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율 Feb 16. 2017

잃어버린 공중도시 마추픽추

안데스 산맥 한가운데서 마주한 잉카제국




"제발!! 안개가 걷히게 해주세요! 한국에서 30시간 비행기 타고 남미에 왔단말이에요. 페루 쿠스코에서 1박 2일 동안 다리가 부서지도록 이곳까지 걸어왔는데.."




 그렇게 보고 싶었던 마추픽추(Machu Picchu)는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묘한 느낌을 품은 하얀색 안개가 가득했다. 바로 앞도 안 보일 지경이다. 답답했다. 남미 여행을 하게 된 계기가 바로 '마추픽추'였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미스터리 한 유적지. 3000m 높이의 산 꼭대기에 누가 이런 공중도시를 만들었을까.

 한 시간이 흘렀을까. 서서히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고, 드디어 교과서에서 봤던 마추픽추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귀신에 홀린 것일까, 아니면 너무 보고 싶었던 모습이어서였을까. 갑자기 눈물이 터져 나왔다.

'꺄악~' 탄성은 없었다. 수백 명의 관광객들과 우리는 모두 조용하고 경건하게 마추픽추를 마주했다. 왜 탄성이 아닌 눈물이 나왔는지 알 수 없지만, 마치 너무 엄청난 비밀스러운 장소를 보고 말문이 막힌 것 같다. tvN 꽃보다 청춘 페루 편에서 유희열과 이적, 윤상도 울었다는데 공감이 간다. 마추픽추를 본 사람이라면.




 





 마추픽추는 만년설이 뒤덮은 안데스 산맥 한가운데 자리 잡은 버려진 잉카 문명지다. 1911년 미국 예일대 하이럼 빙엄 교수가 스페인 정자들조차 발견하지 못한 이곳을 찾아냈다. 잉카인들이 이 3000m 산꼭대기 높이에 왜 도시를 세웠는지는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마추픽추까지 오르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여행자금이 넉넉한 사람들은 페루 정부에서 독점으로 만든 페루 레일 기차를 타고 한 번에 가면 된다. 하지만 나처럼 가난한 여행자는 고생이 필요하다. 우선 페루의 현재 수도 리마에서 20시간 버스를 타고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로 향한다. 오얀따이땀보라는 마을까지 5~6시간 콜렉티보(미니버스)를 타고 간다. 거기에서부터 기찻길을 따라 2시간을 걸으면 마추픽추 마을이라 불리는 아구아스 칼리엔테스가 나온다. 보기만 해도 아찔하고 먼지 나는 구불구불한 길을 계속 걸어야 한다. 혹시라도 기차가 지나가면 옆구리로 빨리 피해야 된다. 부유한 여행자가 타고 있는 페루 레일 기차를 하염없이 바라보지만, 내가 가진건 튼튼한 다리뿐이다. 끝이 아니다. 여기에 도착하면 해가 지기 때문에 1박 잠을 잔다. 그리고 새벽 5시 엄청난 비탈길을 1~2시간 오르면 드디어 마추픽추다! 




 


 마추픽추에 처음 들어서면 남미의 동물이라 불리는 '라마'가 있다. 태어날 때부터 마추픽추에 살아서 라마들은 여행객을 자신의 손님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마추픽추는 아침 7시와 10시에 입장할 수 있다. 잉카인들은 어떻게 이 큰 돌을 산꼭대기까지 옮겨와 터전을 마련했을까. 어디 한 군데 툭 튀어나온 돌이 없다. 잉카제국의 석조 기술을 잘 보여준다. 이 정교한 건축 솜씨는 쿠스코 12각 돌에서도 찾을 수 있다. 12각의 아귀를 꼼꼼히 맞춰 틈새조차 보이지 않는다. 잉카 제국의 건축 솜씨는 익히 알려져 있다. 풀지 못한 의문으로 가득하지만, 그들의 성전과 수로 등을 보면 정말 정교하기 그지없었다. 



 마추픽추를 다 돌아보는 데는 하루로는 모자라다. 마추픽추 옆에 솟은 와이나픽추(Huayna Picchu)를 4개월 전에 예매했는데 정상까지 못 올라갔다. 마추픽추가 '오래된 봉우리'라는 뜻이라면, 와이나픽추는 '젊은 봉우리'라는 뜻이다. 험난한 절벽길을 올라 와이나픽추에 오르면 마추픽추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여행사에서 분명 1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다고 했는데, 웬걸 왕복 3~4시간이란다. 여기에 오르다 영영 돌아오지 못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중간까지 올라도 마추픽추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여기서 만족하기로 했다.



                     

   


1)태양의 문. 마추픽추로 들어서는 정문이다. 안쪽에서 보면 위쪽에 둥근 고리 모양의 돌출부가 있다. 이는 적의 침입을 대비한 도르래 형태의 바윗돌이 달려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2)해시계 인티와타나. 기둥의 그림자를 통해 해시계의 역할을 했다는 설과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제단이라는 설이 있지만 확실히 밝혀진 바는 없다.

3)채석장. 바위들이 쪼개진 채 널브러져 있다. 잉카인들은 금속 도구도 없이 정교하게 바위를 다듬었다. 

4)귀족 거주지. 신분에 따라 거주지역이 다르다. 잉카인들은 신분에 따라 높낮이를 달리했고 문의 수도 달랐다.

5)계단식 밭. 마추픽추 동쪽 3분의 1이상과 서쪽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규모다. 2m 정도의 돌을 쌓아 계단을 만들었으며 평지가 없는 악조건을 극복한 잉카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옥수수와 감자 등을 재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6)신성한 광장과 주신전. 삼면으로 이루어져 있는 주신전은 중앙에 4m가 넘는 제단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 한쪽이 무너져 보호선이 쳐져 있다. 







 마추픽추로 가기 전 여행자들이 꼭 머무르는 도시가 있다. 옛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페루 쿠스코다. 지금은 유네스코 지정도시로 깔끔한 유럽풍의 냄새를 풍긴다. 사실 쿠스코에 도착하자마자 볼 수 있는 건 수많은 여행사다. 마추픽추 발견이 100년 밖에 안됐지만 이렇게 현대화되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하였다. 마추픽추로 가는 기차 또한 페루 정부가 독점적으로 만들어 엄청난 돈을 받고 있다. 페루 레일과 잉카 레일이라는 이름의 기차 말이다. 이 때문에 여행자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찻길을 몇 시간씩 걸어가기도 한다. 그리고 마추픽추 바로 아래 위치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마을도 온통 레스토랑과 술집으로 둘러싸여 있다. 심지어 이들은 여행자들에게 팁과 부가세를 요구하기도 한다. 사실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마을은 아기자기 한 경관을 가지고 있고 잉카인들의 전통품을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혹시나 너무 관광화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마추픽추에 오르는 길도 그렇게 달갑지 만은 않았다. 페루 정부는 마추픽추까지 오르는 버스 비용을 다소 비싼 왕복 19달러로 책정했고 마치 여행객들을 트럭 차에 실어다 나르듯 했다. 마추픽추 내부 성스러운 광장 주변은 수많은 관광객의 방문으로 돌이 일부 무너진 안타까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네스코 측에서 일부를 폐쇄하라고 했지만 페루 정부는 관광수입 때문에 이를 거부하고 있다. 해마다 40만 명이 몰려드는 마추픽추, 그들 모두가 유적을 그대로 바로 보고 갈 수는 없다. 부디 잃어버린 공중도시 마추픽추의 신성함에 떼가 묻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나중에 다시 한번 찾게 됐을 때도, 심장이 빠르게 뛰고 눈물이 날 만큼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했으면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매, 남아메리카 여행의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