상시야의 50퍼센트 이상 감소한 사람
    4) 나쁜 눈의 시력이 0.02 이하인 사람
    5) 두 눈의 중심 시야에서 20도 이내에 겹보임[복시(複視)]이 있는 사람

(중략)

8. 정신장애인
  가.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1) 조현병 또는 뇌의 신경학적 손상으로 인한 기질성 정신장애로 망상, 환청, 사고장애 및 기괴한 행동 등의 양성증상이 있으나, 인격변화나 퇴행은 심하지 않은 경우로서 기능 및 능력 장애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간헐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
2) 양극성 정동장애(情動障碍, 여러 현실 상황에서 부적절한 정서 반응을 보이는 장애)에 따른 기분ㆍ의욕ㆍ행동 및 사고의 장애증상이 심하지는 않으나, 증상기가 지속되거나 자주 반복되는 경우로서 기능 및 능력 장애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간헐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
3) 재발성 우울장애로 기분ㆍ의욕ㆍ행동 등에 대한 우울 증상기가 지속되거나 자주 반복되는 경우로서 기능 및 능력 장애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간헐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
4) 조현정동장애(調絃情動障碍)로 1)부터 3)까지에 준하는 증상이 있는 사람.

  나.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
1) 조현병 또는 뇌의 신경학적 손상으로 인한 기질성 정신장애로 망상, 환청, 사고장애 및 기괴한 행동 등의 양성증상이 있으나, 인격변화나 퇴행은 심하지 않은 경우로서 기능 및 능력 장애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경미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
2) 양극성 정동장애(情動障碍, 여러 현실 상황에서 부적절한 정서 반응을 보이는 장애)에 따른 기분ㆍ의욕ㆍ행동 및 사고의 장애증상이 심하지는 않으나, 증상기가 지속되거나 자주 반복되는 경우로서 기능 및 능력 장애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경미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
3) 재발성 우울장애로 기분ㆍ의욕ㆍ행동 등에 대한 우울 증상기가 지속되거나 자주 반복되는 경우로서 기능 및 능력 장애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경미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
4) 조현정동장애(調絃情動障碍)로 1)부터 3)까지에 준하는 증상이 있는 사람.
5) 지속적인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 강박장애, 투렛장애(Tourette‘s disorder) 또는 기면증으로 기분ㆍ의욕ㆍ행동 및 사고의 장애증상이 심한 경우로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수시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

(후략)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다른 장애의 기준 판정에 비해 정신장애의 판정 기준이 아주 길다는 거다. 또, 다른 장애유형 기준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말이 써있지 않다. 15가지 장애 유형 중에 "발달장애," "정신장애," "뇌전증장애"에만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기준이 써있다. 법은 그냥 매끄럽게 써지는 대로 쓰지 않는다. 한 단어, 한 문장마다 다 뜻이 담겨있다. 무슨 뜻인지 한번 생각해 볼 만하다.


시각장애인의 판정 기준에 굳이 '영상매체의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 전적으로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같은 내용을 넣지 않은 건, 눈이 안 보이면 당연히 그게 어려운 걸 알아서다. 정신장애가 있으면 어떤 점이 어려운지 모르고 써서, 최대한 구체적으로 쓰고 싶지만 뭘 구체적으로 써야 할지 모른 게 아닌가. 그래서 저렇게 구구절절 쓴 건 아닌가 생각해 봄직하다.


이제 이 정도를 알았으니, 자신의 장애정도가 심한지 아닌지 따져볼 수 있겠다 그러나... 실제로 판정되기까지는 아직 한참 멀었다. 때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공무원용 문서가 한 가지 더 있다. 아래에 발췌 복붙했다.


국가가 인정한 정신장애인 되는 법 3단계
장애를 진짜로 판정받기 위한 기준을 또 알아보기...



7. 정신장애 판정기준

 가. 장애진단기관 및 전문의

  (1) 장애진단 직전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진료한 의료기관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지속적으로 진료 받았다 함은 3개월 이상 약물치료가 중단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후략)


  (2) 정신질환의 진단명 및 최초 진단 시기에 대한 확인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인 정신질환 분류체계로 사용하고 있는 제10차 국제질병사인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10th Version)의 진단지침에 따라 ICD 10의 F20 조현병, F25 조현정동장애(調絃情動障碍), F31 양극성 정동장애 및 F33 재발성 우울장애로 진단된 경우에 한하여 정신장애 판정을 하여야 한다.



일단 단약했으면 안 된다. 1년이상 만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협조도 필요하다. 또, F40부터 F48의 불안장애, 특정공포증, 신체이형장애, 각종 성격장애 등은 해당 안 된다. 저 병들도 장기간 지속되며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분명하다. 어딘가에는 "이외에도 너무 심하다고 판단 되면 가능~~"이라는 식의 예외 조항이 있긴 하다. 열심히 노력하면 예외 조항을 적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어느 의사와 공무원이 그걸 함께 해줄런지... 정신이 힘든데 그걸 언제 찾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저 코드와 날짜가 박힌 서류를 일단 준비해야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의사의 소견서와 약물 복용 내역 등이 필요하고, 그 서류들을 통해 자기가 아래의 기준에 통과할 만큼 장애를 겪고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 세 가지 리스트가 등장해서 좀 길다.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고, 아니라면 스킵.



(3) 정신질환의 상태(impairment)의 확인

정신질환의 상태에 대한 확인은 진단된 정신질환의 상태가 정신장애 정도판정기준에 따라 임상적 진단평가과정을 통하여 판단한 뒤 정도를 정한다.  


(4) 정신질환으로 인한 정신적 능력장애(disability) 상태의 확인

   (가) (생략)

   (나) 능력장애의 상태는 정신질환에 의한 일상생활 혹은 사회생활의 지장의 정도 및 주위의 도움(간호, 지도) 정도에 대해 판단하는 것으로서 장애의 정도를 판단하기 위한 지표로서 이용된다.


장애 정도 기준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1. 조현병으로서 망상, 환청, 사고장애, 기괴한 행동 등의 양성증상 또는 사회적 위축과 같은 음성증상이 심하고 현저한 인격변화가 있으며, 기능 및 능력장애로 인하여 능력장애 판정기준 6항목 중 3항목 이상에서 전적인 도움이 필요하며, GAF척도 점수가 40이하인 사람(정신병을 진단받은 지 1년 이상 경과한 사람에 한한다. 이하 같다)

2. 양극성 정동장애(조울병)로 기분, 의욕, 행동 및 사고장애 증상이 심한 증상기가 지속되거나 자주 반복되며, 기능 및 능력장애로 인하여 능력장애 판정기준 6항목 중 3항목 이상에서 전적인 도움이 필요하며, GAF척도 점수가 40이하인 사람...(후략)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

9. 조현병으로 망상, 환청, 사고장애, 기괴한 행동 등의 양성증상이 있으나 인격변화나 퇴행은 심하지 아니한 경우로서, 기능 및 능력장애로 인하여 능력장애 판정기준의 6항목 중 3항목 이상에서 간헐적인 도움이 필요하며, GAF척도 점수가 51점 이상 60점 이하인 사람

10. 양극성 정동장애(조울병)로 기분, 의욕, 행동 및 사고장애 증상이 현저하지는 아니하지만 증상기가 지속되거나 자주 반복되는 경우로서, 기능 및 능력 장애로 인하여 능력장애 판정기준의 6항목 중 3항목 이상에서 간헐적인 도움이 필요하며, GAF척도 점수가 51점 이상 60점 이하인 사람

11. 재발성 우울장애로 기분, 의욕, 행동 등에 대한 우울증상이 있는 증상기가 지속되거나 자주 반복되는 경우로서, 기능 및 능력장애로 인하여 능력장애 판정기준의 6항목 중 3항목 이상에서 간헐적인 도움이 필요하며, GAF척도 점수가 51점 이상 60점 이하인 사람...(후략)


GAF척도 점수

(전략)

60-51 중간 정도의 증상(예: 무감동한 정서와 우회증적인 말, 일시적인 공항상태) 또는 사회적, 직업적, 학교 기능에서 중간 정도의 어려움(예: 친구가 없거나 일정한 직업을 갖지 못함)이 있음. 

40-31 현실 검증력과 의사소틍에서의 장해(예: 말이 비논리적이고, 모호하고, 부적절하다), 또는 일이나 학교, 가족 관계, 판단, 사고, 정서 등 여러 방면에서 주요 손상이 있음(예: 친구를 피하는 우울한 사람, 가족을 방치하고, 일을 할 수 없고, 나이 든 소아는 나이 어린 소아를 빈번하게 때리고 집에서 반항하고, 학업에 실패함). 

(후략) 전체 PDF(출처:이음지역사회전환시설)


능력장애 측정기준

1) 적절한 음식섭취  - 영양의 균형을 생각하고, 스스로 준비해서 먹는 음식섭취의 판단 등에 관한 능력 장애의 유무를 판단한다. 
2) 대소변관리, 세면, 목욕, 청소 등의 청결 유지  - 세면, 세족, 배설후의 위생, 목욕 등 신체위생의 유지, 청소 등의 청결의 유지에 관한 판단 등에 관한 능력 장애의 유무를 판단한다. 이들에 대해, 의지의 발동성이라는 관점으로부터, 자발적으로 적절하게 행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 도움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한다.
3) 적절한 대화기술 및 협조적인 대인관계  - 타인의 말을 알아듣고, 자신의 의사를 상대에게 전하는 의사소통의 능력, 타인과 적절하게 사귀는 능력에 주목한다.
4) 규칙적인 통원·약물 복용  - 자발적·규칙적으로 통원 및 복약을 하고, 병상이나 부작용 등에 관하여 주치의에게 잘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한가, 도움이 필요한가 여부를 판단한다.
5) 소지품 및 금전관리나 적절한 구매행위  - 금전을 독립적으로 적절하게 관리하고, 자발적으로 적절하게 물건을 사는 것이 가능한가, 도움이 필요한가 여부를 판단한다(금전의 인지, 물건사기의 의욕, 물건 사기에 동반되는 대인관계 처리능력에 주목한다).
6) 대중교통이나 일반공공시설의 이용 - 각종의 신청 등 사회적 수속을 행하거나, 은행이나 보건소 등의 공공시설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한다
.



요약하면,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이 일하고, 혼자 대중교통을 타고 병원에 가고, 물건을 사고 소지품을 관리하는 등의 일을 할 수 있는가 따져보는 항목들이다. 


국가가 인정한 정신장애인 되는 법 4단계(?)
정신장애 판단 기준이 어쩐지 이상하다


근데, 일견 말이 되고 합당한 것 같은 위의 장애 판단 기준이 정말 합당하기만 한가... 생각해 본다. 비교를 위해 지체장애 중 하지관절장애 판단 기준의 일부를 아래에 붙여넣는다. 다른 장애 부분들에도 대체로 숫자가 있다. 신체가 어디서부터 절단되었는가, 움직임의 범위가 얼마나 줄었느냐, 시력을 측정했을 때 몇 점인지, 뇌전증 발작이 한달에 몇 번 생기는지 등의 기준이 있다.


장애의 정도가 심한 하지 관절 장애인을 따지는 기준은 아래와 같다.

1. 두 다리의 모든 3대 관절의 운동범위가 각각 75% 이상 감소된 사람

2. 두 다리 각각의 3대 관절 중 2개의 운동범위가 각각 75% 이상 감소된 사람

3. 두 다리의 모든 3대 관절의 운동범위가 각각 50% 이상 75% 미만 감소된 사람

4. 한 다리의 모든 3대 관절의 운동범위가 각각 75% 이상 감소된 사람


하지관절장애는 하지관절이 움직이는 범위가 얼마나 줄어들었는가를 기준으로 장애 여부를 따진다. 이 사람이 적절하게 식사를 하는지 마는지, 샤워를 하는지 마는지, 대중교통을 잘 타는지 마는지를 따지는 항목은 없다. 우리나라의 현재 상태에서는 그 관절장애 때문에 제약이 있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적어놓지 않은 것 같다.


반면, 정신장애 기준들에는 정신장애 증상에 대한 기준이나 설명이 없고, 장애가 있어서 생기는 제약이 있는지만 따진다. 지체장애에는 상반신, 하반신, 절단장애, 관절장애, 척추장애 등 각종 카테고리 별로 다른 구체적 기준을 마련한 데 반해(관절 운동 범위는 어떻고, 절단은 어떻게 됐고, 척추의 각도가 어떻고 등등), 정신장애에 관해서는 조현병, 지속성 우울장애, 아무튼 전부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준 두 개만을 제시해 놓았다. (위의 GAF척도능력장애 측정기준)


정신장애인을 규정하기 위해 법령이 노력했다. 근데 들여다보면 너무 부족하다. 특정 질환이 어떤 방식으로 어려움을 주는지 따지기 보다도 두루뭉실한 관념 속 "정신병"이 얼마나 비정상적이고, 의존적인 삶을 살게 하는지를 따지고 있다는 인상이 든다.


따지자면, 보행장애의 기준에도 "타인의 보조 없이 얼만큼을 걸을 수 있는가..." 같이 독립적 능력을 따지는 항목들이 있다. 다른 여러 신체장애를 따질 때도 "타인의 도움"이 얼마나 필요한지 언급된 부분이 많다. 당연하다. 그 "타인의 도움"을 장애인복지법이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니까. 그렇지만, '걸음'을 얼만큼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느냐를 묻는 건, 보행장애의 핵심이 '걸음'을 못한다는 데 있다는 뜻이다. 하지관절장애를 따지는 기준에서는 하지관절장애의 핵심이 '관절의 운동성'이 낮다는 데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럼 정신장애를 따지는 기준에서는 어떤 핵심이 유추되나? 재발성 우울장애, 양극성 정동장애, 조현병, 조현정동장애를 모두 묶어서 그냥 "생활을 잘 못한다"는 이야기만 반복적으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하려고 하면, 모든 장애를 저런 기준으로 따질 수 있다. 휠체어나 보행보조기가 필요한 모든 장애인을 묶고, '상식적인 출퇴근 시간 안에 회사에 출근할 수 없는가', '등산 등의 야외 레저 활동을 통한 사회적 유대감 형성이 가능한가' 같은 기준으로 등급을 매기면 된다. 그럼 이들 장애들의 핵심도 "생활을 못한다"로 귀결 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개별 장애는 개별 질환으로부터 오는 것이고, 그 질환을 이해해야만 적절하게 장애를 진단하고 지원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정신장애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 양극성장애 증상에 대한 기준을 마련한다면 어떤 예시가 있을까?


~~~~~상상도~~~~~


양극성 장애의 정도가 심한 경우

지난 nn년간 연평균 삽화를 겪은 날이 xx일 이상이다.

지난 nn년간 조증 혹은 우울증 삽화 진단 기준에 맞는 기간 중, 경제적 손실(직장, 사업, 투자)의 위험이 높은 일에 뛰어들었거나 명예를 심하게 실추하는 행동(고성방가, 잦은 싸움, 경범죄에 해당하는 행동)을 xx회 이상 하여 경제적, 사회적 피해(이혼, 고소, 파산 등)를 초래하였다. 이와 같은 행동을 하는 시기는 삽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야 하며, 관해기에는 부재해야 한다.

지난 nn년간 조증 혹은 우울증 삽화 진단 기준에 맞는 기간 중, 자신의 안녕을 해치는 행동(자해 및 자살기도, 임의적 치료 중단 및 치료 거부, 사회활동 중단 및 칩거, 폭력적이고 위험한 상황에 노출)을 xx회 이상 하여, 자신에게 피해(입원이나 3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부상 및 질병, 직업이나 친밀한 관계 소실)를 초래하였다. 이와 같은 행동을 하는 시기는 삽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야 하며, 관해기에는 부재해야 한다.


~~~~~~~~~~~~~~~


이런 것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대로 쓴 것이므로 별로 좋은 기준이 아닐 수도 있다. 질병의 핵심을 잡아내며, 실제 어려움을 반영하는 기준들이 뭐가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보면 건설적일 것 같다.



국가가 인정한 정신장애인 되는 법 5단계(?)
내 정신병을 보조할 수 있는 신박한 무언가를 상상하기


나는 법이 인정한 정신장애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시작된 이 법령 뒤지기 활동에서 나는 한 가지 인사이트를 얻었다. 저 사람들, 정신장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그래서 그냥 "정신이 이상해서 일상생활이 안 되는 사람들이니까 지원해 주자"로 귀결되었구나. 가급적 겉으로 봤을 때 비장애인 입장에서 이상하고, 눈에 띄는 장애만 골라서 지원해 주고 싶어하는 듯 하다. 입원하거나 시설에 들어가야 하는, 주류 사회가 따로 격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만 장애복지법에 넣어 주겠다는 의지를 느꼈다. (적지 않은 중증조현병, 양극성장애 환자들이 초장기입원 상태로 지체장애, 발달장애 시설에 사는 것과 비슷하게 지낸다. 통계참고)


사회적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한 뒤 끝내고 싶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모자란 이유는 사회적으로 정신장애인에게 지원이 필요하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니까.


휠체어 타는 장애인은 매끄럽고 턱이 없는 길이 필요하다. 요즘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드디어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아직 매끄러운 길이 보장되어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휠체어 탄 사람이 2층에 가려면, 계단으로는 못 간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휠체어로 계단 못 올라와? 이런. 우리 엘리베이터 없어. 그럼 오지 마."라고 하는 사람은 있어도, "엘리베이터가 왜 필요해? 그냥 휠체어 끌고 계단 올라오면 되잖아. 핑계 대지 말고 2층에서 열리는 행사에 꼭 참석해." 말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정신질환자와 정신장애인은 "엘리베이터가 왜 필요해? 그냥 휠체어 끌고 계단 올라 와."와 비슷한 말을 많이 듣는다. 많은 경우, 환자 자신도 엘리베이터가 필요하단 사실을 모른다. 엘리베이터라는 게 있으면, 내가 2층에 갈 수 있을 거란 상상도 못해 본다. 산업화 이전의 사람이 '엘리베이터'라는 물건을 상상할 수 없어서 그걸 만들어 달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단순한 예로, ADHD(는 발달장애지만) 때문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는 초등학생이 일어나서 몸을 움직이면 혼난다. 수업도 집중이 안 된다. 그 아이가 집중해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조치를 준비해 둔 공립학교가 몇이나 되는가.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학교에 요구할 수 있는 학생 혹은 보호자가 얼마나 되는가. 우린 아직 정신장애인의 사회 접근권을 요청할 수 있는 기반 조차 없다. "이러이러한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세요"와 같이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뭐가 있어야 우리가 더 사회에 접근할 수 있는지, 당사자들 사이에서도 충분히 이야기되지 않은 것 같다.




요즘, 미등록 장애인으로서의 정체성 내 안에서 뭉글뭉글 피어나고 있다. 장애가 사회적으로 규정된다는 사실(에 관심있다면 책 '장애학의 도전'을 추천해요)을 이해하고서 더욱 많이 피어나고 있는데, 아직 완전히 분명한 것으로 자리잡지는 않았다. 나와 비슷한 병증을 가진 아주 많은 사람들이 "난 장애인 아니고, 선율 쟤도 장애인 아니야"라고 생각할 것 같다. 국가가 인정한 정신장애인에 비하면 능력장애 척도나 GAF척도의 점수가 높을 것이고, 겉으로도 나의 미친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 장애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장애 등록을 안 하고, 열심히 숨기면 편견이나 폭력을 피해서 살아갈 수도 있다. 경증 신체 장애인 중에는 기능에는 큰 불편이 없지만, 사회적으로 놀림이나 주목을 받는 것이 지긋지긋해서 장애 등록이 불가한 수준의 정신 질환자를 오히려 부러워 할 수도 있다는 걸 안다. 그런 사람들은 나의 고민을 배부른 인간의 피해자 코스프레 정도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몸과 마음만을 채찍질 해서 비장애인인 것처럼 사는 것(혹은 사는 척하는 것) 역시 편안하거나 쉽지는 않다. 장애를 숨기고 싶지 않거나, 지원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경증 정신장애인이 있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다. 있.다.




생각이 많아서 인생 살 시간이 모자랍니다. 그렇다면 글이라도 많이 쓰려고요. 누구나 생각에 시간을 쏟아붓지는 않기 때문에, 저의 결과물들이 누군가에게는 흥미로운 깨달음이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저의 생각을 흥미롭게 보셨다면 구독하고 종종 읽어 주세요.

선율 트위터 / 인스타그램 / sunyool @ hotmail,com
Photo by Bernd Klutsc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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