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족이에요' 이 사소한 말에

by 파란동화


우리집 큰아이는 하루종일 쉴새 없이 조잘조잘 재잘재 합니다. 평생 할 말을 지금 다 몰아서 해버리겠다고 다짐한 사람처럼 잠시도 입을 쉬지 않아요. ㅎㅎ



둘째는 아직 유창하게 말하지 못하지만 이틀에 한번씩 새로운 단어를 말해서 깜짝깜짝 놀라게 하구요.



특히나 큰애는 엄마 아빠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하기도 하고, 어린이집에서 배워 온 새로운 단어를 말하는 재미에 잠시도 입을 쉬지 않죠.



아이들은 새로운 단어를 배우면 며칠 동안 그 단어가 들어간 말만 하는데 한때는 이 말을 계속 반복한 적이 있었어요.




엄마~ 우리는 가족이에요!




어디서나 흔히 접할 수 있는 이 한 문장의 말이 제 딸의 입을 통해 들으니 흔치 않은 말이 되어 저의 심장에 다가왔어요.



큰 아이는 기분이 좋을 때면 저의 목을 껴안으며 말했어요.



"우리는 가족이에요. 엄마도 아빠도 솔이도 람이도 다 가족이에요."



그러면 저는 온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행복해서 아이를 더욱 힘껏 껴안으며 대답해주어요.



"맞아, 우리는 다 가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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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우리는 가족이에요."라고 말 할때 마다 '가족' 이라는 단어에 결속되지 못했던 어린시절을 위로받는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행복하면서도 마음이 아프고 그래서 매번 눈물이 날 것만 같아요.



가슴 한가운데를 중력보다 더 큰 무게로 짓누르며 심장과 뇌를 마비시키던 어린시절의 기억들. 저는 그 기억들을 작게 접어 구석에 쌓아두고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려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에 온 인생을 할애해야만 했어요.



죽을때 까지 치유되지 않을 것 같던 불면과 악몽은 등산을 다니며 조금씩 나아졌고 남편을 만난 이후로 싹 사라졌었죠.



그랬어요.



그런데, 얼마전 어린시절의 기억을 들춰낼 수 밖에 없는 일이 생겼어요. 다시 악몽이 시작되었고 불면이 찾아왔죠.



아이들이 제 머리칼을 그러쥐고 잠이 들면 저는 어둠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기억들이 와르르 쏟아지지 않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은 치매에 걸리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 않을 거에요. 그래도 이 시기만 지나면... 이 시기만 지나면... 저는 또 괜찮아질 것이고, 아무렇지 않게,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또 그렇게 살아가겠죠.



그래도 지금은 남편과 아이들이 있어서 예전보다 버티기 수월해졌어요.



제 아이들의 어린시절이

저의 어린시절을

치유해 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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