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율 Feb 09. 2017

자매, 남아메리카 여행의 시작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보고






"파랑새 증후군이란 말이 있어.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상만을 추구하는 병적인 증세야. 몽상만 하지 실제로 움직이진 않아. 우리도 파랑새 증후군 아닐까."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보고 나와 동생이 나눈 대화다.


 라이프(LIFE)지에서 일하는 주인공 벤 스틸러는 사진을 현상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사진작가는 아니다. 사진작가 숀 펜이 보내주는 필름을 어두 캄캄한 작업실에서 현상만 할 뿐이다. 그의 프로필에는 특이사항이 없다. 가본 곳도 없고 경험한 것도 없다. 벤 스틸러도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일을 매일 같이 상상만 하며 보냈다. 직장 상사와 싸우는 상상이라든지,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을 하는 상상이라든지 말이다.

 그런 그에게 인생을 뒤바꾸는 일이 발생한다. 라이프지 폐간을 앞두고 마지막호에 실린 메인 사진 필름을 잃어버린 거다. 직접 가보지도 않은 곳의 자연 사진, 직접 만나보지 못한 인물의 사진 등을 만져오던 그가 이제는 컴컴한 작업실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난다.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한 여행을 말이다.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히말라야까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주인공은 결국 상상이 현실이 돼서 '경험'을 해냈다. 한겨울에 바다 한가운데 뛰어들어 상어와도 싸웠고, 술 취한 조종사와 헬기를 타기도 했다. 아이슬란드에서 화산 폭발을 경험하기도 했다. 히말라야에서는 물표범도 봤다.

 

 내가 얼마나 현실 속에 주저하고 살고 있는지, 시간이 흘러가는 데로 살고 있는지 단숨에 반성하게 됐다. 내가 항상 꿈꾸던 여행, 가고 싶은 곳의 여행 리스트들.. 대체 언제 실행되는 거지? 정신이 바짝 들었다.









 우리는 75일간의 남아메리카 여행에서 상상을 '경험'으로 바꿔냈다. 48시간여 만에 마주한 페루 잉카제국 마추픽추, 세계 7대 미스터리 이스터섬 모아이와도 만났고, 끝없이 새하얗게 펼쳐진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도 경험했다. 돈이 없어서 볼리비아 군용 헬기를 타고 아마존에 가기도 했고, 그곳에서 핑크 돌고래와 수영하고 피라냐를 낚아 구워 먹기도 했다. 칠레 깔라마에서는 여권과 노트북을 모두 도둑맞아 고성으로 현지인과 싸우기도 했다.


 항상 머릿속으로 상상만 했던 일들을 현실로 옮긴 우리의 남아메리카 여행.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주인공처럼 우리는 파랑새 증후군을 극복했다.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때 "장기간 여행을 가면 그다음은 어떡하지?"라는 가장 많은 고민을 한다. 걱정 없다. 여행을 다녀와서 겪은 '경험' 이 늘었다. 내가 다시 언론사 기자로 취업을 할 때는 프로필이 하나 늘었고, 동생이 다시 대학교로 돌아갔을 때는 자신감이 덧붙었다. 실제로 움직이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불안하고 답답한 현실을 살았을 것이다.


 자매가 75일 동안 겪은 남아메리카 이야기를 써내려갈 예정이다. 그리고 우리는 올해 9월 다시 남아프리카로 장기여행을 떠난다. 이번엔 비행기표도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편도로 끊었다.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


 - 라이프(LIFE)지 모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