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로 산다는 것

‘좋아하는 일’이라는 착각

by 이선요


사실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면 무조건적인 행복이 보상처럼 주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세상물정 모르고 해맑던 시절은 한참 지났으니까.
무턱대고 무조건적인 행복이 아니라도, 내가 직장을 다닐 때보다는 스트레스를 덜 받고 좋은 기분을 더 오래, 더 많이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확신했다.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오산이었다.


일은 하지만 인정과 실질적인 보상은 없다. 프리랜서나 사업을 하는 경우, 그 일이 쌓이고 점점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그런 것들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실은 가혹하고 냉정하다. AI 발달이 가속화되면서 사회는 점점 더 인력을 감축하지, 더 늘리려 하지는 않는다. 글도, 이미지도, 심지어는 생각조차도 AI에게 맡겨진다. 그런 사회적인 불안감부터 시작해서 나의 미래, 나의 생활이라는 사소한 개인적인 불안감까지, 불확실한 모든 것들이 나를 덮쳐왔다.
‘계속해서 이걸 해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을 최근에 했다.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닐지, 이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상황을 언제까지 내가 버티고 가지고 있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래서 일단 결론을 내린 것은, 다시 돌아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갈 수 있다, 혹은 아르바이트를 더 하면 되지 않을까, 였다.
일단은 내년 그림책 출간을 목표로 한 출판사와 그림책 준비를 하고 있고, 그걸 마칠 때까지는 아르바이트로 버텨보기로 마음먹었다.

그 이후 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느껴지면, 그때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가면 되지 않을까로 결론지어졌다.

일단 그렇게 내 마음을 정리해두고 플랜을 두 가지 잡아두니, 조금은 불안함이 가셨다.
창작자는 창작을 하려면, 일단 가장 기본적인 생활, 경제력이 바탕이 되어야 편안하게 지속 가능한 창작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지속가능성이다.
꾸준히 지속 가능한 일이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좋아하고 즐기는 일인지도 생각해봐야겠지만, 내가 일하는 만큼 성과/인정/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아주 작게라도 말이다.

아이러니한 건, 나는 작년부터 제대로 그림만 집중해서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뛰어들었고, 공모전 두 군데에서 상을 받고 외주도 했다. (물론 학생 때도 하긴 했었지만 말이다. 그림만을 집중해서 작업한 건 학생 때 이후 근 10년 만이었다.)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시간대비 성과는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상을 받고 인정을 받을수록 마음 한켠은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내 상황과 생활은 그렇게 멋지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생활비가 빠듯한 경제적인 상황에서 더 괴리감이 느껴졌다.

그림과 글, 그리고 예술은 바로 반응이 오고 성과가 단기간에 주어지는 일이 아니다 보니, 시간이 길어질수록 진이 빠졌던 것 같다.


나는 ‘나와 그림, 이것만 있으면 족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만 좋다고 되는 일은 아니었던 거다.
나는 사람들의 인정과 관심, 내가 작업한 이 작업물에 대한 보상을 원했던 것이었다.

예전보다는 더 많이 예술성과 내 감성을 내려놓고, 대중과 상업적인 분야와 타협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좀 더 나를 알리고 커뮤니케이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마음도 나를 성장시키는 하나의 단계이겠거니 하고, 그래도 나는 나아간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브런치에 근황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올 초에는 불교단체에서 진행한 달력 공모전에서 수상도 하고, 그림책 실무 수업도 들으며 더미북도 하나 더 완성했어요. 그리고 감사하게도 작년부터 올 초까지 작업한 더미북을 보시고, 한 출판사와 출판 계약도 맺었답니다.
그림책은 내년 봄 출간 계획이 있으며, 현재 작업 중에 있어요.
외주도 조금 받았고요.

그럼에도 불안함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프리랜서의 현실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네요. 앞으로도 이렇게 글을 올리며 근황을 전하겠습니다.
늘 봐주시는 분들, 응원해주시는 분들, 제가 다 알아요. 감사합니다.


My secret garden.jpg

흔들리고 무기력한 마음에 그림을 쉽사리 그리지 못했던 지난주 였지만 작년에 스케치만 해두었던 그림에 호응을 해주셔서 채색까지 완료하게 되었습니다. 응원주시는 마음이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오늘도 그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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