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들끼리 육아의 힘듦을 토로할 때 어떤 엄마가 이런 말을 했어요.
"이렇게 힘들게 키워놔도 애들은 지 혼자 잘 큰줄 알지, 부모덕분에 잘 컸다고는 생각 안한다구."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기에 듣고있던 엄마들은 깔깔 웃으며 폭풍공감을 했었죠.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아이들만 그런건 아닌거 같아요. 어쩌면 성인이 다 된 우리도 지금껏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오지 않았을까요?
저는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의 한가운데 있었어요. 친아버지의 주취폭력과 새어머니의 모진 매를 다 견디며 자라야 했죠. 언제나 삶을 저주했고 도대체 내가 왜 세상에 태어난 것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어서 괴로웠어요.
죽고싶은 고비를 몇번이나 넘겨야했고, 때로는 그 고비가 몇개월씩 이어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어찌 어찌 살아냈고 지금은 남편과 아이들덕분에 '평범한 인생'을 살게 되었어요.
저는 그렇게나 혹독한 환경에서도 이렇게나 잘 자란 내 자신이 언제나 자랑스럽고 대견했어요. 제대로 돌봐주는 부모도 없이 나혼자 이렇게 컸으니 뭘해도 성공할 거라고 자만했죠. 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제가 이렇게나 잘 자란건 '내 덕분' 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제가 잘 자랄 수 있었던 것은 갓난아기일 때 엄마가 무한한 사랑을 심어주었던 덕분이고,
돌아가셔서도 자식이 잘 되길 바라며 젖은 눈으로 지켜봐 주었던 덕분이고,
할머니와 작은엄마 그리고 나의 형제들이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덕분이고,
친구들이 나의 힘겨움을 함께 하며 마음을 위로해 주었던 덕분이고,
오며가며 스쳐간 무수한 사람들이 저에게 온정을 베풀어 준 덕분이었죠.
그 중에 하나라도 부족했다면
지금의 저는
존재하지 않았을지 몰라요.
제 아이가 밝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느낍니다. '아, 엄마는... 나를 정말 많이 사랑해 주었구나! 엄마의 사랑이 지탱해주어 내가 이렇게 자랄 수 있었구나!'
저는 항상 그것이 궁금했거든요. 아버지에게 시집와 십 년 동안 매만 맞다 돌아가신 엄마가 혹시 자식들을 미워하진 않았을지, 자신의 인생에 족쇄가 된 저를 원망하고 저주하지는 않았을지... 항상 그것이 궁금했어요.
그런데, 엄마가 저를 얼마나 많이 사랑했는지 이제야 알거 같아요. 제가 사랑을 해보니 그 모든 마음이 오롯이 느껴져요.
다행이에요.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 덧
하지만 역시나, 이렇게 잘 자란 나를 봐줄 엄마가 없다는 것은 무척이나 아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